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모든 것

D-29
나는 집에서 책에 집중이 안 될 것이 겁나 밥을 조금씩 먹는다.
청주 북부시장에서 고등학교 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순대가 그렇게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먹질 못했다. 그러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공원 이발소도 그 만화 가게도. 더러운 오종목 개울도.
노파심 같은 말은 이제 잘 안 쓴다. 글에도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어떤 부모든 자식이 그저 평범하게 무난하게 별탈 없이 살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부모 말을 들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무난하게 무탈하게는 살 것이지만.
자식이에 뭔가 기대를 잔뜩하면 자식이 그걸 알아 오히려 엇나간다.
자식을 잘 기르는 법은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할 뿐이고 그저 자식을 지금처럼 계속 사랑하는 것뿐이다.
장에 암이 들어섰나 똥이 물기 없이 되게 꼭 뱀처럼 길게 징그럽게 나온다. 아, 죽을병 걸렸나?
요즘 이대남 MZ들이 계산적으로 굴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사회 활동을 안 하니 이대녀들이 무시하고 찐따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래 해봐도 작가는 국문학을 가장 사랑하고 문창과도 과도하게 좋아한다. 뭔가 거기에 종사하는 인물은 그냥 가볍게 다르겠지만 그 인물에 대한 애정은 엄청난 것이었다.
지구 위기로 이제 한국도 동남아 기후가 되어 연일 기분 나쁜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결혼 어떻게? 부부가 자기와 기질이 맞는 사람하고 살아야 옳으니 아니면 처음에 자기와 기질이 반대라 강하게 끌리고 매력을 느낀(자기는 그걸 죽어도 그러지 못하니까) 자기와 기질이 반대인 사람과 살아야 옳으냐? 그것보단 결혼에 적합하냐, 혼자 사는 게 적합하냐로 사람을 따져야 할 것 같다. 결혼에 적합하면 둘이 어느 정도 맞춰가며 나중엔 정이 들어 그냥저냥 살아갈 것 같다. 그러나 결혼과 안 맞는, 애보단 자기가 우선인 사람이 결혼하면 혼자가 아닌 그 생활 자체를 견디지를 못해 어떤 기질의 사람과 사느냐에 관계없이 결국 그 결혼은 깨질 것 같다.
부부가 만나지만 서로 자기 것보단 상대편과 더 잘 맞는 경우를 아슬아슬하게 글로 이어가는 것 같다.
작가는 예사 기질의 사람이 아니다. 뭐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대개는 빠져 거기에 깊이 머무른다. 어쩌면 그런 기질 때문에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딸의 상처 어머니는 작은 것에 대한 간섭이 심하다. 그러나 크게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딸을 잘 이해 못 하고 거리가 더 떨어진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면 크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더 객관적인 시각, 즉 사회의 눈으로 어쩌면 더 객관적으로 더 정확하게 딸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딸, 자기 자식이니까 하는 말이라서 충분히 무시해도 좋지만, 아버지는 사회의 눈으로 본 옳은 말이라서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게 자주 싸우는 것보다 드물게 크게 싸우는 게 상처가 더 크고 오래간다.
작가적 기질을 태고난 사람들은 다른 평범한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것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 그래서 그는 그을 쓸 팔자를 타고난 것이다.
인생은 덧없다 이야기도 그렇고 우리는 사랑하는 이상형의 사람을 만나 아주 깊은 사랑에 빠질 것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이 덮쳐와 우린 그걸 잊는다. 그러면서 세월은 흘러 이젠 깊은 사랑 같은 걸 할 나이를 지나 서서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체념을 거듭하며 인생은 켜켜이 쌓여가는 것 같다. 알고 보면 인생은 별것도 실은 아니다. 아쉬움과 허전함을 남긴 채 공허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전에도 그랬겠지만 요즘은 불안 속에서 산다. 그래 애도 안 낳는 것이다. 앞날이 너무 불안한 것이다.
걸으면서 자주 멈춰서서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답답해 하며 직진하는 사람이 같이 사는 게 사회다. 그러나 결국 서로 이해하는 데 실패한다.
딸 세나는 외형적인 아빠를 닮았고, 아들 민우는 내향적인 아빠를 닮았다.
사람들의 80% 이상은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산다. 특히 여자들은 더 그렇게 고분고분 살아간다. 주변의 영향에서 더 부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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