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오늘날 세계가 겪는 최대의 위험이 바로 이런 냉전 사업입니다. 냉전은 철의 장막이나 높다란 장벽, 그 어떤 감옥보다 더 큰 정신적 장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냉전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정신의 장벽을 만들어 세계를 악마와 천사로 나눕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네루에게 베오그라드선언은 냉전 없는 미래의 설계이자 지구 평화가 사실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 주는 경고였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인디라 간디의 운신의 폭은 여전히 냉전의 제약을 받았다.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도, 인도같이 큰 나라조차 전 지구적 충돌이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을 완전히 단절할 수 없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이렇게 급변하는 중동에서 미국 행정부와 유럽 및 일본의 동맹 세력은 석유 공급을 확보하고 서방의 전략적 입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다. 한편 소련은 급진 민족주의자가 자본주의의 통제에서 벗어나 모스크바와 동맹하기를 기대했다. […] 양쪽 모두 중동의 악몽 같은 정치를 냉전의 충돌과 연결하는 꿈과 불안이 자극적으로 뒤섞인 태도였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원유 공급 외에도 중동과 냉전을 연결하는 주요 고리가 두 개 더 있었다. 하나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세속적 정치와 종교적 정치의 충돌이었다. 중동의 모든 나라에서 세속주의자들 —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사회주의자 — 이 정부를 종교법에 따라 조직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과 대결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다른 연결 고리는 중동에 신생 유대 국가가 탄생한 것이었다. […] 아랍 민족주의가 힘을 얻은 데는 아랍 지역에 유대 국가가 탄생한 것도 역할을 했다. 많은 아랍인이 볼 때, 이스라엘의 존재와 성공은 팔레스타인 아랍 난민의 거대한 수와 함께, 강력히 단합된 아랍 민족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상기하게 했다. 이런 운동만이 아랍 민족을 부활하고 독자적인 근대화로 달려갈 수 있게 해 줄 터였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제3세계의 다른 나라만큼 중동의 세속적 민족주의 정권도 대다수 사람이 바라는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그 대신 국민은 점점 자신의 생활 수준은 별로 안중에도 없고, 해외 강대국과 동맹하는 고압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부를 얻었다. 당연히 일부 젊은이는 다른 형태의 권위와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대의를 찾아 나섰다. 특히 1973년 전쟁 이후 무력감과 모욕감에 빠진 수많은 사람이 이슬람 학교와 사원으로 몰려갔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미국은 이슬람주의자를 주요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슬람주의자는 미국이 경멸하면서 제거되기를 원하는 좌파 민족주의 정권에 반대하기 때문에 유용할 수 있었다. 이슬람주의의 사회적 보수주의와 반공주의 또한 미국이 추구하는 목적에 들어맞았다. 이슬람주의자의 주적은 공산당, 특히 이라크와 이란의 공산당이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롱기누스 @aida 아, 두 분도 『냉전』을 다 읽고 나면 곧바로 『소련 붕괴의 순간』이 궁금해서 손이 가실 거예요. :)
이번 장은 읽으면서.. 제목이 왜 소용돌이 인줄 알겠더라구요. 베트남전은 수렁에서 나오면서 자국에서까지 신뢰를 잃었는데, 서남아시아에서도 미국과 소련은 많이 휘둘렸네요. 동시대에 관여하지 않은 곳은 어디일까요.. 자주 나오는 전지구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군요. 그들이 아시아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요? 서구의 수준과 기준에 맞추는 것이 정답이라는 오만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초강대국이 되면 역사가 주는 정체성이 쉽게 보이나 봅니다. 조금 알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석유 욕심에 덤볐겠지요. 쏟아지는 이스라엘 이란 미국 뉴스에 심란하네요. 그 지역에 계시는 분들의 안전이 제발 나아지길 바래봅니다..
소용돌이… 정말 그러네요. 워낙 혼돈의 카오스라 책을 읽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습니다. 전쟁 뉴스가 심상치 않아 마음도 안 좋고 여러모로 심란한 여름입니다. <냉전> 독서가 이렇게 시국과 맞아떨어지다니.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이 절판되었다가 언제 또 이렇게 새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네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두 작품 모두 수작입니다. 만화 저널리즘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어요. 페르세폴리스(@YG 님이 추천해주신), 쥐와 함께 그래픽노블 3대작이라고들 하던데(이런 건 누가 정하는 걸까요?), 그만큼 훌륭한 작품이라는 뜻이겠지요. <안전지대 고라즈데>는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보스니아 내전 이야기라고 하네요.
