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6월 24일 화요일은 18장 '데탕트를 무너뜨리다'가 나옵니다. 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포르투갈에서는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에서는 존재감 없었던 지미 카터가 금세 무대에서 내려오고 레이건이 등장합니다. 브레즈네프-닉슨이 쏘아 올린 데탕트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정리하고 있는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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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오늘 6월 24일 화요일은 18장 '데탕트를 무너뜨리다'가 나옵니다. 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포르투갈에서는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에서는 존재감 없었던 지미 카터가 금세 무대에서 내려오고 레이건이 등장합니다. 브레즈네프-닉슨이 쏘아 올린 데탕트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정리하고 있는 장입니다.
오늘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통일(사이공 함락) 대목을 생생히 느껴보려면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로도 유명한 비엣 타인 응우엔의『동조자』(2015)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난 포르투갈의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알기 좋은 책은 제목은 달달한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 열차』(2004)가 있습니다. 이 소설도 좋아하시는 분들 많죠?
동조자첫 소설로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여 미국 언론과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장편소설 『동조자』가 박찬욱 감독 연출로 HBO 드라마로 제작된다. 이를 맞아 민음사에서는 『동조자』를 새로운 표지로 합본 재출간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단조로운 바퀴 소리, 덜컹거리는 사물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충동적으로 올라탄 열차가 데려다준 도시 리스본. 경사진 골목길을 달리는 오래된 전차와 낯선 언어를 헤집고 만난 새로운 사람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비채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롱기누스님의 대화: 17장은 저에게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장이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 인도편 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 읽었지만,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혼란이란 단어가 어쩌면 냉전시대 중동지역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ㅋㅋ 중동은 석유와 종교가 중심이 되어 냉전의 양대국을 (상황에 따라, 각자의 입맛에 따라) 끌어당기기도, 멀어지기도 때로는 두 세력간의 충돌의 각축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중동의 지리에 무지하여 그나마 @YG 님이 올려주신 지도를 보며 글의 내용을 파악하였고, 그럼으로 더듬더듬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동은 서로의 동상이몽 속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중에 놀랐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보인 아랍정권의 태도였습니다. 아랍민족, 무슬림으로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그들이 그렇게 높이던 목소리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대다수 아랍 정권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지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은 노동과 생활하는 데서 대게 착취까지 당했다(p. )니... 이래서 나라 잃은 설움은 어디서 들어주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하나를 소개하며 정리를 마치려고 합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p.656.) 벽돌책 맴버들 모두 평안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나라없는 설움 말씀에 동감합니다. 이미 1948년 전쟁 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친 것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 땅을 찾아주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노나먹으려고 그랬다는… 이후 나세르가 주창한 아랍민족주의는 좀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국가들대로 계산속이 달라 잘 되질 못하고 그 자리에 이슬람주의가 대두한 걸 보면 참 씁쓸합니다.
@롱기누스 @향팔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민족주의+세속주의를 내세웠던 정권이 냉전의 틈 바구니 속에서 하나 둘 쇠퇴하거나 변질되고, 그 수십 년 동안 아랍 보통 사람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위로를 찾는 모습(마치 힘든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더 잘 빠지는 것처럼)이 현대사의 비극을 축소한 모습처럼 보여요. 그나마 석유 때문에 먹고사는 나라들인데, 그 석유 때문에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그것도 참 답답하고요.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한 건 좋은 일인데, 트럼프가 힘으로 찍어 누르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학습할까 봐서 북한을 머리 위에 둔 한반도 사람으로서 너무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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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롱기누스 @향팔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민족주의+세속주의를 내세웠던 정권이 냉전의 틈 바구니 속에서 하나 둘 쇠퇴하거나 변질되고, 그 수십 년 동안 아랍 보통 사람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그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위로를 찾는 모습(마치 힘든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더 잘 빠지는 것처럼)이 현대사의 비극을 축소한 모습처럼 보여요. 그나마 석유 때문에 먹고사는 나라들인데, 그 석유 때문에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그것도 참 답답하고요.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한 건 좋은 일인데, 트럼프가 힘으로 찍어 누르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학습할까 봐서 북한을 머리 위에 둔 한반도 사람으로서 너무 무섭네요;)
아.. 힘든 사람이 사이비종교에 빠지기 쉬운 것 처럼 이슬람 근본주의에 빠지는 아랍사람들이라... 참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향팔님의 대화: 나라없는 설움 말씀에 동감합니다. 이미 1948년 전쟁 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친 것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 땅을 찾아주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노나먹으려고 그랬다는… 이후 나세르가 주창한 아랍민족주의는 좀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국가들대로 계산속이 달라 잘 되질 못하고 그 자리에 이슬람주의가 대두한 걸 보면 참 씁쓸합니다.
