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저도 그래서 러시아 소설 읽는 걸 포기한 사람인데요. 그 앞에 이름표는 아예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신 다음에 책 읽을 때마다 한 번씩 곁눈질하면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
아 맞아요. 전 아직도 흐루쇼프보다 영어로 읽는데 익숙해서 자꾸 크루셰프라고 읽게 되요..;;; 러시아 이름 너무 어렵습니다..ㅎㅎ 러시아 이름이야말로 JFK나 LBJ처럼 약어로 해야하지 않을지..;;;
그렇죠. 그래서 저는 러시아어를 배워 버렸습니다 하하
냉전 22장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책도 다 못 읽었는데 벌써부터 다음 독서가 기다려집니다. 소련 내 민족들의 분리 압박이 소련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다니, 지금까지 대충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네요. 그밖에도 고르바초프에 대한 비운의 영웅 서사를 거부한다든지, 경제적/재정적 요인에 주의를 기울이는 점, 소련의 붕괴가 필연이 아님을 주장하는 점 등이 더욱 읽고 싶게 만드는군요. 말씀하신 ‘반사실적 사고’도 흥미진진하고요.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가정이 없다? 그런 말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 하하)
19 유럽의 불길한 징조 1983년 9월 소련 공군은 항로를 이탈해 자국 영공에 들어온 한국 민간 여객기를 격추했다. 미국 정찰기로 오인한 것이다. 탑승자 269명이 모두 사망했는데, 그중 61명이 미국인이고 하원의원도 한 명 있었다. 소련은 처음에 여객기를 격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관여를 부인했다. 이런 끔찍한 학살 사건을 냉전의 측면에서 더욱 나쁜 사례로 만든 것이다. (710쪽) 동유럽인의 생활 수준이 전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유럽 사람은 훨씬 잘 살고 그곳은 진보가 신속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다. 헬싱키 프로세스 이후 철의 장막을 가로질러 접촉이 늘어나면서 동유럽의 많은 사람 특히 전문직, 교사, 경영자 등은 국경 너머 서방에 사는 이보다 훨씬 가난하게 산다는 걸 확신했다. (712쪽) 동독의 근본 문제는 유럽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독일 연방공화국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독을 통해 1970년대 중반에 본격화된 유럽 통합 과정에도 너무 가까워졌다. 유럽 주변부나 바깥에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동독 자체는 여전히 상황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서방에서 산업과 금융이 최강인 나라와 비교하면 거의 실패한 국가처럼 보였다. 그리고 서독은 이제 그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를 통합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동독은 절대 일원이 될 수 없는 체계였다. (721쪽) 1988년에 가난한 알렌테주 출신 포르투갈 농민이 내게 왜 이제 더는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 준 기억이 난다. 유럽의 원조로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유럽을 아우르는 유럽 공동체의 확대는 냉전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이는 동유럽이 유럽의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약속과 같았다. (722쪽) 1980년 창건된 서독 녹색당은 군축을, 철의 장막 양쪽에서 환경파괴를 종식하는 문제와 연결했다. 1980년대 서유럽 저항 운동에서 새로운 점이 있다면 점차 서방과 동방 모두 군사주의와 억압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727쪽) 이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유럽의 냉전이 만든 환경 파괴였다. 군사산업은 거대한 오염원이라는 인식뿐만 아니라 핵에너지 독성 폐기물 삼림파괴 등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냉전의 생산 경쟁과 연결되었다. 녹색당 같은 정당이나 '유럽핵무기완전철폐운동' 같은 사회 운동은 이런 연계를 강조하면서 이따금 서방만큼이나 동방도 비판했다. 환경 중심의 냉전 비판은 주류 정치에서도 발판을 마련했다. (728쪽) 쿠바 니카라과 앙골라 베트남 같은 나라는 신용에 접근할 기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이 소련과 동유럽의 지원에 의지했는데, 그 지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반대하는 전 세계의 사람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전 지구적 추세와 규범이 그들과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인식이었다. (733쪽) 1982~1983년의 불황은 1950년대 말 이후 미국 최악의 경험이었다. 경기를 회복한 것은 통화주의 원칙보다 주로 군사 목적을 위한 미국의 대규모 적자 지출과 특히 금융 측면에서 탄생한 세계 시장이 결합된 결과였다. (733~734쪽)
