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

D-29
자기가 60대인데 아직은 실은 40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의 60대 같은 늙은이와 나는 같은 나이 또래다.
여자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호기심이 일고 웃음이 나온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 대화에서, 현실에선 듣고 있으면 짜증부터 난다.
작가가 불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디에 갔는데 그곳에서의 일은 안 기억나는데 그때의 느낌이나 냄새, 분위기는 또렷이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때가 되면 가는 게 상책 내가 요즘 읽는 작가들인 마광수도 그렇고 백수린 작가도 연대 다닐 때 특히 저학년 때의 생각이 많이 나고 안 잊혀지는 것 같다. 그들은 그 시절 얘기를 이야기에 자꾸 포함한다. 한 마디로 그때가 좋았다는 거다. 하긴 그때가 몸은 건강하고 뭔가 희망, 그런 게 있어 그럴 것이다. 하여간 나도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기쁜 마음이 온종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맞다. 그러다가 우울해진다. 몸도 여기저기 아프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그때처럼 개운하고 기분 좋은 그런 게 이젠 다시 안 올 것 같은 두려움에 싸인다. 삶의 질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자연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혀 이젠 저세상으로 갈 때가 다가왔음을 가르치는 거라 본다. 그러니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하루라도 더 살려고 아픈 몸과 마음을 억지로 연장하며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내가 보기엔 살 만큼 살았으면 예전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라고 본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으면 가는 게 맞다. 안 그러면 왜 자꾸 하루가 멀다하고 몸이 점점 예전 같지 않고 마음도 점점 더 심술궂어지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겠나. 점점 더.
여자들은 왜 비명만 지르고 아무것도 안 하나?
나이들어 생각하면 아주 어린 나이인데 군대 갔다온 복학생들이 특히 여학생도 앞에서 뭔가 어른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들은 그때 그렇게 늙어 보였다. 지금 우리 나이를 생각하면 키워 먹고 싶은 영예들이지만.
대중교통 안 이용하고 승용차로 리조트에 가는 것도 기후 위기에 일조하고 있는 거다.
여자들은 대체로 벌레들을 싫어한다.
인간들이 지구상에서 다른 생물들에게 너무 못된 짓을 많이 저지르고 있다.
여자들이 한국 남자를 안 믿듯이 한국 남자도 한국 여자를 잘 안 믿는다. 불신이 너무 깊다.
자식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것에 대해 힘들어 할 때 굴뚝에서 비둘기가 탈출한 것은 자식과의 애도가 끝났음을 말하는 걸까.
우린 인생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가 결론은 안 내고 그냥 주변에 펼쳐지는 자연 현상만 묘사할 뿐이다.
기억은 믿을 수 없다 인간의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고 본다. 기억(Remembrance), 자기에게 드문드문 인상 깊었던 것만 한다. 이렇게 되는 건 그 사람의 그 당시의 개인적 사정이나 기분, 아니면 단순한 몸의 상태, 특별한 관심거리, 이런 여러 요소가 작용해 그런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은 그것에 대해 자기 것만 또 기억하고 아예 그 사건 자체를 기억 못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일이 있었어?” 하고 딴소리한다. 이래서 인간은 정확하지 않고 자기 위주라고 본다. 한 인간을 통해 그 사건의 진실에서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가 받은 임팩트(Impact)한 것만 기억하고 그 전체의 줄거리나 결말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 받은 느낌(Image), 분위기, 관계 사이에 이는 공기(Aura), 심지어 냄새, 이런 작은 게 그때의 진실과 매칭될 뿐이다. 이러니 기억이 주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전에 본 영화에서도 그 영화에 대한 강한 인상만 자기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영화를 다시 보면 분명 전에 본 것인데도, “이런 장면이 있었나?”하고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헤매게 해서 필요없는 물건을 사게 하려는지 백화점 등에 들어가면 물건이 바로 없고 무슨 향수나 목욕용품 이렇게 안 써 있고 제품명으로 영어로만 써 있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봐선 이게 샴푸인지 주방세제인지 모른다. 고객에게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배려를 안 한다. 쓸데없는 물건을 사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인간은 오늘도 일상에서 자본주의에 이용당하고 있다.
무난한 책이 더 잘 팔리지 획기적인 책은 안 팔린다.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 내용이 무난하다는 것이다.
영어 작품이나 중국 작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중간 번역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도 한글 보급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일본은 맞선 상대에게 얼마나 버는지 물어보는 것은 상당한 실례라고 한다. 한국도 예전에 그런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너무 천박하게 변한 것 같다. 일본인이 한국인을 생각하면 얼마나 천박한 국민이라고 속으로 생각할까.
한강은 세상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마광수와 홍상수는 다 같이 사상의학 상 소음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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