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넌 도일의 에세이 [언테임드 Untamed]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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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찾아가며 읽은들 작가의 조언이나 생각을 따라 독자가 계몽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에세이에 대한 제 마음은 허물어지지 않는 벽돌담입니다. 다만,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내느냐는 흥미롭습니다. 이미 모두에게 다 알려지고 모두가(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내용을 작가마다 각자의 언어로 적어나가는 일.... 예전에는 그게 과연 가치있는 일 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제가 단편소설을 좋아하고 어려운 단어를 피하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인 줄거리를 꺼리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 또한 각자가 선호하는 언어가 있지 싶습니다. 서로들 좋아하는 작가의 혹은 좋아하는 문체로 씌여진 책을 통해 내 마음과 꼭 맞는 퍼즐조각을 찾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기도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올라온 김새섬 대표님 글을 읽었습니다. 차분하고 씩씩하게 필요한 치료 과정 잘 견디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제가 정말 어둡고 두려운 길을 걸을 때 친구가 해준 조언이 있습니다. "멀리 보지 마. 발밑을 살피며 톡 톡 깡통을 차듯 몇 걸음 앞까지만 보고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그렇게 매순간 널 토닥이고 칭찬하며 살다 보면 잘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네 스스로 알게 돼." 발밑을 보며 열심히 걷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면 바로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어둠에 숨이 턱 막히고 한없이 두려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대표님께도 그런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엄습해 오겠다 싶습니다. 부디 너무 멀리 보려고 하지 마십시요. 오늘이 채워져야 내일이 됩니다. 대표님 덕분에 오랜만에 에세이집을 읽었습니다. 나처럼 생각하며 견디고 버티는 사람들도 제법 있구나.... 새삼스레 다시 느껴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일정에 맞춰 편안하게 읽고 정리할 기회를 주는 싱글챌린지 프로그램, 이번에도 고맙습니다.
p268 - 사태를 어색하게 만들만큼 용기있는 사람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를 일깨우고 앞으로 전진하게 해주니까. >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살다가 언뜻 맞닥뜨린 순간이나 상황에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 그 느낌의 요인이 무엇인지 찾는 궁리가 우리에게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p277 - 내 아이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나는 기대가 넘치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이들이 내가 마련해 둔 자의적인 목록을 충족시키려고 애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보물 사냥꾼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직접 파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찾아내고, 그리고 마침내 찾은 것을 자신이 신뢰하는 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격려해 주고 싶다. 아이가 안에서 보물을 찾아 그것을 보여주려고 꺼내면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감탄하며 박수를 쳐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만약 내 딸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사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할 것이다. > 저는,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아이를 사랑합니다. p293 - 만약 당신이 나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그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향해 따스함을 느끼면서도 내가 지옥불이 타버릴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 사랑을 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전합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헛된 바람과 노력. p294 - 시인 휘트먼 Whitman은 "학교나 교회에서 혹은 어느 책에서 들은 모든 것을 되살펴라. 그리고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시하라." 라고 말했습니다. > 삼백팔십오 쪽으로 구성된 이 책, 글레넌 도일 에세이 [언테임드Untamed]의 내용을 압축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p296 - 좋은 예술은 뽐내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 예술뿐 아니라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다만, 표현이 아닌 '스스로를 만족시키려는 욕망'이 삶을 유지시키는 원료나 윤활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p301 - 나는 인간은 사랑하지만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 예컨대 널 위해 죽을 수는 있지만 너랑 커피를 마시려고 만나고 싶진 않다는 식이다. p313 - 절망은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크다. 나는 너무 슬프고 너무 작은데 세상은 너무나 크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용기는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할 수 있는 일조차 못하게 막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 이번에 읽은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종교와 신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오래 전 기독교에서 무교로 전향(?)한 저는 신보다 나 자신에게 의지하려 하고 출처를 모르는 축복이나 행운을 얻고 싶은 소망 또한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다면 새벽 기도회에 나가 기도를 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이웃에게 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신에 대한 믿음이 신실하다면 찬찬히 읽어볼 만한 내용입니다만.
