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함께 읽기

D-29
[선잠]은 다정함으로 함락 되는 마음, 이라 생각하고 읽기도했고 동시에 그렇게 함락 되기는 했어도 완벽하게 열리고 연결되지는 않은 마음을 향한 시라고 생각하고 읽기도 했어요. 밤새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노라고 돌아오지 못할까봐 겁이 났었노라고 하는 상대가 나의 잠 속까지 따라온 그일지 알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어요. 특히 서래의 방에 있던 묵빛과 푸른빛이 섞인 듯한 그 파도 벽지가요. 영화 전체의 에너지는 이 시의 에너지보다 더 앞으로 치닫는 느낌이고 격정적이지만ㅎㅎ 생각난 김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의 OST를 공유 드려요. https://youtu.be/Wudr8foEnqM?si=qiJCEVAgg3F0D0Rd
헤어질 결심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저는 이 시에서 "그를 녹이려던 것은 아니었는데"에 눈길이 머물렀어요~ <선잠>을 읽으며 <헤어질 결심>을 떠올렸다는 말씀에 시를 다시 읽어봤어요~ 영화도 다시 한 번 보고싶네요~
무심히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서 칼이 번뜩였다 밤은 아침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는 손처럼 집요하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28 [미동], 안희연 지음
나는 그날의 벌목을 떠올렸다 나무 한그루가 사라진 자리와 다른 나무가 이토록 많지 않으냐는 위안, 너무 늦게 그곳으로 갔다 숲에는 수백개의 나무둥치만 남아 있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28-29 [미동], 안희연 지음
[미동]은 새벽에 급습하는 후회를 노래하는 말들 같았어요. 아침을 가로막은 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는 막막한 공포, 달아나기를 후회할 수 밖에 없을만큼 벌어진 시간,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 행위에 지붕한다거나요.
당신에게는 사슴 한마리가 있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사슴은 오래전 당신을 찾아왔고 당신 곁에서 죽을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2 [연루], 안희연 지음
연루, 라는 단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쓰더라구요. 1) 잇닿을 련(연) + 묶을 루 2) 인연 연 + 묶을 루 두 방식에 큰 구분이 있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잇닿다와 인연이라는 말에 큰 차이가 있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왠지 이번 시의 ‘연루‘는 ‘인연 연‘을 쓰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왠지 ‘인연‘에는 조금 더 책임감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요.
불 꺼진 창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밖의 오해일 것이다 이제 내겐 아흔아홉마리 늑대와 한마리 양이 남아있지만 한마리 양은 백마리 늑대가 되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 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9 [추리극], 안희연 지음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7 [사랑의 형태], 안희연 지음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종종 호수 이야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호수는 점점 커져갔다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 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35), <알라메다> 부분, 안희연 지음
작년에 시집을 읽었을 때도 <알라메다>라는 시가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도 그러더라고요~ 나는 어떤 경로로 "호수에 이르"게 될까, 궁금증이 일면서 <알라메다>을 풍경을 그려보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알라메다'는 어디일까 궁금해서 검색창에 '알라메다'를 검색해보는데 '멕시코시티에 있는 포플러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알라메다 공원'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일까, 엄청 궁금했어요~ 호수로 가는 길에 만나는 "기억의 동굴"과 "반딧불이의 숲"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요즘 뻐꾸기 소리 많이 듣고 계시나요? 이 계절의 배경음악으로 아침과 오후에 뻐꾸기 소리가 잔잔히 울리네요. 어떤 소리는 굵고 낮게, 어떤 소리는 조금 높고 청량하게. 가만히 귀 기울이니 뻐꾸기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세상의 소음에 묻혀서 잘 안들릴때도 있지만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뻐꾸기 소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는 뻐꾸기 노래에 함께 인사하며 이번주의 여름도 더더욱 사랑해야 겠습니다!! ♥오늘(6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2부를 함께 읽어요♥ 책의 91페이지까지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자이언트>를 읽었습니다. "투명할 뿐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라는 구절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시를 읽으며 오늘은 어떤 사연이 편지가 되어 도착할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는 세계가 될 수 있도록, 혹시나 편지가 도착하면 잘 펼쳐봐야겠습니다. ♥이 글에 댓글로 참여해주시면 이번주, 우리만의 '시감 노트'가 됩니다♥ 이번주도 우리의 여름을 함께 쌓아가요~
동화는 말하지 작고 빛나는 것들은 곧잘 사라진다고 그래서 작은 줄로만 알았어 우리의 영혼이라는 것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2 <자이언트>, 안희연 지음
기억하기를 멈추는 순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방 어제 놓친 손이 오늘의 편지가 되어 돌아오는 이유를 이해해보고 싶어서 뒤로 더 뒤로 가보기로 한다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너무 커다란 우리의 영혼을 조망하기 위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3-44 <자이언트>, 안희연 지음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6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46-47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지음
좁고 가파른 길이었다 몇몇은 주저앉았다 이 질문은 무게가 없어요 이런 슬픔으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어요 그런 말들에 발이 묶인 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8 <빛의 산>, 안희연 지음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0 <역광의 세계>, 안희연 지음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50 <역광>, 안희연 지음
그에게 백일홍 꽃밭과 반딧불이 부락을 주었고 따뜻한 햇살을 비추며 괜찮다, 괜찮다 속삭였지만 삶과 죽음을 가르는 건 단 한걸음 차이였다고 했습니다 설탕이 물에 녹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p.54-55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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