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에서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이 일본을 두고 “개미떼 같은 행동” 성향 운운한 내용(p.199)을 읽으니, 1980년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인을 두고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를 따른다”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위컴의 발언은 전두환을 따르는 고위층을 겨눈 말이었다고도 하던데 잘 모르겠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향팔

향팔
“ 인도네시아가 주권을 찾은 서사시는 냉전과 빠르게 탈식민화한 세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두 개를 보여 준다. 첫째 중국 및 인접 나라 바깥의 대부분 지역에서 공산당은 인기가 많고 조직력이 강한 민족주의자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자체가 예외일 수 있었던 건 단지 일본이 공산당의 적수, 즉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에 이미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미국은 대체로 서유럽 동맹국이 예전 식민지를 되찾는 것을 지원하는 일보다 공산주의의 세력 확대를 막는 데 몰두했다는 것이다. 전자가 후자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확신했을 때,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에 불리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냉전이 진전됨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급진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둘 다 반미 세력으로 보였고, 급진 민족주의자가 추구하는 정책은 (정반대의 증거가 많았음에도) 공산주의를 위한 길을 닦는다고 여겨졌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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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호찌민이 런던 칼튼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p.217에 나오는데 이걸 “천한 일”이라고 번역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사전상 단어의 뜻에 문제가 없다 쳐도, 현대 한국사회에선 직업을 두고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단순한 일’이나 ‘비숙련 노동’ 정도로 했어도 될 것 같은데… 한대수의 <호치민> 가사에 나오는 얘기로는 호찌민은 프랑스 유학을 갈 때도 유람선 요리사의 조수로 취직해서 갔고, 또 다른 나라에선 청소부로 일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지금도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정말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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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1954년 인도차이나에 관한 국제 회담이 소집됐을 때, 아이젠하워가 기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많은 인류가 자유세계에 적대적인 독재를 거칠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른바 ‘쓰러지는 도미노’ 원칙을 따르는 폭넓은 고려를 할 것입니다. 도미노를 줄줄이 세워 놓고 첫 번째 도미노를 건드리면 마지막 도미노도 순식간에 쓰러질 게 확실하지요. 그렇다면 해체가 시작되면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 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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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향팔님의 대화: 호찌민이 런던 칼튼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p.217에 나오는데 이걸 “천한 일”이라고 번역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사전상 단어의 뜻에 문제가 없다 쳐도, 현대 한국사회에선 직업을 두고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단순한 일’이나 ‘비숙련 노동’ 정도로 했어도 될 것 같은데… 한대수의 <호치민> 가사에 나오는 얘기로는 호찌민은 프랑스 유학을 갈 때도 유람선 요리사의 조수로 취직해서 갔고, 또 다른 나라에선 청소부로 일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지금도 그를 “호 아저 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정말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he worked in menial jobs.”

향팔
“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과 그 여파는 아마 냉전에서 단일 사건으로 가장 커다란 재앙일 것이다. 한국전쟁은 한 나라를 폐허로 만들고 한 국민을 사슬로 묶었다. 그 직접 결과는 오늘날에도 우리 옆에 있으며 미래에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쁜 것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는 사실이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 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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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이승만이나 김일성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나라 전체를 “해방”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탈린은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렁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유럽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좋아질 터였다. ”
『냉전 - 우리 시 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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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한국전쟁이 냉전에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 한 가지는 충돌을 전 지구적 규모로 군사화했다는 점이다. […]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부추긴 대로 미국이 해외 동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면적으로 몰두해야 한다는 인식이었을 것이다. 냉전은 제로섬게임이었다. 추론을 계속할수록 적의 공격을 부추기는 셈이었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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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 처음에 워싱턴은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를 다시 식민지로 삼는 것을 비관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중국공산당이 베트민을 지지한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자 트루먼이나 후임자 아이젠하워나 베트남을 호찌민에게 내주는 것이 옹호할 만한 제안이 아님을 깨달았다. 문제는 […] 1954년 5월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이 베트민 전사와 중국 중포병대의 합동 공격에 대패를 당한 것이었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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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은 미국이 치르는 냉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발전한다. 일본은 아시아 본토 인근 해역에 자리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1940년대 말에 이미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해상 전략을 맡은 미국의 군사 계획의 중심이기도 했다. 나중에 미일 동맹에서 가장 중요 한 부분은 도쿄가 미국의 냉전 전략에 제공하는 경제적 상호작용과 지원이 되는 것이었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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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청사죽백님의 대화: 해당 정책의 종료를 유발하였던 양대 원인들은, 일본공산당이 스탈린으로부터 압박당고서는 갑자기 폭력혁명 노선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변화+USA에서 일본공산당과 그 산하 노동운동단체들을 견제하려고 육성하였던 일본사회당과 그 산하 노 동운동단체들에서 내부 좌파가(독립적 마르크스주의 진영이자 갈수록 2세계 진영=현실사회주의 진영으로 경도) 내부 우파를(사회민주주의 진영) 압도하게 되었다는 변화입니다. 이러한 변화들 때문에, USA 트루먼 연방행정부는 일본의 우파를 강화시키고자 발효하고서는 지속하고 있던 일본의 상당수 우파 엘리트 인사들 대상 숙청 조치를 취소하였습니다.
아.. 그랬군요. @청사죽백 님 정말 깊은 내공과 친절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모임을 통해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남주도록 하겠습니다. ^^

