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의 새로운 얼굴들] 유령의 마음으로

D-29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_240쪽, [빠르구나, 빨라. 서울에서 내 죽임이 잊히는 속도는 한밤중의 배달 오토바이만큼이나 빠르다. 하기야 서울은 사람이 아쉽지 않은 도시, 사람 하나쯤은 티 나지 않는 도시이니까. 같은 이유로 나는 서울을 좋아하기도 했다.]
248쪽, [스크린 속 숫자가 0이 되자 무대 조명이 켜지고 콜드플레이가 등장했다. 함성과 함께 응원 불빛이 물결처럼 흔들렸고, 관객들의 머리 위로 종이 눈이 쏟아졌다. 흥분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가만히 눈을 맞고 서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었지만 내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들뜨거나 흥분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눈앞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서도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온갖 색의 조명으로 물드는 무대와 관객들을 바라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팔을 천천히 앞으로 뻗어 보았다. 조명에서 나오는 붉은 빛은 내 팔에 닿는 순간 사라졌다. 다른 조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색의 조명이 닿아도 내 팔은 변함없이 어둠, 새까만 어둠이었다. 나는 어두운 팔을 바라보다가, 화려한 빛으로 물든 무대와 관객들을 바라보다가, 첫 곡이 끝나기 전에 공연장에서 빠져나왔다.]
249쪽, [왜 그랬어? 그냥 기분이 이상했어. 거기서는 아무 생각도 말았어야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만 바라보았다. 청소기 말이 맞았다. 공연장에서는 아무 생각도 말았어야 했다.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 있는 것이, 그것도 지나치게 살아 있는 것이 무서웠고,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무서웠다.]
255쪽, [첫차를 보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으세요? 여자가 물었다. 용기가 필요해서요. 역무원이 대답했다. 그는 생전에도 마음이 무너질 때면 첫차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고 했다. 조용하던 플랫폼에 약속처럼, 마법처럼, 때로는 기적처럼 첫차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없던 용기가 생겨났다고.]
262쪽,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다음과 같은 장면들로부터 흘러나왔음을 적어 둔다. 침대 발치에 놓인 거울, 방 안에서 내려다보던 새벽의 고속도로, 폐업한 가게 내부에서 죽어 가던 식물들, 흐르는 물, 더 세게 흐르는 물, 독립 영화관 스크린에 닿던 지하의 빛과 가로수에 닿던 지상의 빛, 나무라는 이름의 나무, 새벽 첫차와 자정의 택시, 신경증과 환영들, 낮 같았던 밤과 밤 같았던 무수한 낮들.]
삶을 조금이나마 조금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지게 만든 책이었다. 길을 걷다가 나무에게서도, 버려진 청소기에서도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오....'유령의 마음으로'를 읽고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과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셨군요. 임선우 작가님이 읽으시면 왠지 찡하실 듯.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클레이하우스/책 증정] 『축제의 날들』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한빛비즈/책 증정] 레이 달리오의 《빅 사이클》 함께 읽어요 (+세계 흐름 읽기)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 두산아트센터 뮤지컬 티켓을 드려요
[초대 이벤트] 뮤지컬 <광장시장> 티켓 드립니다.~6/22
예수와 교회가 궁금하다면...
[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이수호 선생님의 교육 에세이 <교사 예수> 함께 읽기[올디너리교회] 2025 수련회 - 소그룹리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6월의 그믐밤도 달밤에 낭독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벽돌책 같이 격파해요! (ft. YG)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
반가운 이 사람의 블로그 : )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조용한 질문 하나씩[n회차 독서기록]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를 다시 펼치며, 두 번째 읽는 중간 단상
내일의 고전을 우리 손으로
[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예제가 뭐에요?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