팔레스타인 - 최신 개정판이스라엘 점령 아래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강렬한 논픽션 그래픽노블 《팔레스타인》이 2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선다. 이 책은 2002년 처음 번역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팔레스타인의 참상과 진실을 알리며 큰 충격을 주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팔레스타인>의 조 사코가 돌아왔다. 둘러친 장벽과 전기 울타리 위로 눈을 번뜩이는 감시탑, 거리를 감시하는 탱크와 아파치 헬기가 쏟아내는 일상화된 폭발음, 무인 폭격기에 의한 요인 암살... 오래된 전쟁이자 현재의 전쟁이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모습을 통해 가진 자의 약탈과 빼앗긴 자의 굶주림, 힘센 자의 야만적인 폭력과 약자의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는 21세기 현대 비극의 뿌리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안전지대 고라즈데만화라는 매체로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팔레스타인>의 작가 조 사코가 그린 보스니아 내전 이야기.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고라즈데 사람들이, 휴전 이후 서서히 자신들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달라진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조심스럽게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진보주의자는 유럽 통합을 지지하면서 왜 해외에서 분열을 부추기는가? 예를 들어 프랑스공산당은 이런 주장이 이미 너무 늦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정치적 왜곡을 겪었다. 프랑스공산당은 식민지의 “해방”을 원하면서도 프랑스와 분리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프랑스공산당 지도자 모리스 토레즈는 “분리의 권리에 분리의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15 베이징의 닉슨 8년간 아이젠하워의 부통령으로 일한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이 치열한 3자 경쟁에서 당선되었다. 닉슨은 1912년 우드로 윌슨 이후 일반투표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변화와 격동,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침묵하는 다수"에게 호소했다. "밤이면 경보 소리가 들립니다." 그가 전당대회에서 말했다. "우리는 미국인이 머나먼 외국의 전쟁터에서 죽는 모습을 봅니다. 미국인이 국내에서 서로 증오하고,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봅니다." 닉슨은 미국에서 안정을 이루고 베트남에서는 "명예로운 평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닉슨의 지지자는 "절대다수의 미국인, 잊힌 미국인 - 고함을 지르거나 시위하지 않는 미국인-입니다. 그 사람들은 인종주의자도 아니고 병자도 아닙니다. 그들은 이 땅을 괴롭히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559쪽) 닉슨은 보수적 '냉전 전사'의 대명사였다. 신임 대통령은 존슨 시절에 시행한 국내 사회 개혁을 대부분 유지했고, 일부는 확대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는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미국이 과거보다 낮은 비용으로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계 체제를 개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련 지도자들과 나란히 앉아 어떤 형태로든 냉전의 임시 휴전을 협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560쪽) 한국과 타이완은 둘 다 냉전의 최전선에 자리한 국가였다. 미국은 양국에 대규모로 원조했다. 1946 ~ 1978년에 한국은 거의 아프리카 전체를 합친 것만큼 많은 원조를 미국에서 받았다. (564쪽) 1972년 2월 21일, 닉슨이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이었다. 소련과 여전히 무기 제한을 협상하는 중이고, 베트남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 성과가 필요했다. 그는 중국 방문을 그 성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574쪽) 외교적 돌파구가 대개 그렇듯이, 어느 쪽도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이 운신할 수 있는 전면적인 과정을 개시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닉슨이 옳았다. 마오쩌둥은 소련에 맞서 안보를 강화하고 적어도 조만간 타이완을 수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얻었다. 하지만 주석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노리는지는 여전히 당혹스러웠다. 그는 모스크바의 가짜 공산주의에 맞서는 자신의 혁명, "진정한" 공산주의 혁명을 닉 슨이 왜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970년 마오쩌둥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키신저는 악취를 풍기는 학자 : 외교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인 대학 교수입니다." 그로부터 5년 뒤, 마오쩌둥은 키신저가 "우리 어깨를 밟고서 모스크바로 뛰어오른다"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대단히 민감한 정보를 중국과 공유한 뒤에도, 제한된 협력이 이루어졌지만, 관계에 신뢰가 거의 없었다. (577쪽)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 관계를 트자 그에게 가장 중요한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 주적 미국과 데탕트를 이룰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두려움에 사로잡힌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미국과 무기 제한을 협상해 합의로 밀어붙였다. 닉슨이 베이징 방문 3개월 뒤인 1972년 5월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1차 전략무기 제한협정( SALT I )이 조인될 준비가 끝났다. 