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읽기 시즌 2

D-29
안녕하세요? 저는 시와 문학평론을 쓰는 송승환입니다. 반갑습니다! 함께 책 읽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저도, 그믐, 모임지기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 많겠지만. 여러분의 도움과 적극적인 참여로 즐거운 순간들을 발명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는 김혜순 선생님의 시집 읽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시즌 2, 6월에는 4권의 시집을 6.5(목)부터 읽습니다. *신청 마감은 따로 없습니다. 언제든지 참여해주세요. 처음 김혜순 선생님의 시를 접하시는 분들도 함께 참여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글의 느낌,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올리시고 덧글도 서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저도 올리면서 소통하겠습니다. 저의 인사글에 댓글로,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가능하신 분은 간단한 자기소개도 해주시면 더 친근한 공간이 될 듯 싶습니다. *시즌 2 5주: 6.5(목) 『나의 우파니샤드,서울』, 문학과지성사. 6주: 6.12(목) 『불쌍한 사랑기계』, 문학과지성사. 7주: 6.19(목)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문학과지성사. 8주: 6.26(목) 『한 잔의 붉은 거울』, 문학과지성사. *시즌3 9주: 7. 3(목)『당신의 첫』문학과지성사. 10주: 7.10(목) 『슬픔치약 거울 크림』, 문학과지성사 11주: 7.17(목) 『피어라 돼지』, 문학과지성사 12주: 7.24(목)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시즌 4 13주: 7.31(목)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14주: 8. 7(목)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문학과지성사 15주: 8.14(목)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읽기 1 문학동네 16주: 8.21(목)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읽기 2 문학동네 17주: 8.28(목)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읽기 3 문학동네 *아울러 매주 목요일 : 2025년 6월 5일부터 8월 7일까지 / 매주(목) am 10:00-12:00(2시간) 온라인으로도 세미나를 진행합니다.(당일 zoom접속 주소 알려드립니다) 온라인 세미나 참석 필수는 아닙니다. 게시판 활동만 하셔도 됩니다. 시즌 중 언제든지 참여 가능합니다. [신청] 수정된 구글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S768FIx-kmhPtevJOmn6JHqImAQ5iWtaG6i-qfNWJw7ldSQ/viewform?usp=header 감사합니다! 송승환 드림.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세미나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한 주에 한 권 읽기도 힘들지만, 저만의 속도로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숨쉬는초록 저도 다시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시집은 천천히, 자신의 속도로 읽어가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6.5(목) 『나의 우파니샤드,서울』부터 읽고 있습니다. 좋았던 시, 혹은 어떤 문장, 느낌, 무엇이든 올려주세요:-)
주문한 시집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시즌 1의 <<또 다른 별에서>>를 읽어보았습니다.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은 1980~1981년에 쓰인 것으로 보아 폭압적인 시대 상황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 강물과 언 하늘에 붙박인 배들과 말들을 비웃으며 얼어붙은 강 위에서 빙그르르 나뒹구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무리 세상이 얼어붙어도 우리의 웃음과 움직임을 얼리지는 못하네요. 우리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빙그르르 나뒹구는 움직임을 상상해봅니다. 그건 생명체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생동하는 우리의 에너지는 얼어붙은 세상을 녹일, 작지만 뜨거운 불씨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지난겨울 혹한 속에서 수많은 시민이 모여 뿜어냈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떠올렸습니다.
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 빙그르르.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
또 다른 별에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김혜순 지음
또 다른 별에서그의 첫 시집 『또 다른 별에서』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도회적인 세련성과 연금술적인 어휘력으로 잃어버린 아름다운 것들 속에 풍요한 서정을 부어넣고 투박해져가는 것들 속에 싱싱하고 섬세한 감각을 불어넣어 사물과 감정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수법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것의 이름은 베개> <이것은 이불> <이것은 어둠> <어둠에 어떻게 문패를 달아 놓지?> <이것은 벽> <벽은 모두 여섯 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이라는 것. 이것에 문패를 어떻게 달지?> (......) <화살표에 주렁주렁 문패를 매달은 나의 평면도, 봤어?> <우스워> <우스움에 무슨 수로 문패를 달지?> <이것은 베개, 이것은 어둠, 이것은 어머니. 잠이 안 와. 내일이면 이름 따윈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텐데. 큰일났어. 게다가 이름이란 서로 바뀌기도 쉽거든> <불면증이래나봐> <불면증? 거기다 어떻게 못을 꽝꽝 박고 문패를 달아 놓지?> <잠이 안 와> <문패에 문패를 달 수도 없는 걸>
또 다른 별에서 <불면>, 김혜순 지음
누군가 물음표에서 물음을 뽑아 버리고 있다. 닭털처럼 날리던 물음 바람에 몸을 맡긴 물음 발가벗기던 물음 온몸에 물감을 칠하던 물음 얼굴을 가린 물음 통곡하던 물음.
또 다른 별에서 <물음표 하나>, 김혜순 지음
(...) 내 도착과 출발은 늘 뒤섞이고 너의 웃음 소리는 내 가슴 속 가득히 부서졌다. 잘 닦인 소리들은 잘 부서졌다. 반짝이는 소리 하나 들고 가상의 눈물 흘리면 보이지 않는 말들이 입술 밖으로 녹아 흘렀다. 보이지 않는 말들을 간수하기에 두 손은 늘 모자라고. 너는 얼음나라 밖에. 나는 얼음나라 안에.
