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이 어느 정도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간의 직장 생활이 제 전공과 연관은 있지만 100% 맞지는 않는 일을 하고 있어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할 때 이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군 ... 등의 사고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100%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저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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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1

김의경
동료들과 일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잘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요. 돈하고도 관계가 없더라고요. 기대보다 넉넉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에 일을 하는 내내 마음 붙이기가 힘들었어요.

Alice2023
제목에 두리안이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거군요.
저도 두리안에 대한 강한 편견이 있습니다.
저는 물론 경계인의 삶을 존중하지만 사실 가까이서 접한 적이 없어서 더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것 같애요.
어디선가 편견은 접하지 않았을때가 가장 강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과 세상을 만나봐야 한다고.
특히나 정제된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의 아이들이 그런 면에서는 더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물론 저도 다양한 책과 영화를 보면서 계속 깨어있으려고 노력 중이구요.

김의경
두리안의 맛에서 윤지의 (두 남자에 대한) 선입견은 선입견이 아닌 게 밝혀지지만요. 때로는 직감이 맞기도 한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외국인이 많아서 한국인의 3분의 1은 되는 것 같아요. 그들과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데 솔직히 서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경계인이라고 하면 보통 이주민 떠올리는데 경계취업준비생이라든가 경력단절 여성... 범위를 넓혀서 적성이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연해
우선 '경계인'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경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 경계에 두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것부터 저의 편견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를요. 저는 사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자체가 워낙 높은 편이라,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무서워합니다(겁이 많아요).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한 사람의 내밀한 서사를 낱낱이 다 알고 싶지는 않은 마음 같달까요(그래서 누군가를 너무 깊이 알아가는 걸 두려워합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문득 작가님의 『콜센터』에서 읽었던 이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연해
“ 동민은 배달을 하면서 사람들의 집을 엿보는 게 싫었다. 선결제한 주문이면 피자만 건네고 잽싸게 가면 되었지만 카드 결제나 현금 결제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열린 문틈으로 낯선 삶의 냄새를 맡게 되었다. 갈 때마다 얼굴에 멍이 들어 있는 여자의 집, 늘 눈이 부어 있고 몸에서 악취가 나는 사내아이가 사는 집, 치매 걸린 아내를 돌보는 노인이 사는 집. 으깨어진 피자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에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것은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보다는 외롭고 불행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청춘 파산>, <쇼룸>의 작가 김의경 장편소설. 우리 사회의 불편한 소재인 '갑질'에 얽힌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가 자신의 체험담을 생생한 디테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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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여담이지만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집을 보러 다니는 게 어느 순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주로 방문하는 곳이 1인 가구였는데, 제가 생각했던(상상했던) 모습과 너무도 다른(다양한) 타인들의 모습과 생활 방식을 목도할 때면 깜짝 놀랄 때가 있더라고요. 두리안의 냄새를 통해 선입견이 생기는 것처럼, 누군가의 정리되지 않은 방을 둘러보는 건 또 다른 의미의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요. 전에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플랫폼을 잠시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고민 사연이 제가 감당하기 버거운 것들이라 놀라서 그만뒀던 기억도 납니다. 아직 제 편견인지, 겁인지 모를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Kiara
저도 위의 콜센터 장면이 생생해요. 공감했었거든요.
전에 집 알아보러 다닐 때 많이 놀라기도 어느 면에서는 무섭기도 했는데, 연해님의 마음과 비슷했으려나요. 그 이후에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폭력적인걸 수 있으니까. 누군가는 나의 겉모습과 생활을 보고 그렇게 느끼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연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iara 님 말씀을 읽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제가 타인들을 낯설게 여겼던 것만큼 저 또한 타인에게 충분히 낯선 사람일 텐데. 왜 제 자신은 타인에게 무조건 안전한 사람일 거라 자신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요.