브레즈네프에게 이 정상 회담은 정치인 경력에서 최고점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조인된 '기본 원칙'협정은 "핵시대에"로 시작되었다. (579쪽) 이 협정은 냉전을 휴전하고 미국이 소련을 동등한 상대국으로 인정한다는 놀라운 선언이었다. 20세기 역사 전반에 유일무이함, 즉 결국 독보적 힘이라는 개념에 따라 대외정책을 구축한 나라에 이는 커다란 도약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많이 일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일부 사람은 두 사람의 행동 덕분에 냉전을 넘어서 사고했다. (580쪽) 닉슨과 브레즈네프가 무기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음에도, 많은 전문가는 이런 시도가 충분히 신속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동방과 서방의 과학자가 정부의 (최소한 눈에 띄는) 간섭 없이 모인 퍼그워시회의 (Pugwash Conferences)는 과학계 엘리트들이 세계 평화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사고를 퍼뜨리는 데 이바지했다. 1969년 보고서에 따르 면, 회의 참가자들은 "핵무기 비축 수준을 급격히 줄임으로써 억지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반 대중은 현재 비축된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면 핵전쟁에서 귀결될 어마어마한 파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 점을 대중에게 교육하는 데 조력할 책임이 막중하다." (582쪽) 중국 지도자들도 비록 긴장완화 과정에서 얻은 안보를 국내에서 한층 사악한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그래도 과거와 용감히 단절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케 만든 것은 바로 리처드 닉슨이다. 닉슨은 기본적으로 국민을 불신했기 때문에, 냉전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 상대를 다룸으로써, 미국 대외정책의 경로를 바꿔 놓았다. (589쪽)
16 인도의 냉전 그는 하나의 국제체계로서 냉전이라는 발상에 치를 떨었다. 네루가 볼 때, 냉전은 본질적으로 유럽이 주로 집착하는 문제였고, 세계 대다수가 직면한 현실 문제, 즉 저발전, 기아, 식민 억압 등의 문제에서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는 작용을 했다. (593쪽) 네루는 미국과 계속 거리를 두었지만,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기꺼이 미국을 끌어안았다. 파키스탄 국가를 창설한 무슬림 엘리트들은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인도의 방해를 받고 인도의 압박감을 느껴 미국의 냉전 총력전에 서둘러 편승했다. (598쪽) 1955년 반둥회의 일부 참가자는 네루가 우상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것을 보며 회의가 지나치게 인도의 독무대에 가깝다고 여겼다. 하지만 회의에 보내는 그의 전언은 분명했다. 냉전이 제3세계의 이익을 거스른다는 것이었다. 핵무기로 세계를 절멸하게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비도덕적 행동일 뿐만 아니라 탈식민지 국가가 직면한 실제 문제- 식민 지배로 생겨난 빈곤, 문맹, 전염병, 사회 혼란-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였다. (600쪽)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국경지대의 자치 지역인 티베트의 지위는 중국과 인도의 관계에서 핵심 문제였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독립국 인도가 자국의 목적을 위해 티베트에 영향을 미치려 한 영국의 시도를 이어서 할까 봐 우려했다. 하지만 네루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아무 문제 없이 받아들였고 다만 최대한 많은 자치를 유지하려는 젊은 달라이 라마의 시도에 공감했다. (603쪽) 인도 외교관과 활동가는 미국의 인종 문제를 보고했다. 대다수가 볼 때 미국이 자국의 인종 억압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탈식민화 문제에서 워싱턴에 기대할 것이 얼마나 없는지를 보여주는 징후였다. 네루는 탈식민화와 인권이 전 지구적 맥락에서 연결돼 있다고 굳게 믿었다. (606쪽) 1956년 헝가리 침공으로 소련을 바라보는 인도의 인식에 금이 같지만, 산산조각이 나지는 않았다. 인도는 발전 사업과 군사 역량 구축에 소련의 원조를 계속 받았다. 하지만 네루는 비동맹의 대의와 반 냉전 세력권 구축이라는 구상에 한층 더 몰두했다. (608쪽) 1960~1961년 콩고 위기가 적절한 사례다. 네루는 루뭄바가 살해된 데 몸서리치면서 벨기에 및 그들과 손잡은 미국을 똑같이 비난했다. 인도는 콩고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5,000명 보내면서 사무총장이 콩고의 국가 보전을 보장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콩고 위기의 자극을 받아 1961년 유고슬라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모인 비동맹 국가는 훗날 비동맹운동이라는 이름을 얻는 정기 회의와 조정 체계를 만들었다. 네루는 비동맹 협력에 열렬히 찬성하면서도 더 통합된 조직을 만드는 데는 회의적이었다. 대외 문제에서 인도의 유연성과 독립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도 이유였다. 베오그라드 회의에서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이 인류를 더욱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라는 최종 성명이 선언되었다. 그와 동시에 참가국은 "제국주의가 약해지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식민제국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민족에 대한 외국의 여러 형태의 억압은 점차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중이다. (609쪽) (중국과) 휴전 이후 네루는 자신의 아시아 정책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느꼈다. 