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가 주권을 찾은 서사시는 냉전과 빠르게 탈식민화한 세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두 개를 보여 준다. 첫째 중국 및 인접 나라 바깥의 대부분 지역에서 공산당은 인기가 많고 조직력이 강한 민족주의자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자체가 예외일 수 있었던 건 단지 일본이 공산당의 적수, 즉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에 이미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미국은 대체로 서유럽 동맹국이 예전 식민지를 되찾는 것을 지원하는 일보다 공산주의의 세력 확대를 막는 데 몰두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후자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에 불리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냉전이 진전됨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급진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둘 다 반미 세력으로 보였고, 급진 민족주의자가 추구하는 정책은 (정반대의 증거가 많았음에도) 공산주의를 위한 길을 닦는다고 여겨졌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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