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14장부터 피노체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 때문에 알게 된 인물이에요. 전 영화 아니면 역사의 'ㅇ'도 모르고, 관심도 없이 살았을 거예요~ 넷플릭스 제목은 '공작'이에요. 풍자영화라서 역사적 배경을 좀 알고 보셔야 재미있으실 거예요.
공작세상을 떠날 준비를 마친 흡혈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하지만 죽음의 운명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마지막 피의 식사를 할 때까지. 파블로 라라인의 어두운 풍자극.
전쟁에서는 “모두 패배하니까요.” by 브레즈네프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드디어. 고르바초프! “미국은 이제 소련이 1970년대에 미국을 겨낭해 구사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련에 압력을 가했다.” “1985년말에 이르러 백악관은 이 계획을 확대해 이란 이슬람주의 정권에 무기를 판다는 경솔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짰다.( …. ) 소련의 패거리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에서 갈 데까지 갔음을보여주었다.” “고르바초프가 그에게 이슬람 각국의 정치가 이미 냉전의 대결 에서 벗어나 새로운 근본주의 정권이 제기하는 위험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하려 했지만, 레이건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당의 권력독점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공산당 서기장이자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의도한 붕괴였다.” “그가 품은 전망은 잘 조직된 세계, 즉 유엔 및 포괄적인 국제협정으로 국제문제를 규제하는 한편, 냉전시기에 지역 분쟁에서 양쪽이 모두 너무나 자주 벌인 무차별 학살을 방지하는 세계였다.” 70년대와 80년대에 뒤바낀 미국과 소련의 위상을 대비시키며, 경제적 고립과 군비로 곤경에 처한 소련에 등장한 고르비.. 베스타는 미국을 탓하면서 고르바초프를 추켜세우고픈 마음을 애써 누르면서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르비! 고르비! 동독에서도 톄안먼 에서도 외쳤듯이.) 86년 레이건과 핵무기를 없애는 협의가 거의 직전까지 갔던 부분과, 89년 인민대표회의를 선거로 바꾼 대목에서는 와아.. 했습니다. 고르바초프가 70년대에 등장했다면 고유가에 안정과 제3세계를 확대하는 분위기에서도 할 수 있었을까.. 했다면 붕괴까지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되네요. 인용한 마지막 문장에서 고르바초프는 이상주의자에 가까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향을 틀 때는 필요한 인물이 제 때에 그 위치에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도.. 우연의 극적 장면이네요.
실은 이상이란 게 자기 개인이나 자국만을 위한 이념이냐 아니면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소통할 수 있는 이상이냐에 따라 그 전개 방향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어요.. 어찌 보면 스탈린이나 마오 흐루쇼프 체게바라 루스벨트나 트루먼 케네디나 존슨 등등도 다 자기들만의 이상을 열렬히 쫓아가긴 했죠.. 그리고 이 책에서 좋은 점은 전체적 상황이나 결론을 잘 요약 정리해주기도 하지만 그 당시 주요 연설이나 코멘트 등을 적재적소에 담아서 실감나게 현장을 담아주는 것 같아요. 참고문헌 목록 중 유튜브 영상도 있더라구요.
냉전은 각국 거의 모든 곳의 국민과 공동체에 대한 권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되었다. 수많은 이데올로기적 태도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특전시하는 미국에서도 연방 정부의 역량확대가 주된 경향이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22장 전지구적 전환) 세기말 이념의 대립은 이제 종교/민족/경제의 충돌로 넘어갔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동아시아 동맹국은 권위주의 정부에서 수출주도산업으로 서구시장에 쉽게 접근하면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미국에 다녀온 덩샤오핑은 그 격차에 잠못이루고, 시장경제를 조금씩 적용하지만 민주화 시위에는 전차를 보냈다. 인도의 라지브 간디는 고르바초프와 뉴델리선언에서 인간의 가치, 평화, 비폭력을 강조했다. 중동엔 빈곤만 남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80년대 대부분 군사독재를 끝내지만 얻은 건 채무와 IMF 강제 시장개방이었다. 냉전이 막을 내리면서 국가권력에 대해 인권담론, 정체성담론이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객관적 서술이 눈에 뛰네요. 특히 "착취"라는 단어에.. "아시아의 권위주의적, 시장친화적 정전에서 고도 숙련노동 인력을 쉽게 착취할 수 있었던 것도 자본주의 성장을 자극했다. " "한국, 타이완 . 냉전말기까지 양국은 미국이, 최소한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군사독재 국가였다."
