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는데 '늙은 개'가 계속 등장하네요~ <면벽의 유령>에도 늙은 개가 나와요.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늙은 개와 함께 집을 나서 "빛이 출렁이는" 곳으로 향하죠. 눈부신 집 앞에 서니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라는 팻말이 눈에 띕니다.
'나'는 늙은 개를 두고 잠시 고민하지만 버리기보다는 지키기를 택합니다. 이 시를 읽으며 사랑을 잃는다면 그곳이 과연 천국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함께 다니는 이 늙은 개는 '나' 자신이 아닐까도 생각했고요~ 스스로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린 화자는 폐허와 같은 곳에서 계속 슬픔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사랑도 안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스스로 천국을 만들며 살아가겠구나 했습니다.
6월에도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요~ 바람과 같은, 그리고 <면벽의 유령>에 나오는 '늙은 개'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으며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올립니다. 데파페페의 'The Weathercock'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YmjN6WieE
하금
두리번거리다 한생이 끝난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두 눈은 호두알처럼 변해간다
그가 망치를 들고
그의 눈을 깨러 오는 꿈을 꾸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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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는 걷고
눈은 내리고 내리고
의자도 그를 조금씩 삼키는 것 같다
어떤 오후는 영원토록 끝나지 않는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22-23 [오후에],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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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4 [망종],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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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홍
1부 읽었는데 마치 연작 시 같은 느낌. 서로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것 같아요. 깊은슬픔도 느껴지고요. 낭독하며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요. 자꾸 빠져듭니다.
천천히 다시 읽고 남겨볼게요~^^
오늘도
저도 시 한 편 한 편을 3~4번씩은 읽는 것 같아요~ 이 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이기도 하고, 시를 읽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져서이기도 하고요, 함께 읽고 올려주시는 시 구절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읽게 되고 그러네요~ 이렇게 시와 함께 보내는 날들이어서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쓰담홍
쓰담홍
하금
나는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다 그가 몸을 좀 녹였으면 했다
그를 녹이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6 [선잠],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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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선잠]은 다정함으로 함락 되는 마음, 이라 생각하고 읽기도했고 동시에 그렇게 함락 되기는 했어도 완벽하게 열리고 연결되지는 않은 마음을 향한 시라고 생각하고 읽기도 했어요.
밤새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노라고
돌아오지 못할까봐 겁이 났었노라고
하는 상대가 나의 잠 속까지 따라온 그일지 알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어요. 특히 서래의 방에 있던 묵빛과 푸른빛이 섞인 듯한 그 파도 벽지가요. 영화 전체의 에너지는 이 시의 에너지보다 더 앞으로 치닫는 느낌이고 격정적이지만ㅎㅎ 생각난 김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의 OST를 공유 드려요.
https://youtu.be/Wudr8foEnqM?si=qiJCEVAgg3F0D0Rd
헤어질 결심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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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는 이 시에서 "그를 녹이려던 것은 아니었는데"에 눈길이 머물렀어요~
<선잠>을 읽으며 <헤어질 결심>을 떠올렸다는 말씀에 시를 다시 읽어봤어요~ 영화도 다시 한 번 보고싶네요~
하금
무심히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서 칼이 번뜩였다
밤은 아침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는 손처럼 집요하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8 [미동],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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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나는 그날의 벌목을 떠올렸다
나무 한그루가 사라진 자리와 다른 나무가 이토록 많지 않으냐는 위안,
너무 늦게 그곳으로 갔다 숲에는 수백개의 나무둥치만 남아 있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28-29 [미동],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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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미동]은 새벽에 급습하는 후회를 노래하는 말들 같았어요. 아침을 가로막은 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는 막막한 공포, 달아나기를 후회할 수 밖에 없을만큼 벌어진 시간,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 행위에 지붕한다거나요.
하금
당신에게는 사슴 한마리가 있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사슴은 오래전 당신을 찾아왔고 당신 곁에서 죽을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2 [연루],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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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연루, 라는 단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쓰더라구요.
1) 잇닿을 련(연) + 묶을 루
2) 인연 연 + 묶을 루
두 방식에 큰 구분이 있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잇닿다와 인연이라는 말에 큰 차이가 있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왠지 이번 시의 ‘연루‘는 ‘인연 연‘을 쓰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왠지 ‘인연‘에는 조금 더 책임감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요.
하금
“ 불 꺼진 창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밖의 오해일 것이다
이제 내겐 아흔아홉마리 늑대와 한마리 양이 남아있지만
한마리 양은 백마리 늑대가 되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
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9 [추리극],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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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7 [사랑의 형태],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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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종종 호수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호수는 점점 커져갔다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 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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