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D-29
안녕하세요. 문학평론을 쓰는 복도훈입니다. 저는 장정일, 한영인의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안온북스, 2022)를 함께 읽어볼까 합니다. '문학과 삶에 대한 열두 번의 대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시인(소설가) 장정일과 평론가 한영인이 편지로 주고받은 우리시대의 문학, 삶과 현실 등에 대한 흥미로운 서간비평집입니다. 첨예한 비평적 사안에 대해 손쉬운 합의를 거절하고 의견불일치를 확인하면서도 우정을 이어가는 저자들의 대화에 함께 참여해보도록 해요.
모임을 연 제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은 문장들 가운데 하나를 인용하는 것으로 댓글달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누군가의 편지가 자신에게 닿는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적어도 아,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 평면적인 차이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너무 많은 공력을 허비하곤 하죠. 그 점에서 차이에 대한 기만적인 인정으로 무언가를 봉합해버리려는 편의적인 행태에 대해, 저 역시 선생님과 똑같이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그 다름 속에서 한껏 부대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계기를 촉발하지 않는 타자는, 아무리 ‘차이’라는 명분으로 세련되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동일성의 반복에 불과할 따름입니다."(이편저못, 66-67쪽)-평론가 한영인이 작가 장정일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다름속에서 한껏 부대끼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누릴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말이 '다름 속의 부대낌'이지, 이걸 제대로 하는 게 얼마만큼 쉽지 않은 일인지, [이편저못]을 거듭 읽으면서 실감하곤 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노력도 많이 하고 있구요. 작가님들이 해주시는 노력들도 아주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매력이 그런 것 같습니다. 읽다 보니 두 분의 생각이 의외로 많이 다르신데요 그 서로 다름이 좋습니다. 한영인 평론가님이 그냥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랑 이야기하니까 무조건 '맞습니다' 로 끝내지 않으셔서 그 부분이 참 좋네요. 장정일 소설가님은 몰랐는데 오디오에 엄청 조예가 깊으시군요. 126 페이지에 힙합이라는 시도 실려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슴다.ㅎㅎ
안녕하세요. 공교롭게도 제가 다른 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도 편지글이라 조금 신기합니다. https://www.gmeum.com/meet/257 위 모임에서는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라는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이 함께 쓴 산문집을 읽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편지의 형식을 빌어 두 사람이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교환하는 형태의 책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바깥은 춥지만 제주의 따뜻한 봄을 생각하며 장정일 소설가와 한영인 평론가의 편지를 읽고 저도 재미있게 읽은 부분 밑줄 그어 나가겠습니다.
고쿠라29님께: 안녕하세요. 답글이 조금 늦었습니다. 네, 말씀하신 것처럼 서간 형태로 발간되는 책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최근 출판계에서는 하나의 경향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게는 아직까지는 꽤 신선해 보이는 글쓰기 장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편저못>과 같은 평론집을 읽으면서 이러한 형태의 후속작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평론가인 제게 이런 기획이 주어진다면 어느 작가와 어떠한 형태의 서간문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만일 작가가 아니라면 누구와 어떠한 서간문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혼자 해봤습니다. 아직 모임의 초반이고 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저도 밑줄 그은 <이편저못>의 문장과 그에 대한 감상을 또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3페이지 "내일 저녁에 술 한잔하자는 간단한 내용도 편지로 쓰려니 간단하지 않은 거죠. 초등학생 때 배운 것처럼 안부를 묻고 근황을 밝힌 뒤 용건을 적고 못다 한 말은 추신으로 달아야 합니다." '추신'이라니, 이 얼마만에 듣는 단어인지요? 편지 끝에 P.S 라고 뜻도 모르면서 적어두곤 별 것 아닌 문장들을 멋있어 보이려고 덧붙이곤 했습니다. 이제 이메일 시대에 '추신'은 정말 필요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는 이미 쓴 글자들을 지우거나 고치기가 어려워 편지 말미에 할 이야기들을 덧붙여야 했던 것이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ctrl C와 ctrl V 가 있으니까요.
책날개를 보니 장정일 작가님은 62년생, 한영인 평론가님은 84년생이라고 나오네요. 나이차가 스무살 정도 나시는데 이렇게 친구처럼 함께 술도 드시고 문학 이야기, 영화 이야기도 하시고 서로 편지도 쓰시는 관계라니 부럽습니다. 19페이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는 장정일 작가님과 한영인 평론가님 나이의 딱 중간이랍니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해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턴테이블이었다"(이편저못, 185)로 시작되고 끝나는 [아담이 눈뜰 때](1991)를 열아홉 살에 주문처럼 외우면서 문학을 꿈꿨더랬지요. 그러다가 어찌어찌하여 문학평론가가 되어 한동안 한영인 평론가처럼 "월 60만 원"(249)으로 살다가 "언젠가부터 대학에 임용된 이후 더는 평론을 쓰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답니다.^^;; 저도 [이편저못]을 읽으면서 두 분의 우정을 내내 부러워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1. 안녕하세요. 평론가님과 함께 읽는 모임은 어떨지 며칠 고민하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어제 구입했고 오늘 두 번째 답신(~p61)까지 읽었습니다. 서간문 형식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사적인 대화를 엿듣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살짝 재미도 느껴집니다. 작가와 평론가의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단 제 얄팍한 선입견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평생 어떤 투표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p49-50) 한 장정일님에 쉽게 동의할 수 없지만, 9번을 행복 없이도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는 사람(p.56)으로 정의한 바에 호기심이 깃들어 김혜진님의 <9번의 일> 소설은 나중에 읽어 봐야겠습니다.