18 데탕트를 무너뜨리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갖다 붙여도 베트남 전쟁의 종식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패배했음을 뜻했다. 미국 내 비판자는 행정부가 냉담하고 비겁하다고 공격했다. 그리고 미국의 냉전 정책이 전능함에서 무능함으로 전락했다는 그들의 주장은 확실히 과장되었지만, 사이공 탈출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전후 시대에 미국 대외정책이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671쪽)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회고록에서 "데탕트는 오가덴의 사막 모래 속에 묻혔다"라고 요약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황량한 그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당시 카터 대통령의 견해를 설명하는 데 이 구절은 진실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693쪽) 결국 데탕트를 무너뜨린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였다. 닉슨과 키신저는 대다수 미국인이 받아들이려는 수준을 넘어 소련과 함께 냉전을 관리하려고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자국의 모든 정부를 향한 미국인의 불신은 극을 향했다. 긴장완화정책은 이 과정의 희생양이 되었다. 물론 닉슨의 불명예 퇴진이 없었더라도 어느 시점에 화해 과정이 멈춰 섰을 수도 있다. (698쪽)
하지만 1980년대 아시아 경제에서 일본과 중국만 성장하지 않았다. 성장의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작은 호랑이들”이었다. 1987년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2.1퍼센트 성장했고, 한국은 11.2퍼센트, 타이완은 11퍼센트, 싱가포르는 9.1퍼센트 성장했다. 이들 나라는 모두 시장 지향 경제와 수출주도형 산업 성장을 이루었고, 국가가 경제 전반을 지도하는 특징이 강했다. 다시 말해, 이 나라들은 일본과 약간 비슷해 보이면서도(물론 각국 나름의 방식으로 달랐다), 사회주의 세계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와 무척 달랐다. 경제학자는 ‘작은 호랑이’ 가운데 어느 나라도 국제 경쟁에서 성공하리라고 예상한 적이 없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냉전이 끝나는 과정은 그 기원만큼이나 다층적이고 복잡했다. 남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 지구적 충돌의 종언은 좋은 일을 위한 엄청난 기회를 낳았다. 하지만 모든 쟁점이 해결되지는 않았고, 한반도나 중동, 발칸반도처럼 몇몇 지역 유산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6월 27일 금요일에는 21장 '전 지구적 전환'을 읽습니다. 21장에서는 1980년대 유럽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어요. 전쟁 후 베트남, 남아메리카의 군사 독재 정권, 한국과 타이완(대만), 그리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이번 장의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이 특별 출연합니다. (원래 오사마 빈 라덴이 소련을 견제하고자 미국이 지원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었잖아요. 그 첫 무대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이었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본격적으로 장마 또 더위가 시작하는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6월 3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정말로 요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을 보고 싶을 때면 멍하니 이 대통령의 얼굴을 봐요. 정말 행복해 보여요. 하하하!)이 새로운 정부를 정력적으로 시작했죠. 괜히 언급했으니,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행운을 빕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바람입니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7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기는 계속됩니다. 7월에 함께 읽을 스물네 번째 벽돌 책은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의 『소련 붕괴의 순간(Collapse: The Fall of the Soviet Union)』(위즈덤하우스)입니다. (네, 2023년 8월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한 매월 벽돌 책 한 권씩 함께 읽는 소소한 프로젝트가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소련 붕괴의 순간』은 6월에 함께 읽은 벽돌 책 『냉전(The Cold War: A World History)』을 잇는 책입니다. 