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도서 증정] 이지유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

D-29
자칫 유치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걱정도 좀 됐었는데 siouxsie님 말씀에 마음이 놓입니다.:)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어.' 어릴 적 리나가 인만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아버지인 인만과의 기억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이 말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가 리나와 만났고, 리나에게 호감을 표했고, 리나에게 질병청 관리국과 바이러스 연구소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하필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썼다. '이게 다 우연이라고?'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90, 이지유 지음
재미있는 부분 골라주셔서 감사드려요. 배리나가 살아오면서 취한 태도, 신념이고 그게 아버지로부터 왔음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어릴때의 영향이 어른이 되서도 크게 작용하네요. 문득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배리나가 살아오면서 취한 태도, 신념이 아버지로부터 왔던거였네요. 앞부분을 읽을때 궁금했거든요 !
네, 그런 걸 의식하며 썼어요.
리나는 이가 절로 갈렸다. 은정욱은 처음부터 리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었던 거다. 리나는 자신이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 한이 리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작정하고 속이려는 속이려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왠만해선 아무도 몰라요." "왠만하면 안 돼요, 나는." 리나는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었다고 생각했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102, 이지유 지음
배리나가 은정욱의 배신에 슬퍼하거나 과거를 곱씹거나 하는 건 그녀가 처한 상황과도, 그녀의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와도 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걸 원동력으로 다음을 향해 가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하긴 배리나는 감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느낌의 캐릭터였죠.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걸 원동력으로 다음을 향해 간다고 생각하고 쓰셨군요
집필 당시에는 배리나가 동요하는 걸 얼마나 넣을지 고민이 많이 됐는데 어쨌든 자신의 목표(아버지에 대한 진실 알기)가 다른 것보다 우선인 성격임을 명확하게 하는 걸 선택했어요.:)
태호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충전을 못 해서인지 점점 안드로이드 티가 났다. 어쩜 감쪽같이 몰랐을까. 리나는 새삼 자신이 태호의 안드로이드 특성을 눈치채지 못한 게 놀라웠다. 옷 사이로 가끔 푸른빛이 보이기는 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였다. 태호가 시람이 아닐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123, 이지유 지음
어떤 '사실'을 보아도 선입견이 작용하면 간과하고 지나가버리는 사람의 시스템을 말하고 싶었어요. 농구경기에 몰입하게 해놓고 고릴라였는지 다른 게 지나가는 걸 보여줬지만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 있거든요.
인간인척 연기하는 안드로이드라니.. 나중에 실제로 있을것만 같아 무섭네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고." 정욱이 일본어로 중얼거리다 인상을 찌푸렸다. 착한 눈동자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욱은 자신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어쩐지 기분 나빴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리나는 정욱의 목소리가 좋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비웃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다. 리나와 보내는 시간은 나름 재미있었다. 리나가 자신의 정체를 상상도 못 할거라고 생각할 때마다 짜릿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달콤한 시간을 가질 때는 진짜 연인인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129, 이지유 지음
은정욱의 비뚤어진 사고를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였어요.:)
은정욱의 어린시절이 궁금하네요. 어린시절에는 어떤 인물이였을지 책에서는 자세하게 안나와서 아쉬워요. 원래부터 철저하게 스파이처럼 자라왔을지 아니면 나중에 그렇게 된건지가 궁금해요.
혹여 그런 부분이 가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캐릭터들의 서사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만 쓰려고 했어요. 이 작품을 쓰며 경계한 것 중 하나가 늘어지는 거였거든요. 액션 스릴러에서는 늘어지는 게 가장 안좋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쉬워하시는 마음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서사 부분이 스토리의 흐름과 적절히 부합할 수 있도록 더 균형을 잡아보려 합니다.:)
전라남도 구영시의 새벽은 유난히 조용했다. 변형 엔하임 환자가 집단발생한 탓인지 차 한 대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143, 이지유 지음
일상의 새벽이 아닌 두려움의 새벽 느낌으로 다가가기를 바랐습니다.:)
"공항까지 같이 가시죠." 한이 조심히 안으로 들어와 리나에게 팔을 뻗었다. 가방을 달라는 뜻이었다. 리나는 말없이 한에게 가방을 내주었다. 이렇게 찾아와준 게 조금은 고마웠다. 집은 나온 리나는 한의 스카이 카에 오르기 전,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 "타세요." 담담한 한의 목소리가 어쩐지 위로가 됐다. 한이 괜찮은지 물어봐주지 않아서, 티 나게 위로해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조수석에 올라탄 리나는 스카이 카가 떠오르며 집이 점점 멀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자신과 인만의 추억도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p148, 이지유 지음
두 캐릭터 모두 하는 일이 하는 일인 만큼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쪽으로 그렸어요. 어투에서 묻어나는 느낌으로 리나가 한의 마음을 안다든지 그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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