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은 새벽에 급습하는 후회를 노래하는 말들 같았어요. 아침을 가로막은 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는 막막한 공포, 달아나기를 후회할 수 밖에 없을만큼 벌어진 시간,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 행위에 지붕한다거나요.
[오늘도, 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함께 읽기
D-29

하금

하금
당신에게는 사슴 한마리가 있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사슴은 오래전 당신을 찾아왔고 당신 곁에서 죽을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2 [연루],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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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연루, 라는 단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쓰더라구요.
1) 잇닿을 련(연) + 묶을 루
2) 인연 연 + 묶을 루
두 방식에 큰 구분이 있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잇닿다와 인연이라는 말에 큰 차이가 있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왠지 이번 시의 ‘연루‘는 ‘인연 연‘을 쓰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왠지 ‘인연‘에는 조금 더 책임감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요.

하금
“ 불 꺼진 창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밖의 오해일 것이다
이제 내겐 아흔아홉마리 늑대와 한마리 양이 남아있지만
한마리 양은 백마리 늑대가 되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
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9 [추리극],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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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7 [사랑의 형태],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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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종종 호수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호수는 점점 커져갔다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 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5), <알라메다> 부분,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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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년에 시집을 읽었을 때도 <알라메다>라는 시가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도 그러더라고요~ 나는 어떤 경로로 "호수에 이르"게 될까, 궁금증이 일면서 <알라메다>을 풍경을 그려보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알라메다'는 어디일까 궁금해서 검색창에 '알라메다'를 검색해보는데 '멕시코시티에 있는 포플러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알라메다 공원'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일까, 엄청 궁금했어요~
호수로 가는 길에 만나는 "기억의 동굴"과 "반딧불이의 숲"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도
안녕하세요~ 요즘 뻐꾸기 소리 많이 듣고 계시나요? 이 계절의 배경음악으로 아침과 오후에 뻐꾸기 소리가 잔잔히 울리네요. 어떤 소리는 굵고 낮게, 어떤 소리는 조금 높고 청량하 게. 가만히 귀 기울이니 뻐꾸기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세상의 소음에 묻혀서 잘 안들릴때도 있지만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뻐꾸기 소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는 뻐꾸기 노래에 함께 인사하며 이번주의 여름도 더더욱 사랑해야 겠습니다!!
♥오늘(6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2부를 함께 읽어요♥ 책의 91페이지까지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자이언트>를 읽었습니다.
"투명할 뿐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라는 구절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시를 읽으며 오늘은 어떤 사연이 편지가 되어 도착할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는 세계가 될 수 있도록, 혹시나 편지가 도착하면 잘 펼쳐봐야겠습니다.
♥이 글에 댓글로 참여해주시면 이번주, 우리만의 '시감 노트'가 됩니다♥
이번주도 우리의 여름을 함께 쌓아가요~

하금
동화는 말하지
작고 빛나는 것들은 곧잘 사라진다고
그래서 작은 줄로만 알았어
우리의 영혼이라는 것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2 <자이언트>,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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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기억하기를 멈추는 순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방
어제 놓친 손이 오늘의 편지가 되어 돌아오는 이유를
이해해보고 싶어서
뒤로 더 뒤로 가보기로 한다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너무 커다란 우리의
영혼을 조망하기 위해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3-44 <자이언트>,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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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6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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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46-47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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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좁고 가파른 길이었다 몇몇은 주저앉았다 이 질문은 무게가 없어요 이런 슬픔으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어요 그런 말들에 발이 묶인 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8 <빛의 산>,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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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0 <역광의 세계>,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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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0 <역광>,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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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그에게 백일홍 꽃밭과 반딧불이 부락을 주었고
따뜻한 햇살을 비추며 괜찮다, 괜찮다 속삭였지만
삶과 죽음을 가르는 건 단 한걸음 차이였다고 했습니다
설탕이 물에 녹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54-55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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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우리는 숲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밧줄이 있었으므로 완전한 공포는 피할 수 있었다 손에 쥘 무언가가 있다는 것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에 기대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6 <거짓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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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무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밧줄이 갈라질 때마다 밧줄의 힘도 나날이 강력해져가다 손안에서 가루가 되어 바스러질 때도, 뱀으로 변해 팔다리를 휘감을 때도 있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6 <거짓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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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들은 부숴야 할 돌멩이를 찾아 헤맸다 돌 하나를 부수기 위해 집 전체를 부숴야 할 때도 많았지만
돌멩이가 넘어뜨린 것이 자신의 사랑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