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책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타임머신>과 <혹성탈출> 생각이 났는데요. 시간과 종으로서의 인간, 그 리고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였고요.
특히 25,000년이라는 시간의 아득함을 별자리와 천체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는 무한에 가까운, 그러나 우주와 지구에서 보면 찰나에 가까운, 우주적 단위의 시간에 대한 먹먹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편, 켄티펀트-투리와의 관계는 감동적이지만, 다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능이 높은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요?
소설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세계의 나머지 부분(결말에서 후일담으로 나오기는 하지만)도 궁금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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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
안녕하세요. SF 소설 읽기 기대가 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해도연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2주간 <라스트 사피엔스>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도 계시고, 한참 읽고 계신 분도, 이제 첫 장을 펼치신 분도 계실 것 같네요.
<라스트 사피엔스>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 느낌, 궁금증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작가의 입장에서 드릴 수 있는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서로 대답과 의견, 질문을 주고 받는 것도 좋고요. 사실 이쪽이 진짜 독서 모임에 가깝기도 하지요. (작가는 옵션…!)
제가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서, 주로 새벽에 움직입니다. 너무 이른 주행성, 혹은 너무 늦은 야행성 같은 거랄까요.. 그리고 활동 중에도 대개는 다른 마감(..)에 쫓기고 있다보니, 여러분들이 주신 질문에 바로바로 반응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늦게라도 대답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반디
주말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아까워서 쪼꼼씩 읽고 있답니다^^(야금야금)
반디
우주는 처음부터 인간을 알지 못했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작은 행성에서 찰나의 순간 불꽃처럼 살다가 사라진 존재에게 우주는 관심이 없었다.
『라스트 사피엔스』 p.50, 해도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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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저는 열심히 읽는다고 읽는데 느립니다ㅎ 작가님께 질문하려면 호다닥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Q. p19에 에리카는 시계를 발견하는데요! 7543.04.26.13.43.34.372라고 적혀있습니다.
2020년 질병이 있던 코로나 시절 이후의 시간을 나타낸 거다 보니깐 7543년이라고 읽을 수 있는데 어째서 에리카는 27543년이라고 읽게 되는 걸까요?! 읽다보니 궁금해져서 여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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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 햇빛이 옅게 바랜 글씨 위로 아른거렸다. 남아 있는 희미한 글씨 조각들은 서로 맞물리지 못한 채 공중에서 흩어졌다. 읽을 수도, 되돌릴 수도, 닿을 수 없는 시간이 종이 너머의 아득한 과거로 사라지고 있었다. ”
『라스트 사피엔스』 39p, 해도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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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점심시간에 사온 김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57p에 에리카가 그녀라고 지칭되어 깜짝놀랬습니다. 왜지? 왜 나는 에리카라는 여성스런 이름을 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싶었는데 9p에 에리카가 깨어나는 모습을 그 라고 지칭이 되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니 표지도 여성이지 말입니다!ㅎㅎㅎ
작가님의 이름을 처음보고 여성 작가님이신가?하며 검색했던 어제의 저와 같은 놀램이였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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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먹이
앗 오타발견이욥 '떼' '때' ㅎㅎ
해도연
테이블님의 대화: 지난 주말에 책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타임머신>과 <혹성탈출> 생각이 났는데요. 시간과 종으로서의 인간, 그리고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였고요.
특히 25,000년이라는 시간의 아득함을 별자리와 천체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는 무한에 가까운, 그러나 우주와 지구에서 보면 찰나에 가까운, 우주적 단위의 시간에 대한 먹먹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편, 켄티펀트-투리와의 관계는 감동적이지만, 다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능이 높은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요?
