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님의 대화: 2. 과일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더니 기분이 상큼하네요. 지금 대부분 첫 번째 소설을 읽고 계실 것 같은데요, 두 번째 질문 드리겠습니다.(지영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순간접착제>에서 ‘예은’이 무쇠 밥솥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쌀 한 톨이 돼서 밥으로 태어나고 싶다며 “뭔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며칠 간격으로 신발에 순간접착제를 발라가며 살아가는 ‘예은’이 스스로 쓸모없다고 여기는 게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고요. 저도 저 자신의 쓸모를 지독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기에 오래 붙든 내용인 것도 같습니다. 쓸모의 기준은 제각각일 텐데요. 어떤 경우에 자신이 쓸모가 있다고/없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소설 속에서 '순간접착제'는 사회가 바라보는 일용직 및 계약직 노동자, 알바생, 파트타임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은이 순간접착제를 다 떨어진 신발에 바를 때마다 쓸모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종종 노년층이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로 느껴졌을 때라고 하는 통계 자료나 문헌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20대 젊은이들이 자신의 쓸모에 대해 의심하는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못한 거겠죠. 아직까지는 제 쓸모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한 적은 없었지만,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어느 순간에 접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