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D-29
김혜진 작가님의 <9번의 일>, 추천합니다. [이편저못] 덕택에 읽었고, 읽으면서 내내 먹먹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책을 서점에 들이자마자 판매되는 바람에 들춰볼 새가 없었는데요. 이번에 저희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와도 연관이 있어 다시 입고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참에 이 모임에도 슬쩍 참여해 봅니다. @복도훈 님 말씀대로 최근에 서간집 시리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김혼비, 황선우 작가도 현재 함께 쓰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 와중에 <이편저못>은 서간'비평집' 이라고 해서 좀 어렵게 읽히려나 했는데, 발췌해 주신 문장들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해서 조금 용기가 났습니다^^ 서효인 시인과 박혜진 평론가가 함께 쓴 <읽을 것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도 해봅니다. 책이 오는 대로 얼른 읽어가며 @물결7 님처럼 선입견을 없애봐야겠습니다.
평론집에 대한 선입견을 편안하게 지워주는 서간평론집이랄까요? 마치 두 저자가 핑퐁핑퐁 탁구공을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대화까지 나누는 듯했어요.^^ 시인과 평론가의 서간집이 또 있군요. 시간내서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80페이지 "어제 오늘 제주엔 태풍 같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산책하는 일도 포기한 채 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네요. 제주에 5년째 살고 있지만 가끔씩 영문도 모른 채 닥치는 거센 바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날 밖에 나가면 말 그대로 바람에 '뚜드려 맞게' 됩니다. 골에서 윙윙 소리가 울리고 두 다리는 12라운드를 치른 권투선수처럼 흐늘거리죠. 하지만 이 바람은 누구라도 달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한영인 평론가님의 세 번째 편지 중 이 구절을 읽고 웃음이 나왔네요. 저희 부부는 운전을 잘 못해서 렌트카 여행이 일반적인 제주에서도 뚜벅이로 걷기 여행을 즐기는데요, 일전에는 탑동에서 제주 공항까지 걸어가자고 하고 올레길 17코스를 걸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센지 1시간 걷다 보니 없던 두통이 생기고 삭신이 다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택시 불러서 병원 갔어요. ㅋㅋ 정말이지 바람에 '뚜드려 맞았던' 기억이 저 글을 읽고 생각났습니다.
2014년 12월에 제주에 갔다가 거센 비바람을 만나 고쿠라29님께서 경험한 것과 똑같이 두통에 온몸 두들겨 맞은 듯 삭신이 쑤셨더랬습니다. 숙소에서 용머리 해안까지 걸어갔다가 버스타고 되돌아왔는데, 가지고 간 우산은 결국 부러지고 숙소에서 약먹고 끙끙 앓았지요.^^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네요.
84페이지 장정일 소설가님의 세 번째 답신 중 방금 생각났는데, 세상을 하직할 때 "드디어 OOO과 영영 헤어지게 되어 기쁘다"라고 환호작약할 무엇이 각자에게 있다면 죽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행복할까요. 저에게는 있습니다. 책과 헤어지는 것. (그러고 보니 이건 방금 생각한 게 아니라, 늘 생각해온 것이군요.)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해방이다!"
이어서 세 번째 답신의 마지막에 장정일 소설가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걸레는 겨울에는 꽉 짜야 하고, 여름에는 물기를 좀 남겨둬야 한다." 여름에는 물기가 금방 증발하니까요.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여름에는 공기가 축축하고 겨울에는 건조하지 않나요? 겨울엔 걸레에 물기를 좀 남겨둬야 건조한 공기가 그나마 촉촉해지는 것이 아닌지...요즘 창문가 결로에 맺힌 물기를 매일 행주로 닦고 그 행주를 건조한 방에 널어놓고 있어서 더 저 문장이 눈에 밟혔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꽁무니를 뒤쫓다가 @고쿠라29 님 말씀을 아주 잠깐 상기해 보았는데요. 저는 아직 ㅇㅇㅇ을 '책'이라 생각할 정도로 많이 읽지는 않았나 봅니다(한참 멀었나봐요ㅎㅎㅎ). 저는 엊그제 막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만남이 즐거운 사이'인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는 즐겁거든요. 계속 만나고 싶고요.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지는 못할 듯합니다. 그 친구의 성정상 답장을 절대 써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ㅜ. 그래서 그런지.. 편지를 한통 한통 읽을 때마다 다음 편지가 기다려집니다. 마치 제가 쓴 편지인 것 마냥.
