어릴 때 목욕탕에 가면 때밀이 아줌마가 몸을 밀어주셨는데요, 엄마 밀어주고 나서 제 몸도 밀어주셨거든요. 너무 당당하고 씩씩하게 비키니 차림으로 등짝을 때려가면서 때를 밀어주시는 아줌마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요. 몸에 요플레도 발라서 피부마사지도 해주시고요 ㅎㅎ 아줌마가 굽신거리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더 좋았던거 같아요.
[📚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김의경

연해
N
엇! 저도 잊고 있 었는데 작가님 덕분에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저는 때를 밀어주셨던 아주머니는 당당하고 씩씩하셨는데, 되레 제가 막 부끄러워서 몸을 움츠렸다죠. 사실 성인이 된 후로는 목욕탕이나 찜질방, 수영장도 잘 안 가는 편인데,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게 왜 이렇게 민망한지 모르겠어요(하하하).

연해
N
참, 창원에 있던 목욕탕에는 등 때를 밀어주는 기계도 있었어요!

김의경
N
저는 기계는 못봤는데 ㅎㅎㅎ 검색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하금
저는 말씀하신 윤주와 혜수의 대화를 타인의 감정을 소모해야 나의 힐링이 가능한 선택지가 현대사회에 너무 만연하다는 사실을 짚어주는 대화로 받아들였어요. 요새는 모든 것이 돈을 주고 구매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는 시대잖아요. 한국의 배달 서비스, 일본의 유료 친구 서비스 등등... 제가 떠올리지는 못해도 ‘이런 것도 돈 내면 해주나?‘싶은 일들이 세상에 참 많잖아요. 하다못해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는 것도 타인의 감정을 사는 것일까, 갑작스레 고민이 되네요. 아무튼 저는 그런 이유로 윤주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혜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힐링은 꼭 타인과 접점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니까요. 저는 힐링을 위해서라면 (커피를 사는 일을 제외하면) 오래오래 혼자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저는 즐거움과 죄채감이 동시에 드는, 타인의 감정과 시간을 양분삼아 나의 힐링을 챙기는, 그런 시간들을 저는 “이 시간을 최선을 다 해 즐겨야하는“ 이유로 해석하고 있어요.

김의경
예전에 스벅에서 메뉴 잘못 들었다고 직원에게 커피(액체)를 뿌린 아저씨를 봤는데요 그런 진상이 아니고서야 바리스타가 감정노동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행히도 타인의 감정을 소모시키지 않고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것 같네요. 하지만 돈으로 힐링하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상품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화가 풀릴 때까지 맞아주는 서비스라든가 강아지를 며칠 빌려주는 서비스라든가요.. (물론 이미 나와있을 거고 이미 거래가 이뤄지고 있겠지만요)

연해
아이고, 세상에. 이 무슨...!
이런 걸 보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취준생 시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늦게 찾아온 취객이 행패를 부려서 경찰에 신고했던 적이 있는데요.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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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2023
비행기 비즈니스 석이나 놀이 공원에 패스트 트랙을 보며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들 하죠.
저는 이런 자본주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거의 주지 않으며 누군가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돈으로 안락함이나 시간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추악한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억울함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들이 돈을 더 내서 비행기나 놀이공원이 운영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비교적 낮은 비용을 낼 수 있으니
모두에게 윈윈 이라고도 볼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사람의 태도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호디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힐링이란 누군가의 감정을 사는 것”이라는 윤주의 말에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윤주가 호캉스를 자연스럽게 즐긴다기보다 '즐겨야만하는 것', 강박적으로 보였어요. 제 눈에는 배려로 느껴졌던 혜수의 행동이 윤주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들게 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두 인물의 성격 차이에 따른 것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민준과의 사연이나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혜수는 방어적인 성격으로 읽혀요. 반면에 윤주는 적극적이고요. 그리고 즐거움과 죄책감처럼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일은 종종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면, 야근을 하다 일이 끝나서 신나게 퇴근 준비를 하다가 남아 있는 팀원을 보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

마키아벨리1
누군가의 감정을 사야만 힐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독서나 예술 활동 감상 같은 경우는 힐링이 되면서도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작가님들이 치열하게 감정 활동하시는 것 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요) 즐거운 순간에 낭비나 환경파괴 같은 것이 심하다면 죄책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고 이러한 즐거움은 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Rhong
자유시장 중심의 자본주의에서 팔고 사는 이가 있는 아주 당연한 것을 너무 감정적으로만 표현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희생시키고 내가 행복해지는게
아니라 그저 서비스를 샀을 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의경
윤주가 보기에는 혜수가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사실 단순한 성격인데 혜수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서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이 참 다르구나 생각합니다.

새벽서가
저는 두 인물의 대화에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금액에 대한 서비스나 물건을 재공받는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주 종종 뉴스에 서비스 직원에 대한 갑질 문제들이 대두되는데, 그게 대다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김의경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도 상식 선에서 행동하죠. 진상들은 혹시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새벽서가
그러게요. 요즘 미국에도 진상캐릭터들이 많아져서 가끔 어디 조용한 섬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 하게되네요

연해
N
근데 신기한 건 외계인인가 싶다가도 한 번씩 마주칠 때가 있긴 있더라고요. 어디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요. 그럼 화들짝 놀라서 바짝 긴장하고 경계심이 높아지는데, 주변에 말하면 다시 이런 질문이 돌아오곤 하지요.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드라이아이스
확실한 직장 말고 명함에 자유롭게 뭘 적어 넣으려면 자존감부터 높이 쌓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누구나 인정해주는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스스로 인정하는 나의 일을 적어야 하니까요. 그런 연습부터 해야겠어요.
일단 연습해보자면 '춤추면서 글 쓰는 사람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봅니다.' 쑥쓰럽지만 이 정도 적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의경
8. 아침부터 산에 다녀와서 한바탕 대청소를 한 다음 질문 드립니다. (지영 작가님이 주신 질문에 제가 조금 덧붙였습니다. )
<유라tv>에 나오는 두 가족의 관계에 시선이 가더라고요. <주인집 딸>이나 <나비>에 나오는 가족이 구성원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영’과 ‘수현’, 그들의 아이인 ‘유지’와 ‘효나’가 이루어온 보살핌과 챙김이 좋았습니다. 위태로운 ‘유지’와 ‘효나’가 일어설 수 있을 버팀목이 되어 줄 거라는(꼭 그랬으면!) 믿음도 갖게 되고요. 이들을 한 부모 가정의 집합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정상 가족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완벽한 가족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호디에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가족 형태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양쪽 부모가 있는 혈연 관계, 소위 일반적인 가족 형태뿐 아니라 한부모, 비혼모(부), 조부모, 딩크족, 입양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분위로 가는 듯해요. 물론 관습적으로는 여전히 법적 혼인을 통한 혈연 가족을 일반적으로 꼽고는 있지만 교과서에서 다룰 정도면 지금의 청소년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주영과 수현의 관계는 콕 집어서 언급하지 않으면 어지간한 형제 지간보다 더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 친척이나 친구보다 한 동네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사촌이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저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독서모임 회원들이 사촌들보다 훨씬 가깝거든요. 각 각의 삶의 색깔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이니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상은 없지만 서로의 말에 경청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말은 너무 잘하는데, '잘' 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거든요. 하루의 일정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이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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