소설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세계의 나머지 부분(결말에서 후일담으로 나오기는 하지만)도 궁금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켄티펀트의 지능을 의도적으로 높이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아마 켄티펀트를 설계하는 과정 중에 부수적으로 지능 발달의 가능성을 품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동물 도축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뇌의 일부를 제거한 닭의 대량 생산 및 사육'이라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 https://www.wired.com/2012/02/headless-chicken-solution/?utm_source=chatgpt.com )고통도 공포도 느끼지 않으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실제 실험은 아니고, 예술 작품에 가까운 일종의 컨셉 실험입니다. 그런데 만약 뇌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우리가 알지는 못하지만 사실 닭이 여전히 고통과 공포를 느끼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능을 갖게 된다면? 이라는 의문도 가질 수 있겠지요. 켄티펀트는 그 연장선에 있을 것 같습니다.
해도연
물고기먹이님의 대화: 저는 열심히 읽는다고 읽는데 느립니다ㅎ 작가님께 질문하려면 호다닥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Q. p19에 에리카는 시계를 발견하는데요! 7543.04.26.13.43.34.372라고 적혀있습니다.
2020 년 질병이 있던 코로나 시절 이후의 시간을 나타낸 거다 보니깐 7543년이라고 읽을 수 있는데 어째서 에리카는 27543년이라고 읽게 되는 걸까요?! 읽다보니 궁금해져서 여쭤봅니다!
사실 7543.04.26.13.43.34.372는.... 오타입니다..ㅠ!
교정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인쇄소에 넘기는 과정에서 어째서인지 앞에 있던 2가 빠져버린 것 같아요. 저도 책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편집 실수가 있어서 2쇄랑 전자책 때는 아마 수정이 들어갈 건데, 그런 의미에서는 1쇄는 일종의 한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아무말).
해도연
물고기먹이님의 대화: 점심시간에 사온 김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57p에 에리카가 그녀라고 지칭되어 깜짝놀랬습니다. 왜지? 왜 나는 에리카라는 여성스런 이름을 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싶었는데 9p에 에리카가 깨어나는 모습을 그 라고 지칭이 되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니 표지도 여성이지 말입니다!ㅎㅎㅎ
작가님의 이름을 처음보고 여성 작가님이신가?하며 검색했던 어제의 저와 같은 놀램이였습니다ㅎㅎ
첫 장면에서의 '그'는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인칭 대명사로 썼습니다. 요즘엔 성별을 가리지 않고 '그'를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요. 에리카 자신도 독자도, 캡슐 안에 있는 게 누구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고, 이후에 에리카가 적어도 외관은 여성이는 게 명백해졌을 때부터는 '그녀'를 썼습니다. 사실 '그녀'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회적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만 쓰면 이야기 끝까지 남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그녀'를 조금씩 쓰기로 했습니다.
테이블
해도연님의 대화: 사람들이 켄티펀트의 지능을 의도적으로 높이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아마 켄티펀트를 설계하는 과정 중에 부수적으로 지능 발달의 가능성을 품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동물 도축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뇌의 일부를 제거한 닭의 대량 생산 및 사육'이라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 https://www.wired.com/2012/02/headless-chicken-solution/?utm_source=chatgpt.com )고통도 공포도 느끼지 않으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실제 실험은 아니고, 예술 작품에 가까운 일종의 컨셉 실험입니다. 그런데 만약 뇌가 생각보다 복잡해서, 우리가 알지는 못하지만 사실 닭이 여전히 고통과 공포를 느끼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능을 갖게 된다면? 이라는 의문도 가질 수 있겠지요. 켄티펀트는 그 연장선에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저도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아직 앞 부분을 읽고 있으신 분도 있을테니, 가급적 내용이 덜 드러나는 식으로 질문을 올리려 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켄티펀트의 외형도 그 목적에 비추어 생각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기는 했습니다. 원래는 무언가 다른 목적이었는데, 나중에 그런 목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네요.
그리고 주인공은 특수 임무를 받은 일종의 선발대이니, 무언가 특별한 훈련을 받거나 능력이 있는게 아닐 까 싶었는데요. 저런 상황에서 저라면 훨씬 적응을 잘 못했을 것 같긴 해서, 주인공은 원래 군인이었거나 그 비슷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을까요?
왕모루
저도 깨어났을 때 기억을 못 해서 탐험을 통해 세계를 파악하는 측면에서는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을 깨우는 역할을 맡은 사람치고는 너무 일반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