롱기누스
YG님의 대화: 6장에서도 반사실적 사고를 몇 가지 언급해보겠습니다.
1. 대중 매체의 영향과 김구 등의 신화화 또 반공 이데올리기 등으로 해방 후 신탁 통치에 대한 입장을 놓고서도 강한 통념이 하나 있습니다. 찬탁보다는 반탁이 나았다는 입장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35년간 겪은 상황을 염두에 두면 다시 신탁 통치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차라리 한국이 반탁이 아니라 찬탁 입장을 받아들여서 유엔 등이 신탁 통치를 하는 곳이 되었다면 몇 가지 다른 가능성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우선,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 관리 하에 선거를 치러서 분단을 막을 수도 있었을 수도 있고, 중립국의 형태로 동북아의 완충 지대가 되었을 수도 있고, 최소한 분단은 막지 못하더라도 전쟁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6장을 읽으면서 해봤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된,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10년간 신탁 통치를 받아들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내부의 좌우 정치 세력이 합심해서 결국 단독 정부를 수립하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2. 두 번째 반사실적 사고는. 남한의 이승만과 북한의 김일성이라는 권력자입니다. 6장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분단 정부, 전쟁 그리고 길어진 전쟁과 지난한 휴전 협상 모두 이승만과 김일성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전쟁, 또 금방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이 두 남북의 권력자 요인이 작용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죠.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 또 우발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개입과 같은 요소가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대목이죠.
@YG님의 반사실적 사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번 주 출장이라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곁눈질 하면서 진도 보충하고, 주말에 따라가겠습니다.

롱기누스
향팔님의 문장 수집: "이승만이나 김일성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나라 전체를 “해방”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탈린은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렁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유럽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좋아질 터였다."
@향팔 아. 결국 김일성과 이승만의 야 욕이 휴전을 원치않게 하여 전쟁이 길어지는 원인이 되었는데, 거기에는 외부세력과의 필요성이 딱 맞아 떨어졌던 거군요. 스탈린은 북한이 전쟁을 계속하게 함으로써 미국이 한반도에 붙잡혀 있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유럽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이승만은 미국의 힘을 한반도에서 계속유지해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 맞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YG
향팔님의 대화: 호찌민이 런던 칼튼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p.217에 나오는데 이걸 “천한 일”이라고 번역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사전상 단어의 뜻에 문제가 없다 쳐도, 현대 한국사회에선 직업을 두고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단순한 일’이나 ‘비숙련 노동’ 정도로 했어도 될 것 같은데… 한대수의 <호치민> 가사에 나오는 얘기로는 호찌민은 프랑스 유학을 갈 때도 유람선 요리사의 조수로 취직해서 갔고, 또 다른 나라에선 청소부로 일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트남인들은 지금도 그를 “호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정말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향팔 님, 저도 217쪽 그 번역을 보고서 잠깐 멈칫했어요. 역시! 제가 기회가 있으면 서해문집에 다음 쇄에 번역 수정을 슬쩍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향팔 님께서는 참여하지 않으셨던 벽돌 책 가운데 『사람을 위한 경제학』이 있어요. 작년(2024년) 1월에 재미있게 읽었던 벽돌 책인데. 그 책에 파리의 호치민 이야기가 잠깐 나온답니다. 그 책 향팔 님께서 정말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냉전의 앞 부분과 책의 절반 정도는 배경도 겹치고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실비아 나사르가 이 책에서 추적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업적이 아니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위대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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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6월 11일 수요일에는 아시아에서 동구권으로 공간을 바꿉니다. 한국 전쟁 말미에 스탈린이 사망했잖아요? 스탈린 사망 후에 동구권에서 195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사회주의 동구권의 현대사에서 1968년 '프라하의 봄'만큼이나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1956년 '헝가리 혁명'이 나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잠시 숙연해질 겁니다.

옆집토토로
미국이 "중국을 잃은 것"은 그들에게 탄약이 되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213쪽,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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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토토로
반식민주의 유산을 종종 과시하는 나라로서는 모순적이게도, 전후 역대 미국 행정부는 대체로 냉전의 관심사보다 반식민주의를 우선시하지 않았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227쪽,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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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YG님의 대화: @향팔 님, 저도 217쪽 그 번역을 보고서 잠깐 멈칫했어요. 역시! 제가 기회가 있으면 서해문집에 다음 쇄에 번역 수정을 슬쩍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향팔 님께서는 참여하지 않으셨던 벽돌 책 가운데 『사람을 위한 경제학』이 있어요. 작년(2024년) 1월에 재미있게 읽었던 벽돌 책인데. 그 책에 파리 의 호치민 이야기가 잠깐 나온답니다. 그 책 향팔 님께서 정말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냉전의 앞 부분과 책의 절반 정도는 배경도 겹치고요.
와, 알라딘에서 대강 훑어봤는데 정말 끌리는 책이네요. 자칫 골아프고 지루할 수 있는 경제사와 경제학자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고 흥미롭게 써낸 책이 있었군요! 세상엔 제가 몰라서 그렇지,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새삼 또 느낍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되면.. 책걸상 벽돌 책 재도전 프로그램을 더욱더 고대하게 되는데요.)

꽃의요정
새벽서가님의 대화: 미리 신청 못했지만 오랜만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와~새벽서가님이다~~~

stella15
새벽서가님의 대화: 미리 신청 못했지만 오랜만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 정말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저는 이번엔 참여는 안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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