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6장에서도 반사실적 사고를 몇 가지 언급해보겠습니다. 1. 대중 매체의 영향과 김구 등의 신화화 또 반공 이데올리기 등으로 해방 후 신탁 통치에 대한 입장을 놓고서도 강한 통념이 하나 있습니다. 찬탁보다는 반탁이 나았다는 입장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35년간 겪은 상황을 염두에 두면 다시 신탁 통치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차라리 한국이 반탁이 아니라 찬탁 입장을 받아들여서 유엔 등이 신탁 통치를 하는 곳이 되었다면 몇 가지 다른 가능성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우선,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 관리 하에 선거를 치러서 분단을 막을 수도 있었을 수도 있고, 중립국의 형태로 동북아의 완충 지대가 되었을 수도 있고, 최소한 분단은 막지 못하더라도 전쟁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6장을 읽으면서 해봤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된,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10년간 신탁 통치를 받아들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내부의 좌우 정치 세력이 합심해서 결국 단독 정부를 수립하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2. 두 번째 반사실적 사고는. 남한의 이승만과 북한의 김일성이라는 권력자입니다. 6장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분단 정부, 전쟁 그리고 길어진 전쟁과 지난한 휴전 협상 모두 이승만과 김일성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전쟁, 또 금방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이 두 남북의 권력자 요인이 작용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죠.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 또 우발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개입과 같은 요소가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대목이죠.
@YG 찬탁/반탁 문제와 그에 따른 좌우익 대립은 정말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당시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가 한반도에 왜곡되어 전해지는 바람에 (동아일보였던가요? 국내 신문들이 의도된 것인지 실수인지 의심스런 희대의 오보를 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내용이 제대로 전해졌다면 반탁 주장이 그렇게 큰 힘을 가질 수 없었을지도..
@YG님의 반사실적 사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번 주 출장이라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곁눈질 하면서 진도 보충하고, 주말에 따라가겠습니다.
저도 주말에 따라가야겠어요..ㅜㅜ 가정의 달이 끝나고 나서 갑자기 일들이 막 쏟아들어오고 있어서 허우적대고 있네요;;
오늘도 6장을 출근길에 읽었는데요. 이번 장은 우리 이야기라 그런지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YG님 말씀처럼 '개인 또 우발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개입과 같은 요소가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낸다'는데 끄덕끄덕했어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앞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새삼 서글프기도 했고, 이번에 새로 출범한 정부는 또 어떤 외교 정책을 펼쳐갈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연해 님 읽기표대로 꾸준히 잘 읽으시네요! 저는 이제서야 5장 들어가요. 오늘 6장까지 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이야기라 더 기대되네요.
감사해요. 저는 @향팔 님 덕분에 다양한 시각적 정보도 수집하고, 차마 여쭙지 못한 궁금증(이 공간에서 좋은 질문을 잘 해주시니까요)도 해결해 가는 것 같아요. '우리 이야기'라 슬프지만 '우리 이야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계시지만, 책과 그믐 그리고 벽돌 책 모임분들과 함께 마음의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시길 바랄게요:)
제가 감사합니다. @연해 님 글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요.
