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을 읽었습니다.
어렵게 형성됐던 데탕트는 결국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국내문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급속도로 식어갔던 것 같습니다. 소련은 아프리카 제3세계 행동주의를 지원하면서 점차 세력을 넓혀갔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 당시의 미중관계는 결국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네요..
18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의 관계의 역동성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는데요,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에 원조를 했던 중국이지만,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사사건건 개입하려고 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중국보다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소련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 폴 포트 정권이(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20세기 가장 무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을 침공했고 이는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전력의 차이가 10배 나는 베트남군이 손쉽게 캄보디아 크메르루즈를 몰아내고 친베트남 정권을 세웠지지만, 중국입장에서는 어찌됐든(자국인의 1/3을 죽였지만, 뭐 중국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그에 못지 않은 잔인함을 보여주었죠) 크메르루즈는 동맹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을 혼내주어야 겠다는 덩사오핑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을 가만히 놔두면 다른 국가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 미국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게 중국은 베트남과 전쟁을 벌이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1달동안 지속된 전쟁에서 미국이 베트남전 전사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서 '신포도 선언'을 하고 물러나게 됩니다. 여기서 신포도 선언(이건 제가 만든 말입니다. ㅋㅋ)이란,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따온 말로, 그렇게 많은 희생을 겪은 덩샤오핑이 베트남에 충분한 교훈을 주었고 이번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퇴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신승리가 가장 중요한 건가요? ㅎㅎ
아울러, 이란혁명이 잠깐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리페 폴리스' 가 생각났습니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그래픽 노블인데, 이란 혁명에 대해 관심있으시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남베트남 공무원 철수를 위한 프리퀀트 윈드 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2021년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나왔던 장면과 겹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