『냉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이 빠른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된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동유럽 (현실) 사회주의와 소련의 해체 과정을 『소련 붕괴의 순간』으로 좀 더 깊이 살펴봅니다. * 195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지금은 영국에서 연구 중인 주보크는 소련 현대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그가 2021년에 펴낸 『소련 붕괴의 순간』은 격렬한 찬사와 또 비판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소련 몰락을 놓고서 나왔던 지배적인 서사 세 가지를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첫째, 서방(미국)의 ‘승리 서사’를 거부합니다. 소련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몰락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민족주의의 발흥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는 서사를 거부합니다. 주보크는 소련 몰락에서 소련 내 다양한 민족의 분리 압박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운의 ‘영웅 서사’를 거부합니다. 대신, 주보크는 다른 요인을 강조합니다. 첫째, 자격 없는 “불운한 선장” 고르바초프의 섣부른 개혁이 소련을 몰락의 길로 재촉했습니다. 둘째,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실책은 소련 경제와 재정의 붕괴였습니다. (그는 이 책이 “더 넓은 역사적 서사 안에서 경제적, 재정적 요인에 아주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소련 붕괴를 살펴보는 최초의 연구서”라고 자평합니다.) 앞의 두 가지 요인을 염두에 두고, 주보크는 소련 붕괴가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드물게 발생하는 일종의 “퍼펙트스톰”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좀 더 과감하게, 차라리 “중국 모델” 같은 강력한 국가가 통제하는 점진적인 구조 개혁이 “훨씬 더 논리적인 경로”였다고 주장합니다. (일찌감치 세상을 뜬 고르바초프의 전임자 안드로포프의 구상이었습니다) * 『소련 붕괴의 순간』은 우선 재미있습니다. 아예, 1990년 12월 20일부터 시작해서 1991년을 훑는 2부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아니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저자는 이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고자 자기 경험에 더해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러시아어를 알아야 접근할 수 있는 1차 사료를 수집했습니다. 소련 몰락과 같은 중요한 사건을 통해서 역사에서 구조와 행위의 상호작용, 그리고 좀 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음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서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해 보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의 묘미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만약, 그때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다른 방향이었다면, 그때 그가 무력을 사용했다면 등등등. * 주보크는 1991년 8월 소련을 떠나 가족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하러 미국으로 가던 중에 고르바초프에 대항한 쿠데타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12월 다시 모스크바 공항에 내렸을 때, 그가 떠나온 나라(소련)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 수십 년간 이어온 역사학자의 집요한 질문(‘소련은 왜 망했을까’)의 답을 7월에 함께 읽어 봐요. 뜻밖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까지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7월에도 재미있는(?) 벽돌 책 함께 읽어요. 하하하! https://www.gmeum.com/gather/detail/2740
미국의 승리 서사를 거부한다는 점이 가장 끌리네요. 실은 '냉전'을 읽으면서도 미국이나 소련이 '승리'했다는 지점에서 오히려 그들이 원했던 바는 이루었지만 황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으로 이루거나 (소련이 특히 미국이 오버할 때 오히려 개입하지 않아서 얻어 걸린 승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역효과로 오히려 장기적으로 불리해지거나 그 승리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대가(pyrrhic victory)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영웅 서사는 전통적인 역사관에서도 지금도 너무 많이 남발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 서사에 쉽게 빠지는 스토리텔링 본능이 있어선지..