또 다른 별에서 <무언극>, 김혜순 지음
아직 안 보이는 그가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새가 튀어올랐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 저녁 달 (p.63), 김혜순 지음
내 어깨를 타넘은 바람이 발 디딜 곳을 못 찾고 창졸간에 허방에 빠진다 급히 불려오느라 머리 위로 치마도 뒤집어쓰지 못한 바람이 저 아래 바다로 다 쏟아져 들어간다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벼랑 아래 파도가 밤새껏 내게 묻는다. 땅 끝까지 달려온 풀들이 몇 개 안 남은 손톱으로 벼랑을 움켜쥐고 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풀잎을 하나씩 쥐어뜯는다. 내 머리칼도 저 밑은 허방이에요 내 얼굴을 움켜쥔 채 악착같이 떠밀리지 않으려 버틴다. 머리 끝까지 차오른 눈물도 눈 속 뿌리를 꽉 잡고 눈동자 밖으로 뛰어내리지 않는다. 바람에 떠밀리던 그림자는 내 발목을 잡은 채 벼랑을 혼자 더듬어 내려가다가 더 이상은 안 돼요 멈춰 있다. (......)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벼랑에서>, 김혜순 지음
내 가슴속에 호텔이 있고, 또 그 호텔 속에 내가 있다, 내 가슴속 호텔 속에 푸른 담요가 덮인 침대가 있고, 또 그 침대 속에 내가 누워 있고, 또 드러누운 내 가슴속에 그 호텔이 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참 오래 된 호텔> , 김혜순 지음
얘야 천년 묵은 여우는 백 사람을 잡아먹고 여자가 되고, 여자 시인인 나는 백 명의 아버지를 잡아먹고 그만 아버지가 되었구나 (...) 백 명의 아버지를 잡아먹고 그 허구의 이빨로 갈아놓은 문장의 칼을 높이 치켜들고 (...)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어쩌면 좋아, 이 무거운 아버지를> p.49, 김혜순 지음
이 시를 읽으며 그리스 신화 속 우라노스와 아들 크로노스의 대립, 크로노스와 아들 제우스의 대립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립한 예는 가부장제 역사와 신화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지요. “여자 시인”은 자신을 억압하는 수많은 아버지를 “문장의 칼”로 죽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살해’라는 가부장제의 폭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역시 가부장제의 아버지가 되어버리는 모순에 빠집니다.
제 지나온 길 다 먹어치우며 천천히 초록길 오르고 있다 배추벌레 몸 빛깔은 먹은 길 그대로 초록이다 (...) 배추벌레 한 마리 제 길 다 먹어치우고 아무도 없는 저 하늘 배추흰나비의 길 혼자 놓아 가려고 저렇듯 안간힘 다해 초록길 먹어치우고 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자동 인화기>, p.53, 김혜순 지음
감은 눈 속으로, 얼음 위를 번지며 녹는 물처럼 그대가 들어옵니다 하얀 블라인드 쳐진 방안에 들어온 그대는 내가 만든 것입니까 아니면 멀리 있는 그대가 내게로 보낸 것입니까? 눈 쌓인 바닥이 갑자기 솜처럼 푸근해집니다 잠들면 죽는다 내 안의 누군가 나를 흔들어대지만 얼음 눈꺼풀 너무 뜨겁습니다 감은 몸 속 방안이 더 뜨거워지려 합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블라인드 쳐진 방 3> p.42, 김혜순 지음
車가 달려간다. 유리 속으로 숲이 들어왔다 나간다, 어느 것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유리 속에선 아무것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머물렀다 생각하면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車가 달려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나무는 뒤로 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江은 뒤로 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너는 뒤로 간다. (...) 어느 바람도 옷 속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은 車 밖에서만 분다. (...) 내 울음 소리도 車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 車가 달려간다. 아직도 나밖에 실은 적이 없는 車가 달려간다. (...) 일평생을 달려도 하늘 한 방울 스며들지 않던, 그 車가 아직도 달려간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서울 3느 9916> p.35, 김혜순 지음
그가 감자를 심어오고 있다 무릎을 툭툭 쪼개어 그가 아픈 감자를 심어오고 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숨은 감자>p.59, 김혜순 지음
아직 안 보이는 그가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새가 튀어올랐다 새들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자꾸 찢고 지나갔다 옥양목 찢어지는 소리가 강물 밑까지 울렸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저녁 달>p.63, 김혜순 지음
@숨쉬는초록 열심히 시를 읽으셨군요! 1980년대의 김혜순 시는 당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언어의 미학적 대응을 고민한 측면이 있다면 1990년대의 김혜순 시는 보다 개인의 실존과 고통, 상상력의 언어로 변모한 측면이 있는 듯 싶습니다. 현실의 경험에서 촉발된 언어이되 그 경험의 고통을 직설적이거나 즉각적인 재현 언어로 고발하거나 표출하지 않고 암시의 언어와 상상력으로 증폭시키는 언어의 진술이 돋보입니다.
도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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