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긴 정적만이 다정하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어요.
정말 외롭고 슬픈 사람들은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시 소동 에서는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비를 맞고 밤에 벽에 못을 받고 계속 신호를 보내네요.
알고보면 우리도 평소에 이런 많은 신호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함께 읽기
D-29

Alice2023
오늘도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군가는 신호를 보내고 있을텐데 말예요. 작은 신호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조금 더 귀 기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금
[굴뚝의 기분]은 제목과 시를 매치시키기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꽃병을 사러 가는 나를 바라보는 굴뚝의 시점에서 적힌 시일까요? 왜 하필 굴뚝이어야만 할지 생각해봤 지만 영 저만의 답이 떠오르진 않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해요.
다른 것보다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주저앉아 엉엉 우는 막막함의 분출이 참 공감 되는 시였어요. 가끔은 세상 모든게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잖아요.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놓는 수는 다 악수인 것만 같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악수는 아니었는데 나 모르게 판이 뒤집혀서 다 망쳐버린 것만 같기도 하고. 스스로 그 감정 속에 있을 때는 이 막막함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을 때도 있고요.
아직 저는 곷병을 깨트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금 가고 구멍난 채로, 어떻게든 본드로 붙이고 금간 곳에 금칠을 해서라도 괜찮은 태를 내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굴뚝'이라는 것이 좁고, 갑갑하고, 어둡고, 먼지가 많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화자의 마음이 정말 굴뚝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둠 위에 어둠을 껴입고"라는 구절에서도 '굴뚝'을 떠올렸구요~
<굴뚝의 기분>을 여러번 읽으며 큰 슬픔을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위로받는 기분이었어요~ "망가질 대로 망가진" 꽃병을 들고 있지만 괜찮다고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시의 마음이 있더라고요~ 오늘 만나는, 시가되는 모든 것들이 "괜찮아 괜찮아" 하고 우리의 삶을 토닥여 주길 바라겠습니다.

하금
굴뚝과 같은 마음, 이라는 말씀을 들으니까 시가 이해하기 훨씬 편해진 것 같아요! 길잡이 같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ㄴ비다 ㅎㅎㅎ

하금
[업힌]은 읽고나니 요근래 방송사 다큐멘터리 소재로 자주 언급 되던 ‘은둔청년‘ 그리고 ‘은둔중년‘ 이 떠오르는 시였어요. 산책 가기 싫어서 죽은 척하는 강아지와 하루를 갉아 먹는 것이 최선인 시의 화자.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를 외면하고싶어 납작하게 몸을 웅크린 모습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예쁜 걸 곁에 두면 예뻐질 줄 알고, 라는 문장이 참 아프게 공감 되었던 것 같아요. 작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사면 내가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은 마음. 수집벽이 약간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사물에 애착을 쉽게 가져 방이 항상 어수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네요.

하금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는 한편의 동화 같은 시였네요. 할아버지가 쪼개고 있던건 무엇일까요? 하나의 생에 할당된 행복을 아주 잘게 쪼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곳곳에 감춰둔걸 까 싶었어요.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라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유한하기에 생이 가치있는거란 말과 같은 궤를 돌고 있는 말인 것 같아요.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애쓰는 시간의 연속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걸까 싶네요.
오늘도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부분,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오후에]는,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매듭 같은 시간을 그리는구나 싶었어요. 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데도 유난스럽게 막막하고 먹먹한 날의 감상 같다고 할까요.
저한테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것 같다, 는 말이 되게 개인적인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화자가 저처럼 말하기보다 보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하루내내 관찰한 것이 많은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처럼 느껴지곤해요.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서 체했을 때처럼 내가 소화 할 수 없는만큼의 정보와 감각을 받아들였단 기분이 들거든요. 망치를 들고 눈을 깨러 오는, 나면서 내가 아닌 나의 연속점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니 얹힌 속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선 오후가 되어 '나'를 배웅하는 '나'는, 이제 그만 잠들어 하루를 끝내자는 인삿말 같기도 해요.

Alice2023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0-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2 [소동],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4 [굴뚤의 기분],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이해받고 용서받기 위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란 무엇일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6 [업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예쁜 걸 곁에 두면 예뻐질 줄 알고
책장 위에 차곡차곡 모아온 것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7 [업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8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하루 일과를 끝낸 뒤엔 그네를 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지상에서 어둠을 향해 막 걸음마를 떼는 사람이 보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8-19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0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