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코난 저도 책을 읽으며 '악의 평범성'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니 과연 인간을 날카롭게 통찰한 말이지요. 한편으로는 가해자의 동기를 '평범함'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도 그 상황에 있었다면 그랬을지 모르니 스스로를 경계해야지 하면서도, 나와 다르지 않은 가해자의 행동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들게 되니까요. 아렌트는 평범함보다는 무비판적으로, 기계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모습에 주목해 이 개념을 만들었다지만, 정작 이 개념을 만들게 된 재판의 주인공 아이히만은 적극적인 나치즘 신봉자에 확신범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생각해 보았는데,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저도 역사에 떳떳하진 못하겠구나 싶네요.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다른출판사/책 증정] 《나쁜 유적지들》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다른편집자J

콩지
23p의 '일본군은 난징에서 단 6주 만에 3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12초에 한 명씩 사람을 죽인 셈이죠.' 구절을 읽으며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가 저어되었어요. 구체적인 수치가 주는 무게감을 느끼며, 과연 이렇게 비인륜적인 제노사이드의 가해국과 피해국이 실질적이고 평화적인 화해를 이룩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기약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 객관적인 기록 남기기로서 역사 바로 세우기, 학살이 일어난 역사적 공간 보존하기(독일의 유대인 수용소 보존처럼요) 등등요. 아무래도 첫장이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이야기라 그런지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졌고, 위안부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지지부진한, 시원치 않은 과거사 청산이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다른편집자J
@콩지 30만 명이라니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치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질적이고 평화적인 화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한 국가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바란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특히 그 국가의 영향력이 세다면) 생각할수록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화해란 진실 위에 쌓는 것이기에 적어도 진실을 밝히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고 있고, 그렇다면 그 길에 조금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1장은 원래 난징 대학살이 아니었는데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고, 그래서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사건이라 앞으로 오게 되었습니다(원래 1장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실 수 있습니다!)
콩돌
1장 난징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32쪽 30만명의 조난자 표기에 한국어가 간체자, 한자 다음에 등장한다는 거에요. 중국의 안내문 표기에 한국어 등장 순위가 항상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독도 문제를 두고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20세기 일본의 만행앞에서는 한중이 한마음이 되는 느낌을 받았네요. 일본이 난징에서 벌인 일은 전쟁중이라면 으레히 일어날 수 있는 만행인지 일본만이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인지는 모르겠네요. 인간이 벌이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만약 일본인들이 유독 잔인한거라면 왜 일본은 그런 민족성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다 아는데 저만 모르고 있는 일일수도...

다른편집자J
@콩돌 재난의 벽을 바로 보셨군요:) 저는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조난자'라는 말을 쓴 것이 인상적이어서 혹시 어떤 의도가 있나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생자', '참사자'라는 말을 더 많이 쓰니까요. 사람이 입은 피해에 초점을 맞춘 희생자 대신 조난자라는 말을 써서 학살이 재난이었음을 강조한 것은 아닌지, 전쟁의 혼란으로 실종되거나 일본군의 은폐로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을 내포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한자를 한글로 그대로 옮겨 적었을 확률이 높겠지만요.

Mae
난징대학살 중에 필사적으로 구조활동을 진행했던 외국인들이 전부 비참한 말년을 맞이했다는 게 슬프고도 익숙하게 다가오네요. 근대적인 의미로 최초의 인권조사관이었던 로저 케이스먼트도 아일랜드 출신 벨기에 인권조사관으로 콩고에서 복무하면서 그곳의 원주민 착취를 고발하고, 오랜 시절 동안 (그 사실을 거의 잊어버릴 정도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신의 고국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앞장섰지만 결국 반역죄로 처형당해... 우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편집자님이 위 댓글에 남겨주신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인용문 너무 충격적이에요...ㅋㅋㅋ 욘 라베의 동기는 오로지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의리였던 걸까요...? 탈정치적인 사고가 가장 정치적인 행위를 이끌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음 이게 당연한건가 싶어지네요...~

다른편집자J
@Mae 고귀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끝이 그랬다는 게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은 살아남아 이렇게 기억되는 것을 보면 삶이란 결국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로저 케이스먼트라는 이름은 처음 알았는데 참 안타깝네요. 유럽 제국주의 시대에 문명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폭력과 착취에 관심이 많은데 당시에 근대 최초의 인권조사관이라니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라베의 모순적인 모습은... 저도 참 혼란스러운데요. 난징에서의 학살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에 행동이 앞섰지만, 독일로 돌아가 유대인 학살의 진상을 알게 됐을 때는 그에 동조했던 만큼 큰 충격과 죄책감에 빠졌고 그로 인한 고뇌와 내적 갈등이 침묵을 선택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써놓고 보니 '탈정치적인 사고가 가장 정치적인 행위를 이끌었다'는 말이 정말 그렇네요.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는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니 늘 경각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조이유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정을 지금확인해보니 잘못알고 있었습니다. ㅠㅠ
우리나라를 발판삼아 중국에 만행을 저지른 일본에 대해서 한중 협력이 대안인것 같습니다. 난징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책을 통해 깊은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편집자J
@조이윤 한 회차의 기간이 짧아 그저 아쉽습니다ㅠㅠ 회차와 상관없이 느낀 점을 언제든 편하게 올려주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난징 대학살의 경우, 우리나라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으면 좋겠네요. 저부터 주위에 열심히 알려야겠습니다.

