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D-29
뜻도 모르고 지껄인 게 분명했지만, 내게 적용해보면 완전히 잘못 쓴 것도 아니었다. 그때까지 나는 무엇이 좋고 싫은지, 옳고 그른지 깊게 따지고 들지 못했으니까. 나에게는 태도랄 게 없었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47, 백온유 외 지음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83,184, 백온유 외 지음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개인의 취향이란 순수한 기호나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계급적 구별 짓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중 무엇을 향유하는지에 따라 예술적 취향이 구분되며, 취향은 각각의 사람들이 어떤 계급에 속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화적 계급 질서는 개인이 수치심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자유로이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드러내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길티 플레저'는 흔히 유치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작품에서 모종의 즐거움을 느낄 때 발생하는 양가 감정이다. 고상하지 못한 자신의 취향으로 인해 자신 역시 형편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주는 쾌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89, 백온유 외 지음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촬영중 아역에게 상해를 입혀 물의를 빚은 영화감독 ‘김곤’과 그를 추종하는 모임 ‘길티 클럽’이라는, 실제로 존재할 법한 핍진한 설정을 통해 견고해 보였던 ‘팬심’의 둑이 무너지는 순간 매섭게 터져나오는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상의 성찰에서 그는 두 가지 신념을 보여준다. 하나는, 적어도 자기 자신의 삶만큼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란 무릇 그러한 통제 가능성으로 지어진 두 사람분의 생이 깔끔하게 결합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24, 백온유 외 지음
인간에게 주체성은 다만 노력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잇는 영역에 한해 허락될 뿐이며 바깥에서 다가오는 타자를 사랑하는 일은 주권이 거의 허락되지 않는 미지의 시공간이 삶을 침범하도록 허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25, 백온유 외 지음
성혜령의 「원경」은 유방암 가족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오랜 연인인 ‘원경’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신오’가 도리어 자신이 암에 걸려 그녀를 다시 찾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통해 개인에게 불어닥친 스산하고 불길한 현실의 민낯을 독특한 울림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겉보기에 멀쩡하다는게. 구호 원피스를 입고, 귀에는 말발굽을 닮은 페라가모 간치니 귀걸이를 하고, 무엇보다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부쉐론 콰트로 클래식 링을 낀 여자. 너무 졸부같지도 않고, 적당히 상식 있어 보이는 데다 조잡스러운 소품을 착용해달라고 하거나 애교를 시키거나 무리한 부탁을 해 본전을 뽑아낼 생각 없고, 단지 유리가 일상의 행복이 되어 주는 것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경험삼아 온 밤색 머리의 여자. 아니, 그딴 것보다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여자. 특히 마지막이 자신을 정상으로 보이게 한다는 걸 우미는 알았다. 어이없지. 저게 제일 싼데.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61, 백온유 외 지음
어쩌면 나는 결합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결합을 결정하는 쪽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도 아닌, 결합 자체일 뿐일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것을 통해 여기 있었다. 그리고 나를 있게 한 모든 결합은 불균형적이고 비대칭적이며 무엇보다도 비확정적이었다.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320, 백온유 외 지음
2025년 6월 5일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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