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사피엔스/도서 증정] 해도연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

D-29
아, 우주는 인간의 비극 뿐 만 아니라 모두의 비극에 관심이 없었죠. 켄티펀트들의 비극도 결국 켄티가 죽는 걸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오타 발견했어요. '그리자' > '그러자'
켄티펀트들은 에리카를 증오하고 있었다. 단순히 에리카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에리카가 복원하려는 인간의 과거와 문화를 싫어했다. 이건 단순한 생존이나 먹이사슬 속 경쟁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라져버린 고대문명의 생존자와 오랫동안 숲을 지배해온 원시 문명과의 충돌이었다.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었다. 숲은 두 문명이 지배하기에는 너무 좁았고, 놈들은 타협이나 조회의 대상이 아니었다.
라스트 사피엔스 p82, 해도연 지음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에리카는 천천히 활을 내리고 화살을 거뒀다.그러자 어린 켄티펀트는 한 걸음 더 다가와 에리카를 살폈다. 작은 앞발을 모은 채 조심스럽게 서서, 길고 가느다란 두 개의 코를 천천히 움직이며 에리카의 이곳저곳을 신기하다는 듯 만졌다. 눈동자는 검은 밤의 호수처럼 깊었고, 반짝이는 호기심이 달빛처럼 비치고 있었다. 단 한점의 적의도 두려움도 없었다.
라스트 사피엔스 p96, 해도연 지음
켄티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가 우주의 눈동자 앞에서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켄티의 눈 속에서, 켄티의 세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나무줄기 천장 너머로 올려다본 희미한 빛줄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이제껏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아찔한 심연과 그 속을 유영하는 끝없는 별빛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려울 만큼 선명한 시선.
라스트 사피엔스 p110, 해도연 지음
갑자기 빛이 쏟아졌다. 에리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눈이 빛에 익숙해지고 다시 앞을 바라본 순간, 에리카는 다리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에 나타난 건 새로운 유적지였다.
라스트 사피엔스 p121, 해도연 지음
켄티는 처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에리카가 도착하자 두 개의 부드러운 팔로 에리카의 어깨를 감쌌다. 오히려 에리카를 위로해주려는 것처럼. 에리카가 구해줄 것이라는 걸 알았다는 것처럼.
라스트 사피엔스 p124, 해도연 지음
귀걸이. 숲에서 처음 봤을 땐 단순한 장식이리고 생각했지만,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가축을 관리하기 위한 표식이었다. 어디서 만든 걸까? 주변에 금속을 가공할 만한 공간이나 장비, 도구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광산 같은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만드는 것일 수도 있었다. 숲속 켄티펀트들은 역시 이곳에서 탈출한 개체들이었다. 배드 피플의 손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도망쳐 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숲에서 처음 태어난 켄티. 가축으로 태어나지 않았기에, 켄티는 귀걸이가 없었다. 그래서 켄티를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라스트 사피엔스 p154, 해도연 지음
"켄티" 켄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 대신 조용히 손끝을 움직여 에리카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설프지만, 에리카를 위로하는 듯한 손짓이었다.
라스트 사피엔스 p161, 해도연 지음
에리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켄티도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지쳐 있었고, 모든 걸 쥐어짜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서로에게 기대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은 에리카가 일방적으로 켄티에게 기대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은 에리카에게도 켄티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둘은 함께할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다시 방주를 향해 나아갔다.
라스트 사피엔스 p169, 해도연 지음
에리카는 켄티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뜨거운 눈물이 두 피부 사이로 스며들었다. 켄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코리••••••." 켄티가 내민 건 귀걸이였다. 만듦새가 훨씬 엉성했다. 그리고 금속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라스트 사피엔스 p180, 해도연 지음
방주는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인류의 요람이었다. 지구의 환경이 달라졌음을 감지하면, 깨우는 자들이 먼저 눈을 뜬다. 그들은 프로토콜을 따라 직접 환경을 조사하고 검증한다. 그리고 인류가 다시 걸어 나올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한 뒤, 마침내 모두를 깨운다. 그게 에리카의 임무였다.
라스트 사피엔스 p190, 해도연 지음
차갑고도 메마른 노을. 세상은 두 번이나 인류를 버렸지만, 그 사실을 개의치 않는 듯 노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라스트 사피엔스 p201, 해도연 지음
저녁 하늘이 더욱 짙어졌다. 맹렬히 타오르던 노을은 서서히 색을 잃고 밤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어린 투리는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며 책의 얇은 종이를 간지럽혔다.
라스트 사피엔스 p208, 해도연 지음
하지만 그렇기에 이 짧은 순간이야말로 기적일 수 있습니다. 영겁의 시간 속 찰나의 순간 위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니까요.
라스트 사피엔스 p215, 해도연 지음
에리카가 켄티에게 죄책감을 가지며 함께 방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겪은 일들, 그 과정에서 켄티가 보여줬던 어설프지만 따뜻한 위로의 손짓이 기억에 남네요. ㅠㅠ 마지막쯤에 귀걸이를 내밀때 너무 슬펐어요. 이미 모든걸 다 알면서도 에리카를 따라가기를 원했으니까요. 한편의 sf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였어요. 에리카가 누구를 만나게 될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건이 있을지 방주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가면서 읽는과정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마지막은 슬프지만 잔잔하게 위로해주는 기분이였어요. 좋은책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www.instagram.com/p/DLU-z2iJ7Ha/?igsh=YzU4OWVqMnBqNHhs 후기를 올렸습니다. 좋은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켄티가 죽지않았다면,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는데, 죽음으로써 에리카가 더 성장한 것 같아 복잡하네요🤣 다른 모임에서 작가님과 또 뵙길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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