그러니까요... 결국 모든 귀결은 자기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내 조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더 수렴하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걸 쉽다고 해야하나, 슬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업는 것 같습니다.
18장을 읽었습니다. 어렵게 형성됐던 데탕트는 결국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국내문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급속도로 식어갔던 것 같습니다. 소련은 아프리카 제3세계 행동주의를 지원하면서 점차 세력을 넓혀갔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 당시의 미중관계는 결국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네요.. 18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의 관계의 역동성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는데요,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에 원조를 했던 중국이지만,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사사건건 개입하려고 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중국보다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소련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 폴 포트 정권이(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20세기 가장 무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을 침공했고 이는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전력의 차이가 10배 나는 베트남군이 손쉽게 캄보디아 크메르루즈를 몰아내고 친베트남 정권을 세웠지지만, 중국입장에서는 어찌됐든(자국인의 1/3을 죽였지만, 뭐 중국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그에 못지 않은 잔인함을 보여주었죠) 크메르루즈는 동맹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을 혼내주어야 겠다는 덩사오핑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을 가만히 놔두면 다른 국가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 미국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게 중국은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1달동안 지속된 전쟁에서 미국이 베트남전 전사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서 '신포도 선언'을 하고 물러나게 됩니다. 여기서 신포도 선언(이건 제가 만든 말입니다. ㅋㅋ)이란,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따온 말로, 그렇게 많은 희생을 겪은 덩샤오핑이 베트남에 충분한 교훈을 주었고 이번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퇴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신승리가 가장 중요한 건가요? ㅎㅎ 아울러, 이란혁명이 잠깐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리페 폴리스' 가 생각났습니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그래픽 노블인데, 이란 혁명에 대해 관심있으시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남베트남 공무원 철수를 위한 프리퀀트 윈드 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2021년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나왔던 장면과 겹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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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오늘 6월 24일 화요일은 18장 '데탕트를 무너뜨리다'가 나옵니다. 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포르투갈에서는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에서는 존재감 없었던 지미 카터가 금세 무대에서 내려오고 레이건이 등장합니다. 브레즈네프-닉슨이 쏘아 올린 데탕트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정리하고 있는 장입니다.
저는 진도는 맞춰가고 있는데, 제대로 읽고 있는건지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는 기분이에요(하하하). 그나마 @롱기누스 님이 남겨주시는 요약 정리(?) 읽으면서 '아아...'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상황을 뉴스와 기사로 접하면서 느끼는 건요. 우리는 지금 2차 세계대전을 읽고 있는데, 이러다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정말 무섭습니다. 힘 없는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냉전>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말이죠, 휴...
borumis님의 대화: 아.. 괜찮습니다. 원래 저혋압이 좀 심한데 늙으니 더 맛이 갔는지 기립성저혈압으로 아주 잠시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 거에요. 얼굴에 멍이 좀 흉하게 났지만 뼈가 부러지진 않았어요. ^^;; 주말 내내 푹 쉬며 짠 음식과 수분 보충 많이 했습니다..
