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D-29
@물결7 님,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오늘 오전엔 숙취로 힘들었고 오후가 되니 정신이 좀 돌아옵니다. 비트코인 하니 염기원 작가님의 <인생 마치 비트코인>이라는 작품도 생각나네요. <달까지 가자>는 너무 재밌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도시인의 판타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조만간 읽어보려 합니다~
사실 지난 주말에 네 번째 편지와 답신(121쪽)까지 읽었는데, 읽고 떠오른 생각을 바로 남긴다는 걸 잊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며칠 지나서 생각을 더듬으려니 가물가물하네요. 역시 기록은 바로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세 번째, 네 번째 편지를 훑었습니다. (72쪽)한영인 평론가님 공유해주신 어느 업체의 '구인광고'의 <자격요건> 6가지 항목을 읽으면서 저도 분노가 섞인 와우를 외쳤더랬죠. '찬란한 긍정성과 능동성의 세계'(73쪽)라 쓰신 한 평론가님의 적확한 표현에 무릎을 치면서 그 강제적인 자기착취에 빠져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고작 몇백만원에 내 영혼을 죄다 팔겠다고 셀링해야 하는 현실이 느껴져서 씁쓸했습니다. (직장생활 오래한 1인으로서 한이 있나봅니다.) 영혼까지 털어야 몇백이라도 벌어야 하니,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마음 이해 갑니다. ^^ 그래서 저도 장류진 <달까지 가자>를 엄청 재미있게 있었습니다. 장정일 작가님은 소설에 '시민사회가 획득할 인륜성 같은 게 없'(91쪽)다고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리얼한 돈독 오른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인륜성 메세지까지 담으려 했다면 소설이 덜 재미있었겠다 싶었어요.
@고쿠라29 님 말씀 처럼 두 분의 생각이 다르고, 나이 차이도 꽤 있는데 ㅎㅎ 서로 이견을 담담하게 나눠주셔서 독자로서 '광활한 이해'(24쪽)를 할 수 있어서 좋네요. 그런데 이건 얄팍한 독자로서 제 문제겠지만 중간 중간 비평가의 말은 어렵습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가 싶어 앞뒤 문장을 오가며 여러 번 읽곤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일단 이해하는 만큼 쭉쭉 읽겠습니다.
190페이지 장정일 시인의 여섯 번째 답신 중 영화에 소품 담당이 따로 있듯이, 소설가에게도 주인공의 재력과 취향, 그리고 소설의 내적 구조까지 강화해줄 수 있는 소품 조언자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저는 소설 속에서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것이 반갑습니다. 일전에는 미국 묘지 관리사(?)가 나오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 직업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지만 매우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한국 소설을 펼쳤을 때 시간 강사나 편집자, 작가 등이 등장하면 조금 김이 세긴 합니다. 이들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전혀 아니고 너무 자주 등장하다 보니 흥미가 그리 돋질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202페이지 한영일 평론가의 일곱 번째 편지 중 기록하지 않은 삶은 기억되기 어렵고 기억되지 못한 시간은 허무하게 사라져버리지요.
248페이지 한영일 평론가의 여덟 번째 편지 중 동물이야 겨울을 앞두고 한철 바짝 에너지를 끌어모은다지만 인간은 겨울잠도 안 자면서 평생 돈을 모아두기 위해 애쓰니까요. 불쌍하기도 해라 인간들은, 평생을 겨울을 눈앞에 둔 것처럼 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봄이 오고 날이 풀린다 해도 화사한 꽃바람이 각종 공과금과 넷플릭스 구독료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양이는 알 리 없죠.
대학때, 한 교수님께서, 요즘의 인간들은 보통 죽기 몇년 전에 평생 모아둔 돈을 다 써버린다고 하셨어요. 언제죽을지 모르니까, 몸에 이상이 생기니까 병원에 돈을 쓰기 시작하는데, 보통 그로부터 몇년후에 죽게된대요. 죽을때는 이미 많은돈을 병원에 가져다준 후가 되구요.
@고쿠라29 @그린북 @물결7 @무슨 @진공상태5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게으름을 용서해주세요.^^ 이편저못을 읽다가 웃음짓게 만드는 구절들을 발견했어요. 제주인 한영인 평론가의 조개 잡는 비법: "무릎 높이 정도에서 찰랑거리는 바다에 엎드려 양손을 쫙 펴고 열 손가락을 쇠스랑처럼 사용해 모랫바닥을 긁으며 돌아다니는 겁니다."(98쪽) 수박매니아 장정일 작가님의 유머: "수박은 밭에서 수확한 지 최소 24시간 동안은 목마르게 좌판에 놓여 있었을 텐데, 목말랐을 수박을 생각하면 저는 늘 애가 탑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로 둥글둥글한 수박을 씻어주면 수박이 좋아서 웃는 것 같습니다."(159쪽)
제주도 바다에서 조개를 잡아서 드시는 한영인 평론가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요, 태풍 치는 밤에 태풍 소리보다 더 크게 오디오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으시는 장정일 평론가 이야기도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디오 소리에 떨리는 집안의 유리창 이야기를 읽으며 어찌나 부럽던지요. 십여년? 아니 그 이상을 계속 집합주택에 살다보니 각종 소음 규제로 음악을 크게 듣지 못했는데 주위에 인가가 없는 외딴 곳 어느 태풍치는 밤, 음악이 몸을 날려버릴 것 같은 그 강렬함을 저도 너무 경험해 보고 싶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 왜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인걸 알 수 있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제주도입니다. 두 저자가 썼지만 사실 숨은 주인공은 제주도. 저도 21년에 제주 한달살기를 할 때 잠깐 제주의 매력을 알긴 했는데, 읽으면서 계속 그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382페이지 한영일 평론가의 열한 번째 편지 중 정치적 올바름이 어디서든 올바름의 결핍을 찾아내는 자동기계로 변모할 때,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세계와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망각됩니다.단지 세계의 부조리와 올바르지 않은 상태를 신경질적으로 지적하는 것으로 모든 실천을 대체하게 되죠. 그런 경향이 예술이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판과 연결될 경우 허탈한 장면을 여럿 연출합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 정답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저 역시 이 번역이 보다 정곡을 찌르는 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답정너'의 폐쇄구조라는 것이지요. 그 폐쇄구조 속에 작품을 넣고 돌리면 언제나 비슷한 결과값을 도출합니다. 작품은 언제나 패배하고 '정답'은 언제나 승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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