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을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장은 1940년대 부터 시작된 탈식민지화가 1960년대 절정을 이룬 것과 이것을 냉전의 맥락에서 설명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영국에 맞서 반란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미국이 냉전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유럽의 식민지배를 어느정도 인정하고 때로는 적극적인 지원까지 하는 바람에 탈식민지화가 늦어졌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유럽의 식민제국이 1940년대에 전부 붕괴하지 않고 20년간 더 지속된 주된 이유는미국이 지웠했기 때문이다. 1945년 이후 유럽 어떤 나라도 자국의 열악한 경제 상황과 유럽 방위의 필요 때문에 재정적으로 식민지를 계속 보유할 수 없었다. 더는 이룰 수 없는 식민주의라는 환상은 미국이 이 나라들의 국내 비용을 떠맡아 주려고 나설 때만 지속될 수 있었다. (pp.378-379.)
미국은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것은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억누르고 제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란에서 자국민의 지원을 받은 모사데크를 몰아내고 무자비한 독재자 팔라비 왕조의 등장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와 CIA의 공작이었다는 사실. 그것은 결국 이란의 석유를 둘러싼 영국 기업과의 소유권 분쟁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모사데크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면 얼마든지 냉전의 희생물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으로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터닝포인트에서는 과테말라 사태도 다루고 있습니다. )
결국 "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탄생한 제3세계 운동은)냉전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책임하며 세계의 발전 상황과 동떨어져 있는지가 드러났다는 사고였다. (p.385)
그리고, 수에즈 운하 사건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 개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사건은 이집트의 독립을 위해 수에즈 운하권을 가져오려는 이집트 정부에 대항하여 기존에 수에즈 운하 지배권을 가지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와 충돌하자 이를 불쾌하게 여긴 미국이 나서 사건을 정리한 했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요, 결국 수에즈 운하 사태로 유럽의 전통 강자였던 영국과 미국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리며 대외적이고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가적 위신이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콩고사태로 본 미국과 소련의 힘의 차이였습니다. 벨기에의 식민지배가 갑자기 끝나자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한 루뭄바를 미국은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자국의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소련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흐루쇼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6개월 만에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로서 소련은 그 힘(특히 해외파병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이러한 콩고의 비극은 결국 이와 비슷한 제3세계가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느끼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했다는 해석도 기억에 남습니다.
"식민 지배를 없애고 자민족을 위해 행동하는 국가를 만들면 신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제3세계 공동의 믿음이었다. 하지만 많은 지도자는 자국이 신속히 발전하는 데 필요한 전문 역량, 특히 새로운 산업을 건설할 역량이 없고, 수출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자원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 무역 체제가 정한 조건에 여전히 매여 있음을 깨달았다. (p.402.)
이로써 기존의 강대국이었던 제국들뿐만 아니라 식민지를 벗어난 신생독립국들마져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블랙홀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처해지는 냉전이라는 구도의 고착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롱기누스

향팔
“ 유럽의 식민제국이 1940년대에 전부 붕괴하지 않고 20년간(포르투갈은 30년간) 더 지속된 주된 이유는 미국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1945년 이후 유럽 어떤 나라도 자국의 열악한 경제 상황과 유럽 방위의 필요 때문에 재정적으로 식민지를 계속 보유할 수 없었다. 더는 이룰 수 없는 식민주의라는 환상은 미국이 이 나라들의 국내 비용을 떠맡아 주려고 나설 때만 지속될 수 있었다. 물론 식민주의 국가는 모두 이런 사실을 알았고, 따라서 탈식민주의를 피하고자 하는 태도를 공산주의에 맞서는 공동 투쟁의 하나로 내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워싱 턴 자체가 반공주의에 몰두한 탓에 반식민주의에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다만 인도네시아나 인도처럼 탈식민주의 실패가 공산주의 집단을 너무도 노골적으로 자극한 때는 예외였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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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또한 트루먼 행정부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 미국은 유럽 열강이 식민지를 상실하면 결국 유럽의 위신이 추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유럽의 안정이 위협받고 서유럽이 유럽 대륙 또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는 데 제대로 이바지하지 못할 수 있었다. ”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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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연해 저는 @롱기누스 님 현생에서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주말에는 처음과 끝만 두 장씩 배치해 뒀어요. (보통 처음에는 초심 때문에, 나중에는 끝이 보여서 열심히 몰아서 읽으시더라고요.)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은 한 장씩만 읽는 일정이랍니다.
저도 주말에는 무협 세계관 웹 소설 하나를 정주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제가 10대 때 무협 소설 입문하고 나서, 대학 오고 나서는 딱 끊고 살았는데, 웹 소설 기웃거리다 요즘 다시 가끔 읽어요. 와, 정말 상상력!!! 최고!!! 이러면서. 요즘에는 여성 무협 독자도 많다던데. 제 주변에서는 못 봤습니다만.)

