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요. 식당에서 종종 이런 일이 있던데, 이 '버럭'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삼킨 밥이 도로 올라올 것 같은...).
[📚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D-29

연해

아린
저도 쓸모라는 단어를 생각해 봤는데요..
전 여전히 거의 매일 오늘 난 쓸모가 있었나..? 이런 생각을 해요.
제가 생각하는 하루가 있거든요..(회사업무-집안일육아-개인(공부 운동 독서)) 이 삼각형이 완벽한 하루가 내가 바라는 하루인데.. 사실 하루도 이 삼각형이 이루어진적이 없어요.. 그래서 거의 매일 난 오늘 쓸모가 있는 하루 였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생각해 보면,,어떤 집착에 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완벽한 삼각형에 대한 집착이라고나 할까요..?

물고기먹이
자신이 쓸모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주변의 영향을 좀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시는 "역시 딸 밖에 없어"
신랑이 말해주는 "여보야가 최고야, 여보같은 사람이 없어!"
아이들이 말해주는 "엄마 사랑해~ (안아주기 포함)"
이런말이 주기적으로 들려오지않음 좀 슬퍼지는 것 같아요. 신랑과 아이들이 매일 이야기 해주고 있어서 일단 쓸모있게 살아가고 있구나~하고 있습니다.

김의경
너밖에 없어. 좋은데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닭살 대사도 종종 날려줘야겠네요^^

연해
'쓸모'라는 단어에 참 많은 생각이 스쳐갑니다. 제 경우에 쓸모는 '기능'의 관점으로 보이는데요. 제 기능이 다했다 여겨질 때 쓸모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사물에 비유해서 좀 그렇지만 망가진 장난감처럼요).
어릴 때는 몸이 지독하게 허약해서 자주 아프곤 했는데요(한 번도 개근상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실을 간 적도 몇 번 있었고요. 그때마다 저의 쓸모를 생각했습니다. 몸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니 인간적인 존중을 받기가 어렵더라고요. 건강한 몸이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며 자랐던 것 같습니다(가정에서요).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해서 건강에 꽤나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밉다가도 아프다고 하면 (단호했던) 마음이 흔들립니다.
제가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그걸 확인받기가 두려워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 늘 최선을 다하고, 떠나야 할 자리는 기민하게 알아채고 미련 없이 떠나는 편인데, 이게 쓸모와도 연결되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의경
몸이 약하면 그럴 수 있겠네요. 저는 초중고 개근상을 받았지만 요즘은 조롱하기도 한다니 개근이 더이상 성실의 지표가 아닌 모양이에요. 요즘은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10분이라도 썼다면 말일에 저에게 선물(짜장면 짬뽕 먹기 같은)을 주고 있어요.. 내 개근은 내가 축하하자는 맘으로요^^ 떠나야 할 자리는 기민하게 알아채고 미련없이 떠나는 것은 어려운 만큼 매력적이네요.

연해
으아, "내 개근은 내가 축하하자" 너무 멋진 문장 같습니다:)

하금
저는 개인적으로 취업 이후에야 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학창시절 알바 경력 없이 바로 취업을 해서 그런가, 경제력이 생김과 동시에 '1인분의 밥값'을 다 해야한다는 압박을 처음 받은 초짜 신입시절 유독 제 쓸모에 대해 강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 초기에 저의 쓸모는 상사의 피드백이 결정했어요. 이정도의 업무는 잡음 없이 해내야, 이정도의 지식은 남에게 묻지 않고도 술술 대답할 수 있어야, 쓸모가 있고 오랫동안 볼 수 있는 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단 압박감이 강해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서는 스스로 정한 내면의 기준에 도달할 때 '쓸모를 다했다!'라는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압박감을 성취욕으로 전환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취업 초기에 학습한 외부의 기준을 체화한 것 뿐이지 않을까-하는 아쉬운 맘도 드네요.

하금
나와 예은은 쓸모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읽고 문득 궁금해졌어요. 당장 하루 '땜빵'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 할 수 있는 상태, 고용인이 나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짐짝처럼 여기지 않는 상태를 의미했던 걸까요? 예은이 무쇠 밥솥 안의 쌀 한 톨이 되길 바랐던 부분을 생각하면 '올해의 사원'처럼 거창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이 아니라 군중 속의 한 사람, 모나지도 튀지도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랐던 것 같아서 더 씁쓸한 여운이 남아요.

김의경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네요. 저도 이십대에 회사에 다닐 때(초짜시절) 저의 쓸모에 대해 고민했어요. 상사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난해하게 들리던지요. 그냥 일을 주는 상사가 제일 좋은데...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하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했던 거 같아요.

꽃의요정
아직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해(아마 30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만).....컥

마키아벨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