한국전쟁이 냉전에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 한 가지는 충돌을 전 지구적 규모로 군사화했다는 점이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냉전은 제로섬게임이었다. 추론을 계속할수록 적의 공격을 부추기는 셈이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한반도의 휴전은 전쟁이 발발하고 꼬박 3년 만에 조인되었다. 공산주의 강대국은 그전까지 협상을 지연하게 한 여러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관련한 모든 나라에 쓸모없고 끔찍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남북한 자체에 미친 영향은 더욱 나빴다. 나라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 350만 명이 전쟁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 1000만 명이 식량 원조에 의지했다. 남한에서만 생존한 친척이 없는 고아가 최소 10만 명 생겼다.20 고향 도시와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한국인은 사방에서 죽음과 절망을 목격했다. 연합국이 “그들의” 한국을 각각의 동맹 체계에 편입하는 대가로 상황을 개선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전쟁은 민족 재앙이었고, 전쟁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으며, 그 비참함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YG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하필 양 극단에서 의지가 강한 지도자의 존재가 분단의 큰 이유 중 하나였을 것 같습니다. 6장을 읽고 나서 궁금한 점이 2개 있어서 chatGPT에게 좀 물어봤어요. 하나는 김일성이 전쟁의 동의를 구하려고 할때 왜 스탈린은 미국이 개입을 꺼린다고 생각했는가? 딘 애치슨(Dan Acheson)이 1950년 1월에 발표한 에치슨 라인(태평양 방위선)은 "미국이 반드시 방어할 지역은 알래스카 → 일본 → 오키나와 → 필리핀을 잇는 선"이다. 라고 규정했다고 합니다. 발표가 명확하지 않고 잘못 해석하게 만들었다는 실책론 정책이 아니라 설명 수준이었다는 정당화론 김일성의 과도 해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탈린의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지는 모르지만 김일성의 목표에 힘을 보태기는 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휴전협상이 왜 이렇게 길었나? 1)포로송환문제로 1년간 교착상태 2)군사분계선 설정문제 3)냉전의 영향 - 냉전 대리전 성격으로 미.소.중의 이해관계 일치가 어려웠다. 4)협상자체가 심리전.. 정치적 명분 5)이승만 정부의 반대 -> 한미상호방위조약(1953)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휴전 서로의 체제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종전이 아닌 휴전이 결과라는 것이 새삼 씁쓸합니다
5장에서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이 일본을 두고 “개미떼 같은 행동” 성향 운운한 내용(p.199)을 읽으니, 1980년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인을 두고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를 따른다”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위컴의 발언은 전두환을 따르는 고위층을 겨눈 말이었다고도 하던데 잘 모르겠어요.)
인도네시아가 주권을 찾은 서사시는 냉전과 빠르게 탈식민화한 세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두 개를 보여 준다. 첫째 중국 및 인접 나라 바깥의 대부분 지역에서 공산당은 인기가 많고 조직력이 강한 민족주의자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자체가 예외일 수 있었던 건 단지 일본이 공산당의 적수, 즉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에 이미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미국은 대체로 서유럽 동맹국이 예전 식민지를 되찾는 것을 지원하는 일보다 공산주의의 세력 확대를 막는 데 몰두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후자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에 불리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냉전이 진전됨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급진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둘 다 반미 세력으로 보였고, 급진 민족주의자가 추구하는 정책은 (정반대의 증거가 많았음에도) 공산주의를 위한 길을 닦는다고 여겨졌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참, 5장 읽으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서유럽의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은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내 식민지 못 잃어!!’ 우기면서 징하게도 용쓰고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들 역량이 딸려서 또는 다시 쳐들어갔다가 져서 쫓겨나는 바람에 아시아 식민지를 포기한 거지 결코 그냥 포기한 게 아니었다 싶고… 상황만 허락해 줬다면 계속 해먹고도 남을 놈들이었다 싶고…
호찌민이 런던 칼튼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p.217에 나오는데 이걸 “천한 일”이라고 번역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사전상 단어의 뜻에 문제가 없다 쳐도, 현대 한국사회에선 직업을 두고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단순한 일’이나 ‘비숙련 노동’ 정도로 했어도 될 것 같은데… 한대수의 <호치민> 가사에 나오는 얘기로는 호찌민은 프랑스 유학을 갈 때도 유람선 요리사의 조수로 취직해서 갔고, 또 다른 나라에선 청소부로 일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지금도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정말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he worked in menial jobs.”
@향팔 님, 저도 217쪽 그 번역을 보고서 잠깐 멈칫했어요. 역시! 제가 기회가 있으면 서해문집에 다음 쇄에 번역 수정을 슬쩍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향팔 님께서는 참여하지 않으셨던 벽돌 책 가운데 『사람을 위한 경제학』이 있어요. 작년(2024년) 1월에 재미있게 읽었던 벽돌 책인데. 그 책에 파리의 호치민 이야기가 잠깐 나온답니다. 그 책 향팔 님께서 정말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냉전의 앞 부분과 책의 절반 정도는 배경도 겹치고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와, 알라딘에서 대강 훑어봤는데 정말 끌리는 책이네요. 자칫 골아프고 지루할 수 있는 경제사와 경제학자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고 흥미롭게 써낸 책이 있었군요! 세상엔 제가 몰라서 그렇지,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새삼 또 느낍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되면.. 책걸상 벽돌 책 재도전 프로그램을 더욱더 고대하게 되는데요.)
헉 그러게요. menial job에 비숙련이나 저임금의 의미는 담겨 있지만 '천하다'는 표현은 좀;; 그냥 단순노무, 비숙련 노동이 나은 것 같네요. Uncle Ho 별명 자체가 친근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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