에고, 지난번에 교통사고도 있으셨는데, 이번에는 기립성저혈압으로 넘어지셨다니, 얼굴에 흉이 남지 않으실까 걱정이네요. @borumis 님 안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소식(비록 좋은 소식은 아니었지만ㅠㅠ)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혈압이 심한 편인데요. 이번 기수는 아니고, 전에 벽돌 책 모임 중에 그 말을 했다가 YG님이 추천해주셨던 책 한 권이 떠오르네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라고(정작 저는 읽지 않고, 다른 분에게 추천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회복하시고 이 공간에서도 신나게 또 이야기 나누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과 제약산업의 사회사세 가지 ‘기적의 약’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약을 통한 예방’이라는 현대의학의 교의에 밑바탕이 된 마케팅과 의학의 융합을 탐구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그 특성과 관계자가 서로 엮여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치료 지식과 실천에서 일어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와 일련의 구조적 발전을 설명한다.
롱기누스님의 대화: 17장은 저에게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장이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 인도편 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 읽었지만,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혼란이란 단어가 어쩌면 냉전시대 중동지역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ㅋㅋ 중동은 석유와 종교가 중심이 되어 냉전의 양대국을 (상황에 따라, 각자의 입맛에 따라) 끌어당기기도, 멀어지기도 때로는 두 세력간의 충돌의 각축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중동의 지리에 무지하여 그나마 @YG 님이 올려주신 지도를 보며 글의 내용을 파악하였고, 그럼으로 더듬더듬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동은 서로의 동상이몽 속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중에 놀랐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보인 아랍정권의 태도였습니다. 아랍민족, 무슬림으로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그들이 그렇게 높이던 목소리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대다수 아랍 정권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지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은 노동과 생활하는 데서 대게 착취까지 당했다(p. )니... 이래서 나라 잃은 설움은 어디서 들어주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하나를 소개하며 정리를 마치려고 합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p.656.) 벽돌책 맴버들 모두 평안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이 장에 접어들면서 저도 혼란스럽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RAMO님의 대화: 이 장에 접어들면서 저도 혼란스럽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성과 감성 사이, 역사를 읽는 태도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때때로 무미건조하게 느껴집니다. 활자와 도표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저는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역사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을 읽던 중, 제 그런 태도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냉전>, p.656 이 장면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관한 서술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에 저항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소규모의 무장 투쟁과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억압과 침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세계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 총과 무기로는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었고, 해방운동은 점차 외면당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는 깊은 혼란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과격한 행위가 중동,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테러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보았습니다. 도시락 폭탄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었고, 권총 한 자루로 총독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들 역시 당시의 시선으로는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의사’라 부르고, 영웅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의 행동을 단지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성으로 껴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정당성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고통을 함께 겪은 이로서 느끼는 연대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팔레스타인의 과격한 선택에 대해 단순히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는 같은 감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인도·중국·티베트의 관계를 다룬 부분입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자,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하게 됩니다. 이때 인도는 그에게 조용히 이렇게 조언합니다.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라. 그것이 당신들의 자유를 일정 부분 침해할 수 있겠지만, 온건한 타협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조언은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외교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장면에서도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제3자가 멀리서 충돌을 바라보며 도덕적으로 고고한 조언을 건네는 그 모습에서, 역사에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 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역사는 이성과 감성, 양쪽 모두로 접근해야 합니다. 폭력은 대개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폭력조차 왜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정당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보다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요.
