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베스) (방백) 글램즈 영주에 코더 영주라. 그럼 가장 중요한 것만 남았구나.
(뱅쿠오) 그렇게 곧이곧대로 믿다간 코더 영주뿐 아니라 왕관도 탐내시겠소. 어쨌든 이상한 일이긴 하군. 흔히 어둠의 앞잡이들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해코지할 목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법이오. 즉, 사소한 진실로 우리의 마음을 산 뒤 중대한 일에서 우리를 속이는 것이오.
(맥베스) (방백) 사실로 밝혀진 두 가지가 마치 <왕권>이라는 주제를 지닌 가슴 벅찬 연극의 즐거운 서막과 같구나. (중략) 이 불가사의한 것들의 유혹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야. 만약 나쁜 것이라면, 내게 진실을 먼저 말함으로써 성공의 확신을 왜 주었는가? 그들의 말대로 난 코더 영주가 되었다. 또 만약 좋은 것이라면, 왜 그것을 생각하면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 머리카락이 뒤엉키고 평온하던 가슴이 자연의 순리에 맞지 않게 갈빗대까지 방망이질한단 말인가? 무서운 상상에 비하면 눈앞의 공포는 아무것도 아닌 법. 시역은 아직 상상에 불과한데도 그 생각이 나의 미약함을 흔들어 대고 모든 기능이 추측 속에 질식해 헛것만 보이는구나.
(뱅쿠오) 장군이 넋 나가 있는 것 좀 보시오.
(맥베스) (방백) 만약 운명이 나를 왕으로 만들어 줄 거라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왕관을 씌워 주겠지.
(뱅쿠오) 자꾸 입어 익숙해질 때까지는 새 옷이 우리 몸에 잘 맞지 않듯이 새로운 명예가 그에게 그런 것 같소. ”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권오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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