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그대로 미쳐버리는 것만 같아 무서웠지만 그래도 어떻게 정신을 차렸다. 물론 아직은 몽롱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기를 이토록 끔찍한 상태에 몰아넣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즉 그게 돈문제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괴로운 것은 오로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치 부상당하여 다 죽어가는 사람이 피가 흐르는 상처를 통해서 생명이 새나가는 것을 느끼듯이 그녀는 그 기억들을 통해서 자신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밤이 내리고 있었고 까마귀떼가 날았다.
갑자기 수많은 불빛의 구슬들이 작열하는 포탄처럼 공중에서 폭발하여 납작해지면서 빙글빙글 돌더니 나뭇가지들 사이의 눈 위에 가서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의 구슬 한복판에 로돌프의 얼굴이 나타났다. 구슬들은 수가 늘어나더니 가까이 다가와서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멀리 안개 속에서 반짝거리는 집들의 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
『마담 보바리』 p.4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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