애초에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가 긴장완화를 서로 달리 해석한 것도 분명했다. 소련은 두 초강대국이 진정으로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믿었다. 반면 미국의 대다수 지도자는 미국이 이끄는 세계체제에 소련이 협조하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1970년대든 어느때든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맞먹는 세력이 생기는 것을 용인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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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애초에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가 긴장완화를 서로 달리 해석한 것도 분명했다. 소련은 두 초강대국이 진정으로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믿었다. 반면 미국의 대다수 지도자는 미국이 이끄는 세계체제에 소련이 협조하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1970년대든 어느때든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맞먹는 세력이 생기는 것을 용인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8장. 데당트가 무너진 것이 브레즈네프와 포드의 신념때문이었다는 초반의 서술이 무슨 뜻인지 처음에이해가 잘 안되었었어요. 70년대 중반 베트남에서의 확실한 패배와 아프리카에서 공산진영의 확대, 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을 잃고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념의 이데올리기라는 측면에서 소련은 확실히 공산주의의 확대에 치중하면서 그 신념때문에 아프간의 수렁에 빠잔 거지만, 미국은 처음부터 미국이 이끌고 소련이 협조하는 체제로 바라보았고 그 뿌리깊은 위대한 운명을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다시 어두운 미래의 예고편 같았습니다 레이건의 연설을 보면 그 우월주의가 참 무섭습니다. 그들이 곧 선이고 옳은 것이고 위대한 일을 한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는 세계 지도부에 오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떠맡은 것이지요. 이 땅에 사람들이 정착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이는 우리의 운명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운명과 만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또는 1630년에 존 윈스럽John Winthrop이 말한 대로 ‘우리의 하느님께 거짓되게 대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이야깃거리와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미국인은 다시 한번 사명감과 위대하다는 느낌에 굶주릴 겁니다.” 이번 장에 나온 아프리카의 일부 상황을 보면서 챗GPT에게 식민지였다고 독립후 민주주의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나라를 알고 싶다고 하니.. 5개 국가를 꼽았습니다. (정확한기준으로 물은 것은 아니니 참고차만) 불길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적었습니다. 국가 식민지 지배 독립 연도 민주주의 정착 시기 특징 인도 영국 1947 1950년대~현재 세계 최대의 선거 기반 민주주의 가나 영국 1957 1990년대 이후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대표 사례 보츠와나 영국 1966 1966년~현재 청렴하고 안정적, 군정 경험 無 코스타리카 스페인 1821 1948년 이후 군대 없는 민주국가 한국 일본 1945/48 1987년 이후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 경험
YG님의 대화: 냉전기 소련 내부의 사정을 독특하게 그린 스릴러 소설도 소개합니다. 소련의 정보기관 요원 레오 데미도프의 활약을 따라서 1953년(1부), 1956년(2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3부)를 소련 내부를 배경으로 그린 세 편의 소설입니다. Child 44(2008), The Secret Speech(2009), Agent 6(2012). 이렇게 세 작품이 나왔고 국내에서는 『차일드 44』 세 권으로 나왔어요. Child 44는 스릴러 소설치고는 드물게 부커상 후보로도 올라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무오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연쇄 살인 사건은 없어야 한다는 스탈린 말기 소련에서 연쇄 살인 사건을 맞닥뜨린 레오 데미도프의 첫 번째 이야기부터, 니키타 흐르쇼프의 스탈린 비판, 이른바 The Secret Speech 이후 소련의 혼란상을 그린 두 번째 이야기, 1960년대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민간 외교부터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소련 전쟁까지를 그린 세 번째 이야기까지 냉전기 소련 내부의 평범한(?) 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추천합니다!
어머나, 이 책이 3권짜리였군요. 저희집에 있는 건 1권이네요. 예전에 지하1층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 왔는데, 언젠가 읽을 날이 오겠죠!! 영화만 봤어요.
YG님의 대화: @연해 저는 @롱기누스 님 현생에서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주말에는 처음과 끝만 두 장씩 배치해 뒀어요. (보통 처음에는 초심 때문에, 나중에는 끝이 보여서 열심히 몰아서 읽으시더라고요.)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은 한 장씩만 읽는 일정이랍니다. 저도 주말에는 무협 세계관 웹 소설 하나를 정주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제가 10대 때 무협 소설 입문하고 나서, 대학 오고 나서는 딱 끊고 살았는데, 웹 소설 기웃거리다 요즘 다시 가끔 읽어요. 와, 정말 상상력!!! 최고!!! 이러면서. 요즘에는 여성 무협 독자도 많다던데. 제 주변에서는 못 봤습니다만.)