하루아침에 좋은 세상은 오지도 않죠. 뭐든 점진적.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이 더 큰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 앞부분 들쳐봤는데.. 기대가 되면서도.. 어려운 이름의 등장인물 이름을 과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걱정이 있네요.. 제가 고유명사에 매우 취야한데다.. 러시아 이름은 너무 길어서 ㅋㅋㅋㅋ
저도 그래서 러시아 소설 읽는 걸 포기한 사람인데요. 그 앞에 이름표는 아예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신 다음에 책 읽을 때마다 한 번씩 곁눈질하면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
아 맞아요. 전 아직도 흐루쇼프보다 영어로 읽는데 익숙해서 자꾸 크루셰프라고 읽게 되요..;;; 러시아 이름 너무 어렵습니다..ㅎㅎ 러시아 이름이야말로 JFK나 LBJ처럼 약어로 해야하지 않을지..;;;
그렇죠. 그래서 저는 러시아어를 배워 버렸습니다 하하
냉전 22장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책도 다 못 읽었는데 벌써부터 다음 독서가 기다려집니다. 소련 내 민족들의 분리 압박이 소련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다니, 지금까지 대충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네요. 그밖에도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운의 영웅 서사를 거부한다든지, 경제적/재정적 요인에 주의를 기울이는 점, 소련의 붕괴가 필연이 아님을 주장하는 점 등이 더욱 읽고 싶게 만드는군요. 말씀하신 ‘반사실적 사고’도 흥미진진하고요.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가정이 없다? 그런 말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 하하)
19 유럽의 불길한 징조 1983년 9월 소련 공군은 항로를 이탈해 자국 영공에 들어온 한국 민간 여객기를 격추했다. 미국 정찰기로 오인한 것이다. 탑승자 269명이 모두 사망했는데, 그중 61명이 미국인이고 하원의원도 한 명 있었다. 소련은 처음에 여객기를 격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관여를 부인했다. 이런 끔찍한 학살 사건을 냉전의 측면에서 더욱 나쁜 사례로 만든 것이다. (710쪽) 동유럽인의 생활 수준이 전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유럽 사람은 훨씬 잘 살고 그곳은 진보가 신속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다. 헬싱키 프로세스 이후 철의 장막을 가로질러 접촉이 늘어나면서 동유럽의 많은 사람 특히 전문직, 교사, 경영자 등은 국경 너머 서방에 사는 이보다 훨씬 가난하게 산다는 걸 확신했다. (712쪽) 동독의 근본 문제는 유럽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독일 연방공화국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독을 통해 1970년대 중반에 본격화된 유럽 통합 과정에도 너무 가까워졌다. 유럽 주변부나 바깥에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동독 자체는 여전히 상황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서방에서 산업과 금융이 최강인 나라와 비교하면 거의 실패한 국가처럼 보였다. 그리고 서독은 이제 그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를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동독은 절대 일원이 될 수 없는 체계였다. (721쪽) 1988년에 가난한 알렌테주 출신 포르투갈 농민이 내게 왜 이제 더는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준 기억이 난다. 유럽의 원조로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유럽을 아우르는 유럽 공동체의 확대는 냉전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이는 동유럽이 유럽의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약속과 같았다. (722쪽) 1980년 창건된 서독 녹색당은 군축을, 철의 장막 양쪽에서 환경파괴를 종식하는 문제와 연결했다. 1980년대 서유럽 저항 운동에서 새로운 점이 있다면 점차 서방과 동방 모두 군사주의와 억압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727쪽) 이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유럽의 냉전이 만든 환경 파괴였다. 군사산업은 거대한 오염원이라는 인식뿐만 아니라 핵에너지 독성 폐기물 삼림파괴 등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냉전의 생산 경쟁과 연결되었다. 녹색당 같은 정당이나 '유럽핵무기완전철폐운동' 같은 사회 운동은 이런 연계를 강조하면서 이따금 서방만큼이나 동방도 비판했다. 환경 중심의 냉전 비판은 주류 정치에서도 발판을 마련했다. (728쪽) 쿠바 니카라과 앙골라 베트남 같은 나라는 신용에 접근할 기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이 소련과 동유럽의 지원에 의지했는데, 그 지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반대하는 전 세계의 사람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전 지구적 추세와 규범이 그들과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인식이었다. (733쪽) 1982~1983년의 불황은 1950년대 말 이후 미국 최악의 경험이었다. 경기를 회복한 것은 통화주의 원칙보다 주로 군사 목적을 위한 미국의 대규모 적자 지출과 특히 금융 측면에서 탄생한 세계 시장이 결합된 결과였다. (733~734쪽)
소련이 레이건의 정책에 공포를 느낀 이유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브레즈네프는 보좌진이 약속한 대로 그 나라에 잠깐 개입해 상황을 바로잡기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장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소련이 야만적인 전쟁을 벌이자 대규모 피란민 문제가 생겨났고, 이슬람주의자는 이를 활용해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 1982~1983년에 레이건이 아프간 이슬람주의 세력인 무자헤딘mujahedin(이슬람 전사)과 파키스탄의 지지 세력에 지원을 강화하자, 소련이 직면한 문제는 더욱 확대되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 이슬람주의자 가운데 일부는 최소 반소련주의자인 만큼이나 반미주의자임을 알았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소련의 힘을 밀어내는 데 필수라고 결론지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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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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