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생판 모르는 사람과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 적... 독서모임이나 북토크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타인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표현해주시는 분들은 부럽더라고요. 책에 실린 <주인집 딸>도 그렇고, 엊그제 읽은 <소란한 속삭임>이라는 책에서도 낯선 이들과 분위기나 공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은 가슴을 미지근하게 만들어 주어서 좋습니다.
어찌보면 서로 대화할 일이 없는 사이인 것 같은데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 끌립니다%%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일은 잦아도, 왠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 드문 것 같아요. 저는 작년 12월 이후로 온라인 정치 공론장 활동이나 청원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런 일이 감정을 공유하는 일인지 혹은 생각을 공유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류의 '대의'에 참여하는 일은 뭔가 <주인집 딸>에서 느낀 개인과 개인의 연대와는 느낌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함께 분노하거나 공감'하는 일에는 분명 해당 되지만요.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서 (혹은 기타 예술 매체를 접하면서)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하는 일도 질문 주신 내용에 해당 되는 케이스일지 궁금했는데, 마찬가지로 역시 인간 대 인간으로 쌓는 유대와는 그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주인집 딸>은 뭔가 전혀 모르는 타인끼리, 사회를 이루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학교를 다닐 때는 이런 식의 교류가 가능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다들 이미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는 유대를 가진 상태라 그랬을 것 같아요. 학교, 혹은 회사 밖의 사회는 이런 "한 묶음"이라는 의식이 옅기 때문에 유대감을 느끼기 어렵지 않은가 싶고요. 같은 건물 혹은 동네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타인과 한 묶음으로 묶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되려 현대 사회에선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가끔 동네 산책로를 걸으면서 동네 사람들을 구경할 때 나름의 유대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이 동네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가끔 제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NPC보다 조금 더 하나의 개인으로 보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청원에 참여하면 감정과 생각 모두 공유하게 되는것 같아요. 저는 그알 같은 방송에서 미제사건이 나올 때 분노하고 공감하면서 유족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더라고요. 결국 아무런 도움을 줄수 없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고요. 그래도 현실에서건 드라마나 책을 볼때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의미가 있겠지요. 나와 상관없는 일일지라도 내가 속한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니 계속 관심을 가지겠다고 다짐하는데 너무 감정이입을 하면 힘들더라고요.
저는 한 사람의 서사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전이되는 것 같아요. 좋을 때도 많지만 이용당하는 경험도 종종 있었던 터라,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잘 구별하려 하는데, 이것도 참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개개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게 꼭 가까운 관계가 아니더라도 낯선 경로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더라고요. 재작년에 만난 282북스라는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 경우였고요. 이곳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제가 가장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있는 건 '탈 가정 청년들(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은 탈가정 청년을 가정폭력, 파산, 아웃팅 등 다양한 이유로 원가족과 갑작스럽게 단절돼 긴급하게 자립해야 하는 청년으로 정의했다)'이에요.
