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있었다>를 읽으니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이 떠오르네요~ 장작 타는 소리도 불의 온기만큼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누군가를 따뜻하게 감쌀 수 있는 온기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금
첫 번째 시, [불이 있었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는 어떤 세상을 그리는 것 같았어요. 삶에 지친 영혼이 잠든 사이 몸에서 빠져나와 그 경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꾸는 꿈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경계를 기준으로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존재들이 손을 잡고, 누구도 해치지 않는 마냥 선한 에너지만이 가득하고, 빠져나온 영혼이 집을 찾아 돌아가는 공간이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가, 내 안에서 죽은 나를 도닥이다 잠"드는 뫼비우스 띠의 꼬인 지점 같은 일이 가능한거겠죠. 삶이 시작 되기 전 단계와 삶이 끝난 뒤의 단계가 맞닿았다는 묘사가 좋았어요. 나를 완전히 위로할 수 있는건 나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태어나지 않은 내가 내 안에서 죽은 나를 위로하듯이, 끝나지 않은 것들을 위해 내가 경계 위에 피운 모닥불은 영원히 따뜻하게 피어오를 거란 마무리도 좋았어요. 시의 제목은 [불이 있었다]지만, 어딘가의 화자는 [불이 있다]라고 말할 것만 같아요.
하금
시 [소동]은 이따금 잊고마는 외면 받는 사람들의 아우성 같아요. 아무튼간에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줬으면하는 절박함, 혼자서 슬픔 속에 썩어가기를 거부하지만 진창을 벗어날 방법은 모르는 사람의 몸부림이라 생각하면서 읽었습니 다.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자극이 너무 잦은 세계라 이따금 고립을 꿈꾸기도 하는데, [소동]은 고립이 그렇게 낭만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일깨워주는 것 같은 시네요.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 라는 문장에서 타인에게 다가가기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는 요새에 대해 또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오해 받기 싫어서 모르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말을 걸지도 않고, 부딪히지도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나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가의 고립에 일조하고 있는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Alice2023
저도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어요.
정말 외롭고 슬픈 사람들은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시 소동 에서는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비를 맞고 밤에 벽에 못을 받고 계속 신호를 보내네요.
알고보면 우리도 평소에 이런 많은 신호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군가는 신호를 보내고 있을텐데 말예요. 작은 신호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조금 더 귀 기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금
[굴뚝의 기분]은 제목과 시를 매치시키기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꽃병을 사러 가는 나를 바라보는 굴뚝의 시점에서 적힌 시일까요? 왜 하필 굴뚝이어야만 할지 생각해봤지만 영 저만의 답이 떠오르진 않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해요.
다른 것보다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주저앉아 엉엉 우는 막막함의 분출이 참 공감 되는 시였어요. 가끔은 세상 모든게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잖아요.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놓는 수는 다 악수인 것만 같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악수는 아니었는데 나 모르게 판이 뒤집혀서 다 망쳐버린 것만 같기도 하고. 스스로 그 감정 속에 있을 때는 이 막막함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을 때도 있고요.
아직 저는 곷병을 깨트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금 가고 구멍난 채로, 어떻게든 본드로 붙이고 금간 곳에 금칠을 해서라도 괜찮은 태를 내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굴뚝'이라는 것이 좁고, 갑갑하고, 어둡고, 먼지가 많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화자의 마음이 정말 굴뚝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둠 위에 어둠을 껴입고"라는 구절에서도 '굴뚝'을 떠올렸구요~
<굴뚝의 기분>을 여러번 읽으며 큰 슬픔을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망가질 대로 망가진" 꽃병을 들고 있지만 괜찮다고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시의 마음이 있더라고요~ 오늘 만나는, 시가되는 모든 것들이 "괜찮아 괜찮아" 하고 우리의 삶을 토닥여 주길 바라겠습니다.
하금
굴뚝과 같은 마음, 이라는 말씀을 들으니까 시가 이해하기 훨씬 편해진 것 같아요! 길잡이 같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ㄴ비다 ㅎㅎㅎ
하금
[업힌]은 읽고나니 요근래 방송사 다큐멘터리 소재로 자주 언급 되던 ‘은둔청년‘ 그리고 ‘은둔중년‘이 떠오르는 시였어요. 산책 가기 싫어서 죽은 척하는 강아지와 하루를 갉아 먹는 것이 최선인 시의 화자.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를 외면하고싶어 납작하게 몸을 웅크린 모습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예쁜 걸 곁에 두면 예뻐질 줄 알고, 라는 문장이 참 아프게 공감 되었던 것 같아요. 작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사면 내가 그 렇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은 마음. 수집벽이 약간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사물에 애착을 쉽게 가져 방이 항상 어수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네요.
하금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는 한편의 동화 같은 시였네요. 할아버지가 쪼개고 있던건 무엇일까요? 하나의 생에 할당된 행복을 아주 잘게 쪼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곳곳에 감춰둔걸까 싶었어요.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라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유한하기에 생이 가치있는거란 말과 같은 궤를 돌고 있는 말인 것 같아요.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애쓰는 시간의 연속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걸까 싶네요.
오늘도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부분,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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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오후에]는,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매듭 같은 시간을 그리는구나 싶었어요. 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데도 유난스럽게 막막하고 먹먹한 날의 감상 같다고 할까요.
저한테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것 같다, 는 말이 되게 개인적인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화자가 저처럼 말하기보다 보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하루내내 관찰한 것이 많은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처럼 느껴지곤해요.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서 체했을 때처럼 내가 소화 할 수 없는만큼의 정보와 감각을 받아들였단 기분이 들거든요. 망치를 들고 눈을 깨러 오는, 나면서 내가 아닌 나의 연속점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니 얹힌 속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선 오후가 되어 '나'를 배웅하는 '나'는, 이제 그만 잠들어 하루를 끝내자는 인삿말 같기도 해요.
Alice2023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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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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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0-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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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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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2 [소동],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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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4 [굴뚤의 기분],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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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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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고 용서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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