정말 뒷북인데, 저 무협 소설 좋아합니다. 읽으셨다는 책 알려 주세요~ 냉전 읽느라 마음이 딱딱해졌어요! ㅎㅎㅎ featuring : @연해
YG님의 대화: 베를린 장벽 얘기가 나오니까 또 소설 두 편이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존 르 카레가 베를린 장벽과 동독을 배경에 넣고 쓴 첩보 소설『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1963년에 나온 작품이니까 배경이 JFK 정부일 때를 묘사했겠죠. (존 르 카레는 실제로 MI6 소속 정보원으로 일한 걸로 유명한 첩보 소설의 거장이고요. 이 소설이 흥미로우셨던 분들은 2017년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50년 후 후일담을 그린 『스파이의 유산』도 챙겨보시면 좋겠어요. 다른 하나는 더글러스 케네디의 『모멘트』. 시간대는 뒤로 가서 1984년의 베를린입니다. 사랑 이야기 속에 1980년대 초반의 장벽을 놓고서 살아가는 베를린 사람의 얘기를 그렸어요. 케네디의 대표작은 아주 재미있는 소설 『빅 픽처』죠. :)
"1951년 영국 외무부 미주국장 도널드 매클린Donald Maclean이 소련 첩자임이 명백해지자, 외무부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매클린은 모스크바로 탈출했고, 그가 속한 케임브리지 5인조(Cambridge Five)의 나머지 성원도 도망쳤다. 영국 정보부의 주요 미국 연락책인 킴 필비Kim Philby도 그중 하나였다. 정보기관에서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거 본문 내용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아닌가요? ㅎㅎ 존 르 카레 얘기가 나와서 저도 모르게 그만...
RAMO님의 대화: 이성과 감성 사이, 역사를 읽는 태도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때때로 무미건조하게 느껴집니다. 활자와 도표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저는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역사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을 읽던 중, 제 그런 태도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냉전>, p.656 이 장면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관한 서술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에 저항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소규모의 무장 투쟁과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억압과 침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세계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 총과 무기로는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었고, 해방운동은 점차 외면당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는 깊은 혼란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과격한 행위가 중동,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테러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보았습니다. 도시락 폭탄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었고, 권총 한 자루로 총독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들 역시 당시의 시선으로는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의사’라 부르고, 영웅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의 행동을 단지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성으로 껴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정당성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고통을 함께 겪은 이로서 느끼는 연대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팔레스타인의 과격한 선택에 대해 단순히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는 같은 감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인도·중국·티베트의 관계를 다룬 부분입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자,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하게 됩니다. 이때 인도는 그에게 조용히 이렇게 조언합니다.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라. 그것이 당신들의 자유를 일정 부분 침해할 수 있겠지만, 온건한 타협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조언은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외교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장면에서도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제3자가 멀리서 충돌을 바라보며 도덕적으로 고고한 조언을 건네는 그 모습에서, 역사에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 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역사는 이성과 감성, 양쪽 모두로 접근해야 합니다. 폭력은 대개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폭력조차 왜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정당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보다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요.
맞는 말씀이세요. @RAMO 님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예전에 <아! 팔레스타인>이라는 만화책을 읽다가 알게 된 영화 <천국을 향하여>입니다. 말씀하신 내용과 관련지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인 듯 합니다. 봐야지봐야지 생각만 하면서 아직 못 봤는데, 생각난 김에 이번 주말에 봐야겠어요.
천국을 향하여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그들의 암제와 차별정책,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와 할레드도 어느날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순교자의 소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가슴에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로 향하던 두 청년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죽음과 같은 삶을 사는 것 보다는 영웅적인 죽음을 택해 천국으로 가고자 했던 그들. 그러나 과연 끊임없이 죽이고 죽고,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이 저항방식이 그들이 원하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인가. 그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하는 의문들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죽음을 눈앞에 앞 둔 48시간 동안 자이드와 할레드는 극심한 혼란과 마음의 갈등을 겪게 되는데...
