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님의 대화: 해가 갈수록 가정의 형태도 점점 더 다양하게 변모하는 것 같습니다. '정상 가족'이라는 틀도 서서히 옅어져가는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구성원이 어떠한지보다는 인원이 많든 적든, 성별과 나이가 어떠하든. 그 모든 걸 떠나 건강한 대화가 지속 가능한 형태이길 지향합니다. 위계나 권위가 당연시되지 않고, 편하다는 이유로 서로의 선을 함부로 넘나들지 않는 관계랄까요(편한 것과 편안한 것은 다르다 생각합니다). 명절만 되면 오고 가는 말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기는 게 단편적인 예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소중하다면서 왜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참... 서로가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 연대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라면 꼭 피가 섞이지 않아도 '주영'과 '수현', '유지'와 '효나'처럼 끈끈하게 응원할 수 있는 가족의 형태이지 않을까 싶어요.
최진영 작가님의 『겨울방학』이라는 소설집에 '가족'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는데요. 저는 읽으면서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는데, 이 질문에 답하다가 문득 그 소설의 문장들이 떠올랐습니다. 결혼을 앞둔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에요.

겨울방학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통해 순도 높은 사랑을 선보이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최진영 소설집. 폭력과 고통의 세계를 거침없이 펼쳐 보였던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자세와 눈빛으로 우리의 아홉 살을, 열두 살을, 그리고 현재를 바라본다.
책장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