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함께 읽기

D-29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부분, 안희연 지음
[오후에]는,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매듭 같은 시간을 그리는구나 싶었어요. 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데도 유난스럽게 막막하고 먹먹한 날의 감상 같다고 할까요. 저한테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것 같다, 는 말이 되게 개인적인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화자가 저처럼 말하기보다 보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하루내내 관찰한 것이 많은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처럼 느껴지곤해요.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서 체했을 때처럼 내가 소화 할 수 없는만큼의 정보와 감각을 받아들였단 기분이 들거든요. 망치를 들고 눈을 깨러 오는, 나면서 내가 아닌 나의 연속점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니 얹힌 속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선 오후가 되어 '나'를 배웅하는 '나'는, 이제 그만 잠들어 하루를 끝내자는 인삿말 같기도 해요.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0-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 [불이 있었다], 안희연 지음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린 날 초인종이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정 넘어 벽에 못을 박던 날에도 시소는 기울어져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2 [소동], 안희연 지음
너는 모든 것이 너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낀다 의자가 놓여 있는 방식 달력의 속도 못 하나를 잘못 박아서 벽 전체가 엉망이 됐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4 [굴뚤의 기분], 안희연 지음
생각으로 짓는 죄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 이해받고 용서받기 위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란 무엇일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6 [업힌], 안희연 지음
예쁜 걸 곁에 두면 예뻐질 줄 알고 책장 위에 차곡차곡 모아온 것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7 [업힌], 안희연 지음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8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하루 일과를 끝낸 뒤엔 그네를 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지상에서 어둠을 향해 막 걸음마를 떼는 사람이 보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8-19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0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 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1 [면벽의 유령], 안희연 지음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시집을 읽는데 '늙은 개'가 계속 등장하네요~ <면벽의 유령>에도 늙은 개가 나와요.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늙은 개와 함께 집을 나서 "빛이 출렁이는" 곳으로 향하죠. 눈부신 집 앞에 서니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라는 팻말이 눈에 띕니다. '나'는 늙은 개를 두고 잠시 고민하지만 버리기보다는 지키기를 택합니다. 이 시를 읽으며 사랑을 잃는다면 그곳이 과연 천국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함께 다니는 이 늙은 개는 '나' 자신이 아닐까도 생각했고요~ 스스로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린 화자는 폐허와 같은 곳에서 계속 슬픔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사랑도 안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스스로 천국을 만들며 살아가겠구나 했습니다. 6월에도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요~ 바람과 같은, 그리고 <면벽의 유령>에 나오는 '늙은 개'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으며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올립니다. 데파페페의 'The Weathercock'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YmjN6WieE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두 눈은 호두알처럼 변해간다 그가 망치를 들고 그의 눈을 깨러 오는 꿈을 꾸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는 걷고 눈은 내리고 내리고 의자도 그를 조금씩 삼키는 것 같다 어떤 오후는 영원토록 끝나지 않는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22-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4 [망종],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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