소련이 레이건의 정책에 공포를 느낀 이유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브레즈네프는 보좌진이 약속한 대로 그 나라에 잠깐 개입해 상황을 바로잡기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장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소련이 야만적인 전쟁을 벌이자 대규모 피란민 문제가 생겨났고, 이슬람주의자는 이를 활용해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 1982~1983년에 레이건이 아프간 이슬람주의 세력인 무자헤딘mujahedin(이슬람 전사)과 파키스탄의 지지 세력에 지원을 강화하자, 소련이 직면한 문제는 더욱 확대되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 이슬람주의자 가운데 일부는 최소 반소련주의자인 만큼이나 반미주의자임을 알았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소련의 힘을 밀어내는 데 필수라고 결론지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데탕트를 무너뜨린 여러 상황 가운데 일부는 초강대국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제3세계에서 잇따라 혁명이 일어나면서 화해 과정이 불안해졌고, 급속한 경제 변화도 긴장완화정책을 훼손했다. 애초에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가 긴장완화를 서로 달리 해석한 것도 분명했다. 소련은 두 초강대국이 진정으로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믿었다. 반면 미국의 대다수 지도자는 미국이 이끄는 세계 체계에 소련이 협조하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련은 다른 지역의 혁명을 지원하고, 소련의 힘을 확대하기 위해 워싱턴과 소련의 관계에서 의식적으로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기도 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결국 데탕트를 무너뜨린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였다. 닉슨과 키신저는 대다수 미국인이 받아들이려는 수준을 넘어 소련과 함께 냉전을 관리하려고 했다. 워터게이트사건 이후 자국의 모든 정부를 향한 미국인의 불신은 극을 향했다. 긴장완화정책은 이 과정의 희생양이었다. 물론 닉슨의 불명예 퇴진이 없었더라도 어느 시점에 화해 과정이 멈춰 섰을 수도 있다. 대다수 미국인은 1970년대든 어느 때든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맞먹는 세력이 생기는 것을 용인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에 당선되게 한 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목적이 또다시 이렇게 가치 절하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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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유럽의 냉전이 끝난 것은 동유럽 사람이 반란을 일으키고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 정권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으레 그러하듯 첫 발을 뗀 것을 폴란드였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이문장 좋더라구요... 다시 동구권으로 오면서 앞에 일어난 계기가 된 사건들을 상기 주네요. 폴란드에 방문한 교황. 또한 동구권에서 가장 자유로운 헝가리. 56년 혁명이 소환되고 너지 임레의 이장식. 거기서 연설한 오르반 빅토르 청년. 현재까지도 집권중인 오르반 빅토르. 집권2기에 포퓰리스트가 된 사연은 <러시아는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에서 봤는데..찾아보니 이분이 너지 임레의 동상을 철거하라고 했다고 하는 반전.
공산당이 지배하는 데 최악의 적은 나토 군대의 기동훈련이 아니라, 유럽을 관통하는 장벽을 제거하면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약속이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저도 이 문장 밑줄쳤었는데...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그것은 이데올로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데 문득 북한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서독이 통일된 시절의 두 국가간 경제력의 차이보다 지금 남북한의 차이가 훨씬 큰데도 왜 북한 내부에서는 이리도 조용한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스테리한 국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우연히 열린 사건은 말그대로 기적 같은 1989년의 주요 돌파구였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대처를 제외한 유럽공동체 지도자는 독일 통일 자체를 굉장히 회의했고, 해법은 유럽통합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일의 힘은 유럽의 힘이 될 것이었다. (헬무트 콜) " 독일의 미래 건축은 유럽의 미래 건축에 들어맞아야 합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그죠... 정말 우연이 기적같이 일어났던 잊지 못할 사건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한 사건의 우연(동독 귄터 샤보프스키의 여행 허가 발표)은 어떤 사람들의 운명(동서독의 통일에 영향을 받은 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할 수록 포르투나와 비르투의 관계가 참 오묘한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엘버트 허시먼을 찾아봅니다.
22장 읽고 있는데 진짜 재미있네요. 탈냉전 역사의 현장들을 직접 종횡무진하는 기분… “베를린 장벽이 우연히 열린 사건”을 읽으며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https://youtu.be/Mn4VDwaV-oo?si=KJ_P8ncCcVHO0n18 ㅎㅎㅎ 생방송의 실수..
영상으로 보니 실감나네요!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저 우연과 실수로 빚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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