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린 시인에게 묻는다
-작고 날렵하고 갉아 먹는 것을 떠올려보렴
내가 생각했던 답은 죽음이었지만
어린 시인은 별 고민 없이 다람쥐라고 말한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78 <영혼 없이> -2 ,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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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시를 환상 속에 두지 마세요
어린 시인은 단호히 말한다
쓰러진 물컵 속에는 물 외엔 아무것도 없다
슬픔이나 절망 같은 건 더더욱 없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79 <영혼 없이>-2,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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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아침저녁으로 피를 씻어내는 일이 나의 묵상입니다
하지만 무엇으로도 씻기지 않는 것들이 끝내 나이겠지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85 <생선 장수의 노래>,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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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고작 이런 풍경을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것일까
너는 헤엄치는 법을 알아야만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내일부턴 더 추워지겠네 쓸쓸히 웃었다
너무 어두워서 분명해지는 세계가 거기 있었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89 <실감>,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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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90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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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90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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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 죽은 나무에서만 자라는 버섯들 / 기억하기를 멈추는 순간,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방 / 어제 놓친 손이 오늘의 편지가 되어 돌아오는 이유를 / 이해해보고 싶어서 / 뒤로 더 뒤로 가보기로 한다 / 멀리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43,44), <자이언트> 부분,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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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잘린 꼬리는 도마뱀인가요, 돠뱀이 아닌가요?
영혼이라는 말은 불에 가까운가요, 물에 가까운가요?
질문을 시작했을 때
너,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그들이 기특하다는 듯 웃는다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으로는 조금도 웃지 않는다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63 <지배인>,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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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도
♥오늘(6월 16일)부터 6월 22일까지 3부를 함께 읽어요♥ 책의 135페이지까지입니다.
안녕하세요~ 비가 내리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6월의 잎사귀들을 하염 없이 내리는 비들이 더더욱 푸른빛으로 빛나도록 도와줄 것 같네요~
당신의 여름은 어떻게 깊어가고 있나요? 때로는 한숨과 슬픔과 눈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내리는 비가 슬픔과 어둠을 씻겨주고 마음을 맑게 해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비와 함께, 뜨거운 공기와 함께 오르는 여름 언덕은 더더욱 숨차고 힘들테지만 "언덕의 기분"을 살피며 하루하루를 올라가다 보면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에 댓글로 참여해주시면 이번주, 우리만의 '시감 노트'가 됩니다♥
올려주신 문장들을 보며 저의 시감 노트도 더더욱 풍성해지고 있네요~ 이번주도 시와 함께 우리만의 여름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가요~
오늘도
월요일의 비내리는 풍경도 함께 올립니다~
여름엔 이 초록의 잎들과 비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하금
오늘도 그는 새를 기다리러 간다
그의 새장은 아직 비어 있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95 <반려조(伴侶鳥)>,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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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폭발음도 없이 한 우주가 잠든 곳,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를 그러모으는 일, 나는 네가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믿지 않을까봐 두렵다, 네가 침잠하는 모든 시간에 언제나 한 사람이 곁에 있었는데도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98 <덧칠>,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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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덧칠>은 사랑을 종결로 여기며 지나간 사랑의 잔재를 돌보지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결국 떠나보냄을 견디는 나를 돌보지 않을 '너'를 걱정하는 목소리 같아요. 이미 사랑도 '너'도 겪을 만큼 겪을 사람이 보내는 당부의 말 같이 들리기도하고, 그래서 미래의 '너'가 지금의 '너'에게 보내는 말 같기도 하네요.
오늘도
"미래의 '너'가 지금의 '너'에게 보내는 말"이라는 하금님 말씀이 참 좋네요..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를 그러모으는 일"은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저 역시 그런 행동과 마음 모두 사랑이겠구나 생각해봅니다~
하금
누군가는 물고기를 기르고
누군가는 북극곰을 기르고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소리 없이 우는 사람 곁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5 <양 기르기>,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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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래서 왔을 것이다
불행을 막기 위해 더 큰 불행을 불러내는 주술사처럼
뭐든 미리 불태우려고
미리 아프려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6 <캐치볼>,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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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불타는 공이 날아왔다는 것은
불에 탈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나는 글러브를 단단히 조인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07 <캐치볼>,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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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너는 상자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물을 마시지만 물을 침범하지 않는 사랑을 알고 싶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p.111 <측량>,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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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는 3장을 읽으며 <태풍의 눈>이라는 시에 특히 눈길이 많이 머물렀습니다. "엉터리 지도 제작자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면서요. 내가 그리고 있는 '나'라는 지도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길을 만들며 가고 있는 것일까 매 순간 의문이 드는데 "그래도 나는 그런 지도가 좋다"라는 구절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오늘 내가 그린 지도 역시 엉터리일지 모르지만 저도 오늘의 지도를 좋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 그는 그날의 첫 만남을 총성에 비유했다 / 불현듯 작은 개를 끌어안고 / 이전과 같은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으나 /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이 있기 때문에 / 그 길은 길의 바깥이 되었다 / 못이 벽을 파고들듯이 / 회전하는 여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