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렌마트 희곡선> 고전문학 읽기 열세번째

D-29
자하나시안 여사. 우리는 아직 유럽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신앙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귈렌 시의 이름으로 여사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인간성의 이름으로 거절합니다. 손에 피를 묻히느니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습니다.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54,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귈렌시의 시민들은 신앙을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일 (시민 1의 발을 본다) 호프바우어 씨. 당신도 역시 새 구두를 신었군. (여 자들을 본다. 그들에게 결어간다 천천히, 두려움에 휩싸이며.) 댁들도. 노란 새 구두. 노란새 구두를 시민 1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군 시민 2 허구한 날 낡은 구두를 신고 돌아다닐 순 없잖나. 일 새 구두 무슨 돈으로 새 구두를 샀지? 여자들 외상으로 했어요. 일 씨. 외상으로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6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아무도 날 죽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를 너나없이 바라고 있어요. 그러다 언젠가 어느 한 사람이 실행을 하겠지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70,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당신들 희망은 미친 짓이었고, 기다림은 무의미했으며, 당신들이 한 희생은 어리석었으니 당신들의 일생은 헛되이 탕진된 거예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99,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이 작은 도시들을 떠나던 그 옛날 거울이었지. 학생용 세일러복을 입고 붉은 머리카락을 땋아 늘인 채 만삭의 몸으로 길을 나서는 내 뒤에서 주민들은 입을 비죽이며 웃었어. 나는 추위에 떨며 함부르크로 가는 열차에 앉아 있었지. 차창에 낀 성애 뒤로 페터네 헛간이 희미해질 때 결심했어요. 언젠간 돌아오겠다고. 이제 나는 돌아왔어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99,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이의를 제기하는 바요!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해! 귈렌은 끔찍한 짓을 모의하고 있습니다!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10,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사람들이 당신을 죽일 거요.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당신 역시 이미 오래전에 알았고. 귈렌 사람치고 그걸 인정 하려 할 사람은 없을 거야. 유흑은 너무 크고, 우리의 가난은 너무 혹독하오. 나는 한 가지를 더 알고 있소. 나도 그 일에 가담할 거란 사실이오. 서서히 살인자로 변해 가는 나 자신이 느껴지오. 인간성 대한 믿음은 힘이 없어요. 그걸 알기에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소. 나는 두렵소, 일 씨. 당신이 그랬듯 두려워요. 아직은 압니다. 우리에게도 한 번은 저런 노부인이 오게 되겠지요. 언젠가는 말이오. 그러면 지금 당신이 겪는 일을 우리도 당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아직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곧, 아마도 두세 시간만 지나도 나는 그런 사실을 망각하게 될거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당신들은 이제 나를 심판해야 하오. 당신들의 판결이 어떻든 나는 거기에 복종할 거요. 그것이 내겐 정의니까요. 당신들에게 무슨 의마가 될지는 모르겠소. 당신들이 자신의 판결 앞에 떳떳하길 간절히 빌 뿐이오. 당신들은 날 죽일 수 있어요. 나는 탄식하지 않을 것이며, 항의하지도 않겠소. 저항도 없을 거요. 그러나 당신들이 할 행위를 면제해 줄 생각은 없습니다.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22,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예전의 잿빛 세상은 약간의 기술로 인해 반지르르하고 부유한 세상으로 바뀌었고, 이제 해피 엔드 세계와 합류하는 것이다. 깃발, 화환, 포스터, 네온사인 등이 개축된 기차역을 둘러싸고 있다. 거기에 귈렌의 여자들과 남자들이 이브닝드레스와 연미복으로 차려입고 두 개의 합창단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의 합창단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50,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보호하소서 우리의 신성한 재산을, 보호하소서. 평화를 보호하소서 자유를. 밤은 멀리 두시고 다시는 어둡지 않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도시, 새로이 소생한 화려한 도시, 우리의 행운을 행복하게 즐기도록 하소서.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54,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조금만 읽어야지 하면서 시작한 희곡 <노부인의 방문> 숨 고르면서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합창했듯 신성한 재산을, 화려한 도시를 지킬 수 있을까. 교장이 말했듯 그들에게도 노부인의 방문이 올 것이다. 어느 순간에 말이다. 다시 쓰러져 가는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빌라의 살롱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을 것인데, 장소와 시간, 줄거리의 통일을 엄격하게 지키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는 고전저인 형식만이 적합할 것이다.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182,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정신병원 설립자인 명예 의학박사 마틸데 폰 찬트는 유서깊은 가문의 후손이고 인도주의자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명성을 얻고 있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모든 엘리트가 그녀의 환자이다. 저명인사 환자들은 우아하고 빛이 잘 드는 새 건물로 옮겨갔고, 현재 빌라의 살롱에는 물리학자 세명이 환자로 입원해있다. 그들은 모범적인 환자인데, 최근에 우려할 만한 일이 생겼다. 환자 한명이 간호사 한명을 목졸라 죽였는데, 지금 동일한 사건이 또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인간적인 방식이지요. 기왕 정신 병원에 있는 다음에야 미친 짓을 해 쥐야 과거를 지워 버리기가 쉬운 거요. 내 가족은 양심의 가책을 느길 필요 없이 나를 잊을 수 있소. 소동을 부려서 다시 한번 나를 찾으려는 마음을 없애 버렸지. 그 결과 내가 어떻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병원 밖 가족의 삶이 의미 있을 뿐이요. 미친 척하는 것도 돈이 들어요. 십오 년 동안이나 내 착한 아내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으니, 결말을 내야만 했던 거요. 오늘이 좋은 기회였소. 솔로몬이 계시해 줘야 할 것을 계시해 준 셈이지. 가능한 모든 발명들의 체계는 종결되있고, 마지막 페이지들이 구술되었으며, 내 아내는 새 남편을 찾았소. 고지식하도록 착한 로제 씨를 말이오. 모니카 간호사는 안심해도 돼요. 이제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것이오. (들어가려 한다) 모니카 간호사 계획적으로 행동하시는구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20,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수사빈장>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해마다 이 소도시와 인근에서 살인자를 몇 명 체포합니다. 많지는 않아요. 여섯 명도 채 안 되니까요. 두세 명은 기쁜 마음으로 체포합니다. 나머지 사람들한텐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나는 그 사람들을 체포해야 합니다. 정의는 정의이니까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41,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그런데 선생과 선생의 두 동료가 일을 낸 겁니다. 처음에는 내가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죠. 하지만 지금요? 갑자기 그것을 즐기게 되었어요. 환성을 올린 정돕니다. 체포하지 않아도 양심에 거리낌을 느낄 필요가 없는 살인자 세 명을 발견한 겁니다. 최초로 정의가 휴가를 받은 셈이죠. 굉장한 기분입니다. 정의라는 건 말입니다. 전쟁, 사람을 혹사시켜요. 정의에 헌신하다 보면 건강상으로나 도덕상으로 황폐해진답니다. 난 휴식이 필요했지요. 고마워요. 이런 즐거움은 선생 덕이니, 부디 건강하십시오. 뉴턴과 아인슈타인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솔로몬 왕에게 제 말 좀 잘 해주시고.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41,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이상하군. 보통 우린 저녁 식사를 가볍게 했는데. 간단한 음식으로. 다른 환자들이 새 건물로 간 다음부터 그랬지.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42,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아인슈타인> 자발적인 실종이었소.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46,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우리가 닦아 놓은 길을 인류가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인류가 결정할 문제지 우리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오. 우리 역시 당신들처럼 성과가 필요하오. 정치 체제가 학문의 손 안에 있어야 할 필요도 있고요.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253,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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