김의경
친구 집만 가도 놀랄 때가 있어요. 저는 완벽히 정리된 친구 집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성격이 털털한 친구라서 정리를 잘 안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리와 청소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연해
하하, 사실 저도 친구분의 성향과 가깝습니다. 결벽증을 넘어 강박증인 것 같아요. 이사 준비하면서 저희 집을 보러 오신 분들이 다 놀라셨더라는... 저는 그게 평범한 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더라고요. 방에 머리카락 한 올 떨어져 있는 것도 잘 못 보는데, 이정도면... (흠) 아 근데, 청소하는 걸 좋아하긴 합니다(치워야 직성이 풀린달까요).

연해
사실 저는 경상도 창원에 살다가 서울로 전학오고,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대외적으로는 친구도 많고(반장도 하고), 학업 성적도 좋았는데, 마음이 계속 붕 뜬 느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살갗이 피가 날 정도로 벅벅 씻었는데(당시 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어요), 그게 결병증으로 자리잡은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좀 지독한 면이 종종 나타나긴 합니다.

김의경
N
청소하면 개운한 거... 저 같은 사람은 절대 모르지만 저는 어지르고 같이 사는 사람은 쫓아다니면서 치워요^^;; 정리 못하는 것도 평생 못 고친다고 하는데 그래도 깔끔한게 백번 나은거 같아요.

김의경
경계심이 너무 없어도 곤란한 것 같아요. 낯선 사람만큼 무서운 것도 없죠. 소설을 읽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해
소설을 읽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입체적으로 무서워질 때도 있... (죄송합니다) 경계심이 너무 없는 것도, 너무 많은 것도 곤란한 것 같은데, 적당히가 늘 어렵더라고요(하핫).
전에 혼자 템플스테이를 갔는데, 그때도 첫날은 그곳에 온 모든 사람들을 (혼자 열심히) 경계했는데요. 밤에 스님과 함께 하는 차담 시간에 갔더니,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인 거예요. 그때 속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더랬죠(아... 세상은 따스한 사람이 많은데, 내가 오해를 했군).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경계심 풀고 편안하게 눈인사도 하면서 잘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타인의 서사를 알게 되면 의외로 쉽게 허물어지는 게 경계 같기도 하더라고요.

김의경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더라고요. 요즘은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타인의 서사를 알게 되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드라이아이스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순간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항상 경계인이 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예전에 외국에서 1년을 살았는데, 그 시간은 관광객이 아닌 경계인의 삶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경계인은 내가 모르는 낯선 이라서 보통 두려움이나 혐오의 감정을 가질 수 있지요. 반대로 신비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느낄 수도 있구요. 중요한건 그 감정이 상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늘 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낯선 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도 길러야 겠지요.

김의경
정말 그렇네요. 동네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사는데 저는 히잡을 쓴 아랍 여성들에 대해 신비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활짝 연 창문 사이로 반지하 집이 들여다 보이는데 집안에서도 히잡을 쓰고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너무 궁금해요.

물고기먹이
친구가 심리학 쪽에 있다보니 이번에 기질과 성격을 무료로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타인과의 접촉에 허들이 낮은 편이 더라구요.
그렇다보니 기본적으로는 선입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삶에 녹아져있는 태도와 말투 눈빛 행동등에서 두리안과 같은 경계인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경계인을 만나게 되면 일단 그들의 삶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삶이 어떠한지는 자세 히 모르겠지만
나와 다른 결이라고 생각하고 보통 1회성 만남으로 끝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은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나와는 좀 결이 다른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린
경계인이라...
아마 시댁모임일때 느끼는 거 같아요..
제가 이제 결혼했으니.. 시댁을 가족처럼 여겨야 겠다거나,, 그 반대이거나.. 그런 거 없이.. 그냥 남편의 가족.. 그 정도로만 여겨서 그런거 같아요.
여기에 뭐 나쁜맘 좋은맘 그런거 없이..남편의 가족이 팩트니까. 거기에 더도 덜도 아닌 마음이라 그런거 같고 경계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거에도 불편한 마음도 없고,, 절대 친해지지 않을꺼야..하는 마음도 아니고. 예쁨받는 며느리가 될꺼야 그런 맘도 없어서,, 그런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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