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부분,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오후에]는,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매듭 같은 시간을 그리는구나 싶었어요. 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데도 유난스럽게 막막하고 먹먹한 날의 감상 같다고 할까요.
저한테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것 같다, 는 말이 되게 개인적인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화자가 저처럼 말하기보다 보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하루내내 관찰한 것이 많은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처럼 느껴지곤해요.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서 체했을 때처럼 내가 소화 할 수 없는만큼의 정보와 감각을 받아들였단 기분이 들거든요. 망치를 들고 눈을 깨러 오는, 나면서 내가 아닌 나의 연속점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니 얹힌 속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선 오후가 되어 '나'를 배웅하는 '나'는, 이제 그만 잠들어 하루를 끝내자는 인삿말 같기도 해요.
Alice2023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0-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2 [소 동],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4 [굴뚤의 기분],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이해받고 용서받기 위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란 무엇일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6 [업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예쁜 걸 곁에 두면 예뻐질 줄 알고
책장 위에 차곡차곡 모아온 것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7 [업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8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하루 일과를 끝낸 뒤엔 그네를 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지상에서 어둠을 향해 막 걸음마를 떼는 사람이 보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8-19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0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 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Alice2023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오늘도
시집을 읽는데 '늙은 개'가 계속 등장하네요~ <면벽의 유령>에도 늙은 개가 나와요.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늙은 개와 함께 집을 나서 "빛이 출렁이는" 곳으로 향하죠. 눈부신 집 앞에 서니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라는 팻말이 눈에 띕니다.
'나'는 늙은 개를 두고 잠시 고민하지만 버리기보다는 지키기를 택합니다. 이 시를 읽으며 사랑을 잃는다면 그곳이 과연 천국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함께 다니는 이 늙은 개는 '나' 자신이 아닐까도 생각했고요~ 스스로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린 화자는 폐허와 같은 곳에서 계속 슬픔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사랑도 안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스스로 천국을 만들며 살아가겠구나 했습니다.
6월에도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요~ 바람과 같은, 그리고 <면벽의 유령>에 나오는 '늙은 개'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으며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올립니다. 데파페페의 'The Weathercock'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YmjN6WieE
하금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두 눈은 호두알처럼 변해간다
그가 망치를 들고
그의 눈을 깨러 오는 꿈을 꾸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는 걷고
눈은 내리고 내리고
의자도 그를 조금씩 삼키는 것 같다
어떤 오후는 영원토록 끝나지 않는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22-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문장모음 보기
하금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도서 증정] 안톤 허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이달의 심리학>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매달 1일 시작합니다
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8월]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
바쁘지만 책은 읽고 싶어 by Oncoazim
올해 가을엔 산에 가야지 머리는 차갑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 비트코인과 달러, 같이 공부해요!
『트럼프 시대의 비트코인과 지정학』 함께 읽기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개정판)책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읽기 모임
극과 극은 통한다!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