아! 팔레스타인 1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팔레스타인의 묻혀버린 고대사와 왜곡된 근현대사를 다룬 교양 만화. 이야기는 이스라엘 군인의 총격에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소년 기사에 충격을 받은 화자 ‘진’이 직접 팔레스타인 땅으로 가면서 시작된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활동가들과 모하메드 박사의 인도 아래 진은 그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게 되고, 동시에 대한민국 역사도 돌아본다.
아! 팔레스타인 2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팔레스타인의 묻혀버린 고대사와 왜곡된 근현대사를 다룬 교양 만화. 1권에서 팔레스타인 고대사부터 1차 인티파다까지 살펴보았다면 2권은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의 현실을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시각으로 되짚어보자.
YG님의 대화: 『냉전』 함께 읽기도 이번 주가 지나면 후반부를 읽으면서 마무리할 순서인데요. (아, 『냉전』의 백미는 1989~1991년 냉전 해체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따라간 부분입니다. 20장, 21장, 22장!) 저는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7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으로 『소련 붕괴의 순간』으로 거의 마음을 굳혔답니다. 『냉전』 읽고서 자연스럽게 1989~1991년에 있었던 일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이 심화 읽기처럼 따라가는 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먼저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저 시기에 저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던 시점이었었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그렇습니다.
<소련 붕괴의 순간>은 옆동네 도서관에서 누군가 대출중인데, 반납예정일이 6월 29일이네요. 잽싸게 예약 걸었습니다. 이분이 연체만 하지 않는다면(제발) 타이밍이 딱 맞겠는데요.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면 때때로 이렇게 쫄리거나 눈치싸움(?)을 할 일이 생기더군요.
베트남의 진정한 비극은 당연히 베트남 자체의 비극이다. 한반도처럼 베트남은 냉전으로 갈가리 찢어졌다. 베트남공산당의 잔인성과 발전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미국의 점령과 폭격 때문이기도 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롱기누스님의 대화: 18장을 읽었습니다. 어렵게 형성됐던 데탕트는 결국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국내문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급속도로 식어갔던 것 같습니다. 소련은 아프리카 제3세계 행동주의를 지원하면서 점차 세력을 넓혀갔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 당시의 미중관계는 결국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네요.. 18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의 관계의 역동성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는데요,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에 원조를 했던 중국이지만,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사사건건 개입하려고 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중국보다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소련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 폴 포트 정권이(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20세기 가장 무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을 침공했고 이는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전력의 차이가 10배 나는 베트남군이 손쉽게 캄보디아 크메르루즈를 몰아내고 친베트남 정권을 세웠지지만, 중국입장에서는 어찌됐든(자국인의 1/3을 죽였지만, 뭐 중국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그에 못지 않은 잔인함을 보여주었죠) 크메르루즈는 동맹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을 혼내주어야 겠다는 덩사오핑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을 가만히 놔두면 다른 국가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 미국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게 중국은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1달동안 지속된 전쟁에서 미국이 베트남전 전사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서 '신포도 선언'을 하고 물러나게 됩니다. 여기서 신포도 선언(이건 제가 만든 말입니다. ㅋㅋ)이란,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따온 말로, 그렇게 많은 희생을 겪은 덩샤오핑이 베트남에 충분한 교훈을 주었고 이번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퇴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신승리가 가장 중요한 건가요? ㅎㅎ 아울러, 이란혁명이 잠깐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리페 폴리스' 가 생각났습니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그래픽 노블인데, 이란 혁명에 대해 관심있으시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남베트남 공무원 철수를 위한 프리퀀트 윈드 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2021년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나왔던 장면과 겹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페르세폴리스이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후 다시 이란으로 돌아와 결혼과 이혼을 한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전쟁을 겪고 이란과 유럽 사회에서 방황하면서도 유머와 존엄을 잃지 않으며 성장하는 주인공 마르지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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