p319 - 우울은 나의 활기찬 색조들을 모두 가져가버리고 회색, 회색, 회색 일색이 될 때까지 강타한다. 결국 나는 너무 낮게 가라앉은 나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꺼져가면서도 자잘한 일들 -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웃어야 할 때는 미소를 짓는 등 - 을 조금씩 해낼 수는 있다. 그런데 모든 일들은 그저 강요된 것들뿐이다. 나는 응답하는 대신 연기를 한다. 요점을 잊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우울한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는 이유일 것이다. p320 - 얼마 전 한 친구가 치과에서 충치를 떼우는 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야. 정말 싫은 것은 고통을 예측하고 기다리는 거야. 나는 땀을 흘리고 겁에 질려서 몹시 아픈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 엄청나게 아프진 않지만 항상 그렇게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말했다. "맞아. 그게 바로 내가 항상 느끼는 거야." p333 - 그가 자신의 손을 내 손에 올리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겸손해할 필요가 없어요. 마야 안젤루가 말하곤 했어요. '겸손은 배워서 꾸며내는 것이다. 겸손한 척이 아니라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겸허함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라고." - 겸허하다는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 '겸손은 남을 높이기 위해 나를 낮추는 것'이라고 검색됩니다. 흠.... 그렇다면, 겸허는 내 자신의 능력과 실력, 선을 잘 안다는 뜻이겠습니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모든 이가 서로 다른 까닭에,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타인과의 비교도 시샘도 할 필요가 없으니 낮추고 자시고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자랑할 일도 아니고 남이 못하는 것을 비웃을 일도 아닌 셈입니다. > 이번에 읽은 내용은 [우울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서입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글이지만 많은 의사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입니다. 쉽지만 참 쉽지 않은 방법들입니다.
p350 - 그들은 몰라. 우린 특별하고 그들은 너무나 정상이야. > 작가에 따르면, 정상인의 상대어는 비정상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정상'의 의미는 아마도 대중적 가치관과 윤리와 도덕, 문화와 통제를 따르는 사람이겠습니다. p360 - 그 기분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짙은 자홍색이었다. > 화가가 직업인 친구는 그림을 그릴 때 가끔 파랑색을 씁니다. "네 그림 속에 감춰진 파랑이 나는 좋아."라는 제게, 파랑은 희망을 의미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색상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자홍색은 보라와 빨강이 섞인 색입니다. 우리가 아는 자주색보다 채도가 높아 밝은 분홍과 비슷합니다. 자홍색 Magenta는 열정과 에너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위의 문장은 평생 록스타가 되고 싶었던 글레넌이 마침내 기타 레슨을 받고 열심히 연습한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기타 연주를 육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시청한 후의 기분을 적은 것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와인을 마시면 발그레지는 뺨이 떠올랐습니다. 편안해지면서 살짝 흥분되고 행복한 느낌 말입니다. p367 - 나는 대체로 잘 통제하는 편이다. 나는 사태를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된 까닭은 두렵기 때문이다. 어떤 일은 너무 위태롭게 느껴진다. - 두려움이란 요인 외에도 사태를 통제하고 싶도록 나를 이끄는 다른 것이 또 있다. 그것은 내가 아주 현명하고 창조적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나는 정말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 말만 잘 들으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런 통제를 우리는 지도력이라 부른다. > 이런 생각을 품고 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괜히 밑줄을 그어 봅니다. > 이 책의 마지막 1/4는 자녀양육 방법에 대한 경험과 결혼 일 년 후부터 맞닥뜨리는 일들 즉 사랑이라는 열에 의해 함께 공중에 떠올려졌다가 다시 땅을 딛고 서서 상대를 바라보며 내쉬게 되는 한숨과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에 대한 내용입니다. 내 모든 공간과 시간은 상대의 편의와 평안과 안위를 위해 열려 있는데, 늘 나와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평일에 신이 나서 아이스하키를 하러 간다며 스케줄을 알아보는 상대의 모습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는 순간 말입니다. 바로 그때가 글레넌이 기타 레슨을 받기로 마음 먹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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