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문명사회에 산다고 하여 과연 정말로 우리가 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와 가치가 타지 또는 다른 환경에서는 얼마나 의미없고 낯설며 상대적인 개념이 될 수 있는가를 짚어주는 책이었습니다.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D-29

은화

향팔
한번은 그에게 대체 그곳에 온 이유가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어. ‘당연히 돈을 벌러 온 거죠. 그게 아니면 뭐겠어요?’ 그가 조롱하듯 말하더군.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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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들은 그 길고 우스꽝스러운 막대기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신앙이 없는 순례자 무리가 마법에 걸린 채 썩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것만 같더군. ‘상아’라는 단어가 속삭임과 함께, 한숨과 함께 공중에 울려 퍼졌어. 자네들이 들었으면 그들이 상아에게 기도라도 드리는 줄 알았을 걸세.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기운이 시체에서 훅 끼치는 냄새처럼 온 사방에 퍼져 있었지. 세상에나! 살면서 그토록 비현실적인 광경은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바깥에서는, 지구상의 작은 얼룩 같은 이 공터를 둘러싼 고요한 야생의 땅이, 악이나 진리처럼, 거대한 불굴의 무언가로서 존재하며 이 기상천외한 침입이 끝나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안겨주더군. ”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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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나는 종종 그 먼 곳에 가서도 이 둘을 생각했다네. ‘어둠’의 문을 지키며 검은 털실로 관을 덮는 따스한 천을 짜던 이 둘을, 한 명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고, 한 명은 무심하고 나이 든 눈빛으로 유쾌하고 멍청한 얼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이 둘을. 만세(Ave)! 검은 털실을 짜는 나이 든 여인이여. 곧 죽을 저희가 당신께 인사드립니다(Morituri te salutant). 그녀가 쳐다본 이 중 그녀를 다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네. 절반도 되지 않았을 거야. ”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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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헤매다가 이곳으로 들어온 우리는 대체 누구일까? 우리가 저 말 못 하는 존재를 다룰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이 우리를 다루게 될까?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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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나의 약혼녀, 나의 상아, 나의 사업장, 나의 강, 나의…….’ 모든 게 그의 것이었어. 야생이 고정된 별들을 제자리에서 흔들어놓을 만큼 엄청난 폭소를 터뜨릴 거라는 기대감에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지. 모든 게 그의 것이었어. 하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였네.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에 속해 있는지, 그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둠의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는 것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자니 온몸이 오싹하더군. ”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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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는 그 땅의 악마들 가운데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말일세. 이해가 안 된다고? 자네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나? 발아래 단단한 보도가 있고, 주변에는 자네들을 응원하거나 자네들과 마주칠 준비가 된 친절한 이웃들이 있는, 추문과 교수대와 정신병원을 몹시 두려워하며 정육점 주인과 경찰관 사이를 고상하게 걸어 다니는 자네들인데 말일세. ”
『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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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무덤 같은 도시로 돌아온 나는 서로에게서 약간의 돈을 슬쩍 훔치고, 저질 음식을 게걸스레 삼키고, 해로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하찮고 어리석은 꿈을 꾸느라 거리를 급히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분개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지. (중략) 왜냐하면 내가 아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완벽히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가운데 자기 할 일을 해나가는 흔한 개인의 태도에 불과한 그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어리석음을 터무니없이 과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지더군." ”
『어둠의 심장』 p.169,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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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의식하던 부분이 있는데 '색'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고 느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책 전반에 걸쳐 굉장히 다양한 풍경과 상황들이 오가는데 거기에 색깔은 빠져있더라고요. 정글을 묘사할 때도 초록빛이 아닌 어두컴컴한 장벽처럼 설명하며, 작품에서 밤이 차지하는 시간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기도 하고요.
겉표지를 본 뒤 내용을 읽으면서 생긴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흑백영상을 보는 기분이었거든요. 사무실에서도, 사업장도, 강의 풍경도 모두 생기있는 묘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람도 사물도 자연도 모두 힘이 없이 늘어져 있거나, 방황하거나, 죽은 듯이 정적을 지킬 뿐 움직임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요.
몇 안되게 색감이 느껴지던 부분이 지배인의 사무실 안 쪽에 걸린 그림이었습니다. 커츠 씨가 그린 것인데, 어둠 속에서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죠. 그림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왠지 커츠가 그린 그림은 색감이 불길한 느낌이 들 것만 같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그의 그림은 자기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빗댄 것 같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다음 회차에 읽을 책은 W.E.B. 듀보이스의 <니그로>입니다. 저자는 흑인으로는 최초로 하버드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흑인들의 문화와 역사의 기원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책을 썼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과거사, 흑인들의 이주(또는 강제이동), 역사의 주요 흑인이나 혼혈 인물 등 다양한 내용을 오가며 흑인의 기원과 흐름을 다룬 역사서로 흑인사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 추천된다네요. 1915년에 나온 작품이니 벌써 100년이 넘었는데 이미 그 시대부터 흑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힘쓴 사람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오늘날까지도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흑인과 아프리카 이해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역작. W. E. B 듀보이스는, 무엇보다 미국 시민들에게 흑인에 관해 올바르게 설명해 주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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