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읽기 시즌 2

D-29
車가 달려간다. 유리 속으로 숲이 들어왔다 나간다, 어느 것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유리 속에선 아무것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머물렀다 생각하면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車가 달려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나무는 뒤로 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江은 뒤로 간다. 車는 앞으로 가지만 너는 뒤로 간다. (...) 어느 바람도 옷 속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은 車 밖에서만 분다. (...) 내 울음 소리도 車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 車가 달려간다. 아직도 나밖에 실은 적이 없는 車가 달려간다. (...) 일평생을 달려도 하늘 한 방울 스며들지 않던, 그 車가 아직도 달려간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서울 3느 9916> p.35, 김혜순 지음
그가 감자를 심어오고 있다 무릎을 툭툭 쪼개어 그가 아픈 감자를 심어오고 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숨은 감자>p.59, 김혜순 지음
아직 안 보이는 그가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새가 튀어올랐다 새들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자꾸 찢고 지나갔다 옥양목 찢어지는 소리가 강물 밑까지 울렸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저녁 달>p.63, 김혜순 지음
@숨쉬는초록 열심히 시를 읽으셨군요! 1980년대의 김혜순 시는 당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언어의 미학적 대응을 고민한 측면이 있다면 1990년대의 김혜순 시는 보다 개인의 실존과 고통, 상상력의 언어로 변모한 측면이 있는 듯 싶습니다. 현실의 경험에서 촉발된 언어이되 그 경험의 고통을 직설적이거나 즉각적인 재현 언어로 고발하거나 표출하지 않고 암시의 언어와 상상력으로 증폭시키는 언어의 진술이 돋보입니다.
도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어보겠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김혜순 시집 전작 읽기는 계속됩니다.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몇십 개의 계단을 올라야 잠든 너를 깨울 수 있니 저 혼자 불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몸으로 두근거리는 내가 잠든 너의 몸 속을 한밤중 소리도 없이 오르고 있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서울의 밤> p.69, 김혜순 지음
네가 내 손을 잡았던가 순간, 내 가슴속에서 두 날개를 세차게 퍼덕거리다 온몸 가득 필멸의 내장 위로 푸른 하늘을 밀어올리는 저 새를 보라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저 새> p.58, 김혜순 지음
내 마음엔 웬 실핏줄이 이리도 많은지요 이 실핏줄을 다 지나야 그곳에 당도하게 되겠지요 (...) 날마다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늘어나요 길 속에 길이 있어요  (...) 서울이 서울을 낳아요 마음이 제 몸을 한껏 부풀려 또 마음을 낳아요 (...) 언제 저 길을 다 뒤져 당신을 찾아내지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서울 길> p. 82, 김혜순 지음
아침 일고여덟시경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환하게 내다 걸면 태양이 일천이백만 쌍 우리들 눈 속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대 숨이 내 숨으로 들어오면 머리 위에서 신나는 풀들이 파랗게 또는 새카맣게 일어선다 오오 그러다 밤이 오면 죽음이 오백 년 육백 년 전 할아버지의 배꼽을 지나 내 배꼽으로 들어오고 일천이백만 개의 달이 우리의 가슴속을 넘나들며 마음 갈피갈피 두루두루 적셔준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p. 125,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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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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