콩지
“ <세계 인권 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나며 인류애의 정신으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
『나쁜 유적지들 -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서 배우는 인권』 58p., 박민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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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끝
몇 년 전에 난징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여름이어서 왠만한 관광지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막연하게 난징에서 대학살이 있었지.. 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기념관에 가서 생생한 자료들을 보니 일본이 벌인 만행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끔찍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몰랐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그때 여행하며 보았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학살이란 정말 너무 무섭고 끔찍한 일입니다. 이렇게 뻔한 증거가 있는데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는 너무 화가 납니다.



다른편집자J
@처음과끝 말씀을 들으니 나중에 꼭 한번 난징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기념관 안팎에 전시된 조형물 크기나 개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십자가 기념비는 정말 크네요. 기념관 안의 기록들도 그렇겠지만,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어머니나 도망치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을 보면 그 끔찍함과 슬픔에 마음이 압도당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진과 느낌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과끝
“ 역사는 역사이고, 사실은 사실입니다. 재판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난징 대학살의 진실이 밝혀졌고, 수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역사를 잊는 것은 진실을 거부하고 배신하는 것으로 범죄를 반복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난징 대학살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와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
『나쁜 유적지들 -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서 배우는 인권』 p.33, 박민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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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리
당시에 목베기 시합이라는 내용이 일본 본토에서 버젓이 신문에 실렸다는 게 놀랍네요...군국주의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던 분위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특정 사상과 이론을 맹신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우리나라 사회는 과연 이것을 잘 피하고 있는 건지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른편집자J
@하료 자랑스레 신문을 장식한 것은 물론이고, 그러고도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두 장교는 훗날 중국으로 소환되어 사형을 받았다고 하지만, 공식적으로 처벌받은 일본군 고위장성은 2~3명이 전부였다고 하네요. 또 다른 한 명은 일본 왕족이라 처벌을 면했다고 하고요. 잘못된 믿음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을 뿐만 아니라, 그 책임조차 온전히 마주하지 않게 만들어서 회복과 화 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콩지
2장 홀로코스트 부분을 읽으며 <이것이 인간인가>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쓴 프리모 레비가 생각났어요. 아유슈비츠 생존 작가로 그 곳에서의 참상을 글로 남기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요. 나치가 유대인에게 자행한 무자비한 살상 행위는 삶과 생존이란 고귀한 가치를 혼자 살아남았다는 부끄러움, 죄책감으로 격하시킬 만큼 파급력이 큰 범죄였지 싶습니다. 반면, 유대인 후손들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자행하는 살인 행위를 보며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다른편집자J
@콩지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삶이었을 텐데, 살아남았기에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삶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인류는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스러웠을 테고요. 사람들은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기를 거부한다는 그의 말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최근 이스라엘에서 하마스가 구호품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막는다며 팔레스타인에 구호품 반입을 차단했는데, 이 모습을 보면 고통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망각도 있겠지만 그 고통조차 선택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수다리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나쁜 유적지들 - 전쟁과 학살의 현장에서 배우는 인권』 P58 - 인권선언문-, 박민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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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리
인권선언문의 첫시작이기도 한 이 문장은 저역시 기억해두고 살아가면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좀더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봐야 할 문장 같네요. 요새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주장하면서 타인과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은데 사회속에서 자신의 자유를 주장하고 인정받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동등한 존엄과 권리를 생각해야한다는 걸 다들 떠올리면 좋겠어요.

다른편집자J
@하료 참 간단하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말이지요. 어린이를 위해 쉽게 풀어 쓴 세계인권선언문이 있는데 거기 보면 제1조를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다'라고 쓰더라고요. 싸울 때도 많지만 결국은 함께 살아가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짚어 주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가끔 그림책을 보면 백 마디 말보다 한 마디 말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많은데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다섯이서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좀 피곤한 일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하고 무엇보다 빨라야 합니다. 나누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죠. 도구가 중요할 때도 있고, 소용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해요. 우리는 정말 다양한 것들을 나눌 수 있어요.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김효은 쓰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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