연해
어랏, YG님도 모르시는군요! 저는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이쯤되니 저도 궁금해지지만, 마음만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주말 읽기표에 담긴 세심한 마음에 미소가 번집니다.
무협 세계관 웹 소설이요? (띠용) 웹 소설 읽는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던지라 알고는 있었지만, 무협은 또 새롭네요. 항상 딱딱한(?) 말씀만하시다가 가끔 이렇게 친근한 취향도 전해주시니 즐겁습니다. 저는 일단 무협 독자는 아닙니다만(에헴), 제 주변 여성 지인들 중에도 아직 무협 좋아한다는 분은 못 만난 것 같은데요. 이 방에도 계신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YG
@연해 네이버 웹 소설 독자 가운데는 여성 무협 소설 독자도 많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최근 가끔 찾아 읽는 무협 웹 소설 페이스북에 댓글로 추천해 주신 분들, 대부분 여성들이십니다. (저도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어요.)

YG
@연해 아, "딱딱한(?) 말씀"에서 갑자기 빵 터졌습니다. :)

연해
하하, 딱딱하다는 말은 이 공 간에서 YG님의 이미지가 뭐랄까, 선생님 같으셔서요. 어떨 때는 역사 선생님 같고(바로 이번 모임이죠), 또 어떨 때는 과학 선생님 같고, 또 어떨 때는 문학 선생님 같은 다채로운 색이 있으신데요. 그러다가도 가끔 농담하실 때면 괜히 친근해집니다. 뭔가 같이 허물어지는(?) 느낌이랄까요(학창 시절에도 그런 선생님들이 있으셨죠). 꼼꼼하게 정리해주신 이란의 연대기도 잘 읽었습니다(이러니 선생님 같을 수밖에요).

롱기누스
@YG 앗... 저의 셀럽께서 일개 미천한 팬까지 궁금해하시다니!! 영광입니다. 저는 그냥 '미지의 서울'을 즐겨보는 아저씨 입니다. ^^*

꽃의요정
정말 뒷북인데, 저 무협 소설 좋아합니다. 읽으셨다는 책 알려 주세요~ 냉전 읽느라 마음이 딱딱해졌어요! ㅎㅎㅎ featuring : @연해 님

YG
@꽃의요정 님, 최근에 정신 없이 읽었던 무협 소설(책도 나오긴 했더라고요)은 장영훈 작가의 『절대강호』였어요. 장 작가의 작품 가운데 최고라고 무협 팬덤에서 추천해서 뒤늦게 읽었는데 정말 최고! :) 이건 첩보 소설과 무협 소설의 장르 믹스?

꽃의요정
오! 감사합니다. 메모해 놔야겠어요...열혈강호랑 안 헷갈리려면....열혈강호는 아직도 연재중이더라고요..

stella15
와, 열혈강호. 제목은 들어봤는데 이게 지금도 계속 나오는군요. 90권이 넘었네요. 햇수로는 30년이 넘었나본데 아직도 그렇게 나오는 책이 있네요. 저는 요즘 김탁환의 <대소설의 세계>를 읽고 있는데 거기 보면 조선시대 소설을 언급했는데 막 소설 하나가 열 몇권, 스무권 넘어가는 책들이 그렇게 많더라구요. 물론 그때 인쇄가 어딨고, 컴퓨터 폰트가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지금의 10 포인트로 써도 꽤 되는 분량이겠더군요. 그래서인지 그 시대 소설가들을 거의 무림의 고수처럼 그려놨더군요. 전 그 시절은 TV나 달리 볼게 없으니 소설가의 위상이 상당했겠지만, <열혈강호> 말씀하시니까 꼭 그런 것마는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하하.

꽃의요정
더불어 <포켓몬>도요... ㅎㅎㅎ

stella15
헉, 포켓몬도요? 컥! >.<;;

향팔
와, 열혈강호가 아직도 연재중인가요. 꼬꼬마 때 만화방(만화카페 아님)에서 열독하던 작품인데..

꽃의요정
남편이 아직도 보고 있더라고요. ㅎㅎ

향팔
@연해 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날이 더워지니 저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출퇴근 시간을 쪼개 이 벽돌책을 읽으신단 말씀에 와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아는 게 없어서 이 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 이번주도 같이 달려보아요.

연해
네, @향팔 님. 여행은 좋은 점도 좋지 않은 점도 골고루 있었는데요. 성수기가 되기 전에 바다를 보고 싶어 강화도를 다녀왔답니다. 동막해변에서 바닷바람도 실컷 맞고(아야야...), 일몰도 보고 왔지요. 강화도에서 만난 고즈넉한 동네 서점 사진도 올려봅니다. 인천이라 그리 멀지 않으니 향팔님도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살포시:)
저는 얼마 전에 이사를 하고, 출퇴근거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대중교통에서 책 읽는 시간이 훨씬 많아져서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있습니다. 벽돌책과 함께 하는 출근길은 뭔가 하나의 루틴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 번 주도 이 공간에서 나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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