김혜진 작가님의 <9번의 일>, 추천합니다. [이편저못] 덕택에 읽었고, 읽으면서 내내 먹먹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책을 서점에 들이자마자 판매되는 바람에 들춰볼 새가 없었는데요. 이번에 저희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와도 연관이 있어 다시 입고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참에 이 모임에도 슬쩍 참여해 봅니다. @복도훈 님 말씀대로 최근에 서간집 시리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김혼비, 황선우 작가도 현재 함께 쓰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 와중에 <이편저못>은 서간'비평집' 이라고 해서 좀 어렵게 읽히려나 했는데, 발췌해 주신 문장들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해서 조금 용기가 났습니다^^ 서효인 시인과 박혜진 평론가가 함께 쓴 <읽을 것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도 해봅니다. 책이 오는 대로 얼른 읽어가며 @물결7 님처럼 선입견을 없애봐야겠습니다.
평론집에 대한 선입견을 편안하게 지워주는 서간평론집이랄까요? 마치 두 저자가 핑퐁핑퐁 탁구공을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대화까지 나누는 듯했어요.^^ 시인과 평론가의 서간집이 또 있군요. 시간내서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80페이지 "어제 오늘 제주엔 태풍 같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산책하는 일도 포기한 채 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네요. 제주에 5년째 살고 있지만 가끔씩 영문도 모른 채 닥치는 거센 바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날 밖에 나가면 말 그대로 바람에 '뚜드려 맞게' 됩니다. 골에서 윙윙 소리가 울리고 두 다리는 12라운드를 치른 권투선수처럼 흐늘거리죠. 하지만 이 바람은 누구라도 달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한영인 평론가님의 세 번째 편지 중 이 구절을 읽고 웃음이 나왔네요. 저희 부부는 운전을 잘 못해서 렌트카 여행이 일반적인 제주에서도 뚜벅이로 걷기 여행을 즐기는데요, 일전에는 탑동에서 제주 공항까지 걸어가자고 하고 올레길 17코스를 걸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센지 1시간 걷다 보니 없던 두통이 생기고 삭신이 다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택시 불러서 병원 갔어요. ㅋㅋ 정말이지 바람에 '뚜드려 맞았던' 기억이 저 글을 읽고 생각났습니다.
2014년 12월에 제주에 갔다가 거센 비바람을 만나 고쿠라29님께서 경험한 것과 똑같이 두통에 온몸 두들겨 맞은 듯 삭신이 쑤셨더랬습니다. 숙소에서 용머리 해안까지 걸어갔다가 버스타고 되돌아왔는데, 가지고 간 우산은 결국 부러지고 숙소에서 약먹고 끙끙 앓았지요.^^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네요.
84페이지 장정일 소설가님의 세 번째 답신 중 방금 생각났는데, 세상을 하직할 때 "드디어 OOO과 영영 헤어지게 되어 기쁘다"라고 환호작약할 무엇이 각자에게 있다면 죽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행복할까요. 저에게는 있습니다. 책과 헤어지는 것. (그러고 보니 이건 방금 생각한 게 아니라, 늘 생각해온 것이군요.)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해방이다!"
이어서 세 번째 답신의 마지막에 장정일 소설가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걸레는 겨울에는 꽉 짜야 하고, 여름에는 물기를 좀 남겨둬야 한다." 여름에는 물기가 금방 증발하니까요.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여름에는 공기가 축축하고 겨울에는 건조하지 않나요? 겨울엔 걸레에 물기를 좀 남겨둬야 건조한 공기가 그나마 촉촉해지는 것이 아닌지...요즘 창문가 결로에 맺힌 물기를 매일 행주로 닦고 그 행주를 건조한 방에 널어놓고 있어서 더 저 문장이 눈에 밟혔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꽁무니를 뒤쫓다가 @고쿠라29 님 말씀을 아주 잠깐 상기해 보았는데요. 저는 아직 ㅇㅇㅇ을 '책'이라 생각할 정도로 많이 읽지는 않았나 봅니다(한참 멀었나봐요ㅎㅎㅎ). 저는 엊그제 막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만남이 즐거운 사이'인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즐겁거든요. 계속 만나고 싶고요.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지는 못할 듯합니다. 그 친구의 성정상 답장을 절대 써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ㅜ. 그래서 그런지.. 편지를 한통 한통 읽을 때마다 다음 편지가 기다려집니다. 마치 제가 쓴 편지인 것 마냥.
[이편저못]의 매력이 있다면, 장정일 작가님(한영인 평론가님)의 편지에 한영인 평론가님(장정일 작가님)은 어떤 답장을 할까, 그런 궁금증을 책 마지막까지 이어나가고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게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만남이 즐거운 사이'가 있는지, 잠시 뜨끔하면서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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