생각과 감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 그러니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모임이나 행상에 가면 쉽게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유명한 관광지 (특히 역사상 위인과 관련이 있는 곳) 등에 가면 역시 모인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뜻이란 걸 쉽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잘스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를 간 적 있는데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모차르트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것 느끼는 아주 기분 좋은 체험을 한 적 잇습니다.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 시간을 아끼는 기분이 들어요. 서론을 생략할 수 있달까요. 모차르트 생가에 모인 사람들이라니 상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네요. 모차르트는 제가 작업할 때 자주 듣는 음악입니다. 모차르트는 졸리지 않아요....ㅎㅎ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일명 오지라퍼라고도 불리우는 행동을 저는 매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가장 기억에 있는 건 도서관에서 유모차를 끌며 책을 물어보시는 분이 계셨는데 아이가 잠이 왔는지 엄청 찡얼찡얼거려서 그 근처에 얼쩡거리면서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랑 아이컨택 했거든요 아이표정이 진짜 '저 아줌마 왜저래' 하면서 우는 걸 그때는 멈췄는데 ㅎㅎㅎㅎㅎㅎㅎ 그 어머님께서 굉장히 초연하셨다고 할까....아이가 저렇게 울면 당황스럽긴 할텐데 싶었는데 알고보니 아이 넷 엄마시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최근 오지랖 이였습니다 하하핫
전 주로 걸어다니는 편인데,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얘기를 걸때가 종종 있어요. 일정이 바쁘면 간단히 호응하고 내 갈 길 가지만 여유가 있으면 길가 벤치에 앉아 좀더 수다 떨다 가요. 첨엔 오죽 외로우시면 나한테 말을 다 걸까 싶은 마음에 들어 드렸는데 6.25 전쟁통에 살아남은 이야기도 듣게 되고 일제시대 때 겪었던 악덕 일본인 얘기도 듣게 되고 정말 살아있는 역사 얘기에 흠뻑 빠지다보니 어떨 땐 제게 말 걸어줄 할머니를 기다리게 되요. ㅎㅎ
기록되지 않은 생생한 역사네요~ 할머니 귀여우세요^^
제가 대학생때 집에서 알바하러 지하철 타고 가는데.. 그때 어떤 몸이 불편한 50대??아저씨가 계단 올라가는 것좀 도와달라고 하셨어요..그때는 지하철에 아마 엘베가 없었을 꺼예요.. 그래서 제가 그 분 팔을 제 어께에 둘러매고 같이 계단을 올라갔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 두분이서 저희를 보고.. 하이거..남사시러 요즘 애들은 저래 꼭 껴안고 다닌다..부끄럽게. 대충 그런 말을 큰소리로 하면서 저희를 지나쳐 가다가.. 남자분이 나이많은 장애인인걸 보고.. 아이고.. 효녀가 따로없네.. 기특해라.. 또 이러시는 거예요. 참 그때 어이 없다는 생각을 했고.. 마음이 많이 아팠던게..장애인들은 지하철 타기 참..힘들다... (그때는 더했고.. 지금은 나아졌겠지만 여전히)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했어요
10년전만 해도 정말 장애인이 지하철 타는게 어려웠죠. 경사로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았고요. 외출을 포기하고 사는 분들이 많았을 거 같아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네요 ㅜ
네... 사실 그때가 10년은 아니고 20년 전...이지만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서 정신없다고 하지만 또 어느 한편에서는 너무 느린건 아닌가 싶은 것도 있어요
있을 때 잘하자를 실감하게 된 소설이네요
앗.. 있을 때 잘하자. 정답이네요 ㅎㅎ
질문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긴 한데.. <주인집 딸> 읽으면서 오빠와 여동생, 남매에 대해서 감정이 이입되었어요. 저도 오빠가 있고 여동생이에요. 소설 속 주인집 딸, 그 집에 살아보고 싶은 동생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고 할까요. 오빠는 살아봤으니까. 오빠에게 주었었으니까. 당연하게 받았던 사람은 동생이 아니고 오빠였으니까. 이런 생각이요... -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어도 주위의 모든 일이 나와 상관없는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부끄럽게도 잘 모르던 때가 있었어요. 어쩌면 피한 걸지도 몰라요. 무지했고, 무관심했어요. 지금도 적극적으로 분노하며 표현하는 건 잘 하지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며 공감하고 다가가려 하고 있습니다.
저도 오빠가 있는 여동생의 입장으로 부모님께서 오빠가 결혼할 때는 부모님 명의로 된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저렴한 전세값에 전세도 안올리니 돈 모으기 참 좋은 구조로 시작한건데 오빠는 그걸 감사하다는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저는 어쩌다보니 친오빠와 한달차이로 결혼식을 했습니다;; 저는 대출을 많이 받아서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했다보니 매달 갚아나가는 대출금에 좀 허덕였거든요 저도 그 집에 살고싶다는 여동생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겠더라구요.
한달차이라면 더 서운했을 거 같아요. 저는 엄마가 남동생을 좋은 유치원에 보내줬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제가 다녔던 유치원과는 다르게 굉장히 프로그램이 다양했던?
으아 한 달 차이.. 결혼한 친구들이나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신혼집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대출금 상환이 진짜 힘들다고.. 돈도 못모으고.. ㅠㅠ 오빠들은.. 왜 감사함을 모를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주변에 주인집 딸과 같은 인생을 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기회를 남자형제에게 양보하고 묵묵히 감내하고 살면서 병든 부모님을 돌보는 딸들이요... 딸에게 잠시라도 살 기회를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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