그나 후계자들이나 인도의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특히 1964년 네루가 사망한 뒤, 정책에 특히 아대륙 지역과 관련해 인도 민족주의의 견고한 몫을 심었다. (611~612쪽) 1965년 인도가 통제하는 카슈미르를 파키스탄이 급습한 사건은 카슈미르 주민이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외부 세계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실상을 잘 알았다. 네루의 후임자 랄 바하두르 샤스트리는 원래 겸손한 사람인데, 반격하기로 결심했다. 전장에서 군대가 패배하자 아유부 칸 정권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은 지원을 거부했고 중국은 그럴 역량이 없었다. 파키스탄이 예상을 깨고 소련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파키스탄이 군사적으로 얼마나 난관에 봉착했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양국은 소련의 감독을 받으며 휴전 조건을 교섭했다. 영토와 관련해 현상 유지를 하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이 교섭에서 파키스탄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아대륙 지역에서 지배적 강국이 되려는 인도의 의도와 능력도 드러났다. (612~613쪽) 비동맹 운동은 인디라 간디가 선호하는 대외정책의 장이 되었다. 이 운동이 확대됨에 따라 인디라는 점차 중심 역할을 맡았다. 인디라의 말에 따르면 비동맹 운동은 "나라들 사이에 평등과 경제적• 정치적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의미"했다. "비동맹운동은 상호 이익에 바탕을 두고 발전을 위한 전 지구적 협력을 원한다. 이는 세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전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인디라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안보 및 국제 문제와 관련해 달걀을 전부 한 바구니에 넣지 않았다. (614쪽) 1969년 인도 외교관들이 작성한 미국 내부 변화의 개요를 보면 미국은 흑인의 분노와 백인의 공포••• 사이에 위험한 관계가 존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는 한쪽의 전술은 반대쪽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인디라는 1968년 리처드 닉슨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바로 이런 반발 때문이라고 보았다. (615쪽) 공개된 자리나 사적 자리에서 인디라 간디는 벵골인에 대한 파키스탄의 정책을 "대량 학살"로 규정하고 군사 개입을 준비했다. 인디라를 움직인 동기는 인도주의적이면서 전략적인 것이었다. (618쪽) 인디라는 총리로 복귀하면서 냉전의 영향력이 여전히 인도에 작용한다고 느꼈다. 인디라는 "다른 나라가 우리의 정책을 전 지구적 전략에 끼워 맞추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라고 개탄했다. 전과 비교해 인도에서 "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잦았다. "우리는 다른 나라나 다른 체제를 모방해서는 안 되며 우리의 목표는 그것들에 개량된 판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인디라는 경고했다. (625쪽)
17장은 저에게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장이었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 인도편 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 읽었지만,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혼란이란 단어가 어쩌면 냉전시대 중동지역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ㅋㅋ 중동은 석유와 종교가 중심이 되어 냉전의 양대국을 (상황에 따라, 각자의 입맛에 따라) 끌어당기기도, 멀어지기도 때로는 두 세력간의 충돌의 각축장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중동의 지리에 무지하여 그나마 @YG 님이 올려주신 지도를 보며 글의 내용을 파악하였고, 그럼으로 더듬더듬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동은 서로의 동상이몽 속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중에 놀랐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보인 아랍정권의 태도였습니다. 아랍민족, 무슬림으로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그들이 그렇게 높이던 목소리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대다수 아랍 정권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지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은 노동과 생활하는 데서 대게 착취까지 당했다(p. )니... 이래서 나라 잃은 설움은 어디서 들어주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하나를 소개하며 정리를 마치려고 합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p.656.) 벽돌책 맴버들 모두 평안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나라없는 설움 말씀에 동감합니다. 이미 1948년 전쟁 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친 것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 땅을 찾아주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노나먹으려고 그랬다는… 이후 나세르가 주창한 아랍민족주의는 좀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국가들대로 계산속이 달라 잘 되질 못하고 그 자리에 이슬람주의가 대두한 걸 보면 참 씁쓸합니다.
그러니까요... 결국 모든 귀결은 자기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내 조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더 수렴하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걸 쉽다고 해야하나, 슬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업는 것 같습니다.
이 장에 접어들면서 저도 혼란스럽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성과 감성 사이, 역사를 읽는 태도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때때로 무미건조하게 느