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네요. 저도 이십대에 회사에 다닐 때(초짜시절) 저의 쓸모에 대해 고민했어요. 상사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난해하게 들리던지요. 그냥 일을 주는 상사가 제일 좋은데...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하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했던 거 같아요.
[📚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김의경

꽃의요정
아직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해(아마 30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만).....컥

마키아벨리1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공학적 문제를 푸는 해석이 전공입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제 분야는 전산해석의 정확도가 높지 않아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 업무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좋아져서 전공지식은 없으면서 대용량의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전체적인 연구의 질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나름 제 분야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지만 실제로 설계나 생산에 공헌한 적은 많지 않아 쓸모 없는 분야를 전공한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을 평생해 온 것 같습니다. (현재는 원래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의경
컴퓨터공학과이신가 봐요. 빨리 변하는 분야라서 더 그럴 것 같아요.
Rhong
쓸모없다는 감정보다 더 비참한 감정은 없는 거 같아요. 주로 남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맘이 들 때, 쓸모있다고 느끼곤 했기에 이타적으로 살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쓸모있음의 정의가 좀 많이 달라져도 괜찮을만큼 성장하려고 노력중입니다. The Last Rifleman에서 비참하게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영웅으로 불리는 것이 괜찮아지는 주인공처럼요.

Alice2023
저는 대학때부터 제가 용돈을 벌어서 생활하고 쭉 일을 해서 누군가에게 용돈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일을 그만두고 남편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저의 쓸모에 대해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을 하지 않아 소속이 없어지니 나의 정체성과 효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사춘기에 했어야 했는데 너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구요.
소설 <순간접착제>에서는 언니처럼 따랐던 마카롱 집 알바까지 경영난으로 그만둬야 할때
제가 더 마음이 아팠어요. 일일 알바는 어차피 큰 기대 없이 갔다지만 마카롱 집은 나름 나의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곳에서 마저 일회용 취급을 받을 때 정말 어디서도 쓸모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같애요.
지니00
첫 취업 후 너무 바빠서 드디어 책을 읽기 시작해 <순간접착제>를 다 읽었습니다. 주인공과 상황은 다르지만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정말 마음 아프고 먹먹하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삼각김밥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때 까지 정말 많이 먹던 음식이라 더 와닿았습니다 ㅎㅎ 김의경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너무 좋아서 작가님과 대화할 수 있는 게 정말 영광으로 느껴집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봤는데 저는 제가 쓸모있다거나 쓸모가 없다거나 생각해본 기억이 나질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운 취준 기간에도 딱히 우울하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나네요. 이 주인공들은 어려운 상황에 있긴 하지만 쓸모에 대 해 상관하지 않다면 마음니 덜 아팠을 것 같네요… 세상 모두가 자신이 존재만으로도 가치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의경
상황이 어려울수록 단순해질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저도 쓸모 같은 거 상관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그러기가 쉽지 않겠죠..

꽃의요정
독서야말로 세상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한테 해 주라고 한 어떤 작가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는데
"쓸모는 모르겠고, 우린 책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는걸."이라고 해 주라고 하셨어요.
(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ㅋㅋ)
예전에 그믐에서도 자주 한 말이지만, 눈이 펑펑 쏟아져서 앞도 안 보이는 날 1km가 넘는 도서관에 걸어가며 제가 왜 이런 미친짓을 하나...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근데 답이 아주 간단했어요.
'좋아하니까!'
그 이후엔 어떤 책을 읽든 뭘 하든 그냥 즐겁게 하기로 했어요. 정말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Kiara
꺄!! 좋아하니까 ><

연해
간결하고 확실한 대답, "좋아하니까!"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siouxsie 님(찌찌뽕)
수지님의 글을 읽다가 어제 읽었던 책의 문장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살포시 놓아두고 갑니다. 책의 제목을 살짝 바꿔서 독서 만세입니다:)

연해
“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열망하고 꿈꾸고 이루고 싶은 것에 다른 사람의 인증이나 보증은 필요 없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이를 설득할 근거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근거를 통해 내 마음과 감각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
『소설 만세』 정용준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