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님의 대화: 11. 열한번째 질문입니다. <나비>는 신문기사 한줄에서 시작된 소설입니다. 어린 여학생들이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용해서 성매매를 했다는 충격적인 기사였는데요, 그런 사건이 한줄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한 줄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진실에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게 소설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는 처음에는 분명히 가해자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조차 어쩌면 방치되고 상처입은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여러분도 신문기사나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출발해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이야기였는지, 또 왜 마음에 남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이사를 가서 3호선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퇴근 후에 회사에서 충무로역까지 걸어갈 때마다 어디서 자꾸 북 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명동역 출구 앞 도로 위에 설치된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위에 사람이 앉아 북을 치고 있더라고요.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매일 북을 치고 계신 그분은 한때 세종호텔의 일식 요리사(20년 동안)였던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었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의 현장이었어요(코로나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 등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종호텔 투쟁이 ‘고용 안정을 말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계셨는데, 10m 높이의 그 구조물이 큰 차가 지나가면 흔들리는 시설이라고 하니 걱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오늘도 퇴근길에 그분의 북소리를 듣겠네요). 노동과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한때 진심을 다해 일했을 그분들의 모습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지는 않았겠지만, 강제로 해고당할 만큼 싫지도 않았을 텐데요.
이 모임과 더불어 그믐의 벽돌 책 모임에서 《냉전》을 읽고 있는데요. 그 책을 읽다보면 한 명의 독재자의 횡포가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는지 치가 떨리는 대목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때와 많이 다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전쟁 중인 나라들이 있고,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소설로 써보고 싶은 또 한 가지는 '층간소음'입니다. 저는 실제로 층간소음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던 경험도 있고(한동안 정신과를 다닐 정도로요),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을 때가 많은데요.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의 분쟁이 심해지다 살인까지 일어나는 기사를 접할 때면, 이건 또 어떤 세상일까 싶었거든요. 제 개인적인 경험담까지 덧붙이면 꽤 신랄한 소설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푸념의 장이 되지는 않기를...).
두 편 모두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 어둡지 않을까 싶습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우리는 냉전을 경계가 정해진 충돌로 생각하기 쉽다.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탄생해서 소련의 붕괴와 맞물려 극적으로 종언을 고한, 두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부딪힌 충돌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냉전 연구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이 묵직한 책에서 냉전을 산업혁명에 뿌리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지속해서 반향을 미치고 있는 전 지구적 이데올로기 대결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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