[이편저못]의 매력이 있다면, 장정일 작가님(한영인 평론가님)의 편지에 한영인 평론가님(장정일 작가님)은 어떤 답장을 할까, 그런 궁금증을 책 마지막까지 이어나가고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게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만남이 즐거운 사이'가 있는지, 잠시 뜨끔하면서 반성했습니다.^^;
172페이지 한영인 평론가님의 여섯 번째 편지 중 위악적인 사람은 거짓의 휘장을 벗고 가장 취약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순간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지만 위선적인 사람은 오직 남에 의해 까발려질 때만 자신의 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됩니다. 이처럼 위선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과 자립적으로 관계할 수 없기에 도덕적 능력 또한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복도훈 @고쿠라29 @그린북 @무슨 @진공상태5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 한번도 뵌 적 없는 분들인데, [이편저못]으로 이렇게 만나게 된 분들이란 게 새삼 즐겁기도 하고 편지글을 읽다 보니 가볍게 인사 정도 하며, 읽은 부분 인증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물결7 님,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오늘 오전엔 숙취로 힘들었고 오후가 되니 정신이 좀 돌아옵니다. 비트코인 하니 염기원 작가님의 <인생 마치 비트코인>이라는 작품도 생각나네요. <달까지 가자>는 너무 재밌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도시인의 판타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조만간 읽어보려 합니다~
사실 지난 주말에 네 번째 편지와 답신(121쪽)까지 읽었는데, 읽고 떠오른 생각을 바로 남긴다는 걸 잊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며칠 지나서 생각을 더듬으려니 가물가물하네요. 역시 기록은 바로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세 번째, 네 번째 편지를 훑었습니다. (72쪽)한영인 평론가님 공유해주신 어느 업체의 '구인광고'의 <자격요건> 6가지 항목을 읽으면서 저도 분노가 섞인 와우를 외쳤더랬죠. '찬란한 긍정성과 능동성의 세계'(73쪽)라 쓰신 한 평론가님의 적확한 표현에 무릎을 치면서 그 강제적인 자기착취에 빠져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고작 몇백만원에 내 영혼을 죄다 팔겠다고 셀링해야 하는 현실이 느껴져서 씁쓸했습니다. (직장생활 오래한 1인으로서 한이 있나봅니다.) 영혼까지 털어야 몇백이라도 벌어야 하니,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마음 이해 갑니다. ^^ 그래서 저도 장류진 <달까지 가자>를 엄청 재미있게 있었습니다. 장정일 작가님은 소설에 '시민사회가 획득할 인륜성 같은 게 없'(91쪽)다고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리얼한 돈독 오른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인륜성 메세지까지 담으려 했다면 소설이 덜 재미있었겠다 싶었어요.
@고쿠라29 님 말씀 처럼 두 분의 생각이 다르고, 나이 차이도 꽤 있는데 ㅎㅎ 서로 이견을 담담하게 나눠주셔서 독자로서 '광활한 이해'(24쪽)를 할 수 있어서 좋네요. 그런데 이건 얄팍한 독자로서 제 문제겠지만 중간 중간 비평가의 말은 어렵습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가 싶어 앞뒤 문장을 오가며 여러 번 읽곤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일단 이해하는 만큼 쭉쭉 읽겠습니다.
190페이지 장정일 시인의 여섯 번째 답신 중 영화에 소품 담당이 따로 있듯이, 소설가에게도 주인공의 재력과 취향, 그리고 소설의 내적 구조까지 강화해줄 수 있는 소품 조언자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저는 소설 속에서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것이 반갑습니다. 일전에는 미국 묘지 관리사(?)가 나오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 직업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지만 매우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한국 소설을 펼쳤을 때 시간 강사나 편집자, 작가 등이 등장하면 조금 김이 세긴 합니다. 이들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전혀 아니고 너무 자주 등장하다 보니 흥미가 그리 돋질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202페이지 한영일 평론가의 일곱 번째 편지 중 기록하지 않은 삶은 기억되기 어렵고 기억되지 못한 시간은 허무하게 사라져버리지요.
248페이지 한영일 평론가의 여덟 번째 편지 중 동물이야 겨울을 앞두고 한철 바짝 에너지를 끌어모은다지만 인간은 겨울잠도 안 자면서 평생 돈을 모아두기 위해 애쓰니까요. 불쌍하기도 해라 인간들은, 평생을 겨울을 눈앞에 둔 것처럼 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봄이 오고 날이 풀린다 해도 화사한 꽃바람이 각종 공과금과 넷플릭스 구독료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양이는 알 리 없죠.
대학때, 한 교수님께서, 요즘의 인간들은 보통 죽기 몇년 전에 평생 모아둔 돈을 다 써버린다고 하셨어요. 언제죽을지 모르니까, 몸에 이상이 생기니까 병원에 돈을 쓰기 시작하는데, 보통 그로부터 몇년후에 죽게된대요. 죽을때는 이미 많은돈을 병원에 가져다준 후가 되구요.
@고쿠라29 @그린북 @물결7 @무슨 @진공상태5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게으름을 용서해주세요.^^ 이편저못을 읽다가 웃음짓게 만드는 구절들을 발견했어요. 제주인 한영인 평론가의 조개 잡는 비법: "무릎 높이 정도에서 찰랑거리는 바다에 엎드려 양손을 쫙 펴고 열 손가락을 쇠스랑처럼 사용해 모랫바닥을 긁으며 돌아다니는 겁니다."(98쪽) 수박매니아 장정일 작가님의 유머: "수박은 밭에서 수확한 지 최소 24시간 동안은 목마르게 좌판에 놓여 있었을 텐데, 목말랐을 수박을 생각하면 저는 늘 애가 탑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로 둥글둥글한 수박을 씻어주면 수박이 좋아서 웃는 것 같습니다."(159쪽)
제주도 바다에서 조개를 잡아서 드시는 한영인 평론가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요, 태풍 치는 밤에 태풍 소리보다 더 크게 오디오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으시는 장정일 평론가 이야기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디오 소리에 떨리는 집안의 유리창 이야기를 읽으며 어찌나 부럽던지요. 십여년? 아니 그 이상을 계속 집합주택에 살다보니 각종 소음 규제로 음악을 크게 듣지 못했는데 주위에 인가가 없는 외딴 곳 어느 태풍치는 밤, 음악이 몸을 날려버릴 것 같은 그 강렬함을 저도 너무 경험해 보고 싶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 왜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인걸 알 수 있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제주도입니다. 두 저자가 썼지만 사실 숨은 주인공은 제주도. 저도 21년에 제주 한달살기를 할 때 잠깐 제주의 매력을 알긴 했는데, 읽으면서 계속 그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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