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함께 읽기

D-29
저는 3장을 읽으며 <태풍의 눈>이라는 시에 특히 눈길이 많이 머물렀습니다. "엉터리 지도 제작자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면서요. 내가 그리고 있는 '나'라는 지도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길을 만들며 가고 있는 것일까 매 순간 의문이 드는데 "그래도 나는 그런 지도가 좋다"라는 구절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오늘 내가 그린 지도 역시 엉터리일지 모르지만 저도 오늘의 지도를 좋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는 그날의 첫 만남을 총성에 비유했다 / 불현듯 작은 개를 끌어안고 / 이전과 같은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으나 /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이 있기 때문에 / 그 길은 길의 바깥이 되었다 / 못이 벽을 파고들듯이 / 회전하는 여름이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96) <그의 작은 개는 너무 작아서> 부분, 안희연 지음
그가 그린 지도는 엉망이다 어디로 가든 막다른 길 침묵도 흙처럼 쌓여 있다 그래도 나는 그런 지도가 좋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8,109) <태풍의 눈> 부분, 안희연 지음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4 <스페어>, 안희연 지음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5 <스페어>, 안희연 지음
미래는 새하얀 강아지처럼 꼬리 치며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새는 비를 걱정하며 내다놓은 양동이 속에 설거지통에 산처럼 쌓인 그릇들 속에 있다는 걸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9 <호두에게>, 안희연 지음
겨울에서 겨울로 더 가파른 겨울로 양을 몰고 가는 상상을 한다 늑대의 목에 달린 방울을 미래라 부르는 사람이 되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25 <나의 투쟁>, 안희연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함께 6월의 날들을 잘 걸어가고 계신가요? 저는 올려주신 구절들을 읽으며 6월에 자라고 있는 시의 잎사귀들이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께 여름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덕분에 이전보다는 조금 더 힘을 내서 여름의 한가운데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오늘(6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뒤에 실린 해설과 그동안 읽었던 시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봐요♥ 시 낭독 모임이 있다면 이번 시집에서 함께 낭독하고 싶은 시가 무엇일까요? '여름 언덕' 위에 모여 함께 시를 나눈다면 어떤 시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그 아래에서 흔들리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여러분의 목소리로 낭독되는 시를 듣는 상상을 해봅니다. 여름 언덕에서 낭독하고 싶은 시, [오늘도, 시]에서 시를 나눈 소감, 여름을 맞이하는 마음, 어떤 것도 좋습니다. 시집을 덮으며 여러분의 마음을 나눠주세요~
저는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처음 만난 게 작년 여름이었어요~ 처음 시집을 읽고는 너무 좋아서 다시 여름이 찾아오면 그때 또 펼쳐봐야지 했거든요. 올해 여름에 이렇게 그믐 북클럽에서 함께 시를 읽고 나눌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두 번째 읽는 시집은 처음 읽을 때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 여름에도 이 시집을 다시 펼쳐 볼 것 같아요. 저는 이번 함께 읽기에서 <태풍의 눈>이란 시에 특히 마음이 갔어요~ 여름 언덕에서 낭독하고 싶은 시로 <태풍의 눈>을 꼽아봅니다^^ ★ 그런 말들이 내게 가라앉은 날엔 엉터리 지도 제작자의 마음을 생각해보곤 한다 존재하는 모든 길을 정확하게 옮겨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 하지만 아무도 모를 골목만 제멋대로 그리는 사람 (중략) 그가 그린 지도는 엉망이다 어디로 가든 막다른 길 침묵도 흙처럼 쌓여 있다 그래도 나는 그런 지도가 좋다 ★ "그래도 나는 그런 지도가 좋다"라는 문장이 많이 위로가 됩니다. 오늘의 지도엔 어떤 골목이 그려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남은 한주도 시와 함께 잘 걸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짐작해보건대 시인의 기록에서 성장은 순환의 질서를 자연스레 따르는 것이기 이전에 불행과 불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맞닥뜨리면서 그것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를 겨룸으로써 이뤄지는 것 같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136-137 <해설, 고요한 맹렬, 양경언>, 안희연 지음
이름이 품고 있는 의미 영역을 단정하지 않으려고, 또 완성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솟아나는 어떤 삶의 흔적을 언어화하는 사전이 시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41 <해설, 고요한 맹렬, 양경언>, 안희연 지음
바쁘던 6월의 마무리를 읽고 싶던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짓는다는 건 정말 큰 행운 같아요. 모임을 열어주신 덕분에 여름의 소박한 버킷 리스트 하나에 체크 마크를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서정적인 시만 가득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제목을 읽고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너무나 기분 좋은 반전이 가득한 시집이었습니다. 사건이 닥쳐왔을 때 감정과 생각에 뜸이 들기를 기다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 전반에서 풍기는 오래도록 침묵하고 관찰하는 기운이 참 좋았어요. 함부로 결론 짓기를 두려워하는 (혹은 신중한) 사람의 시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서 시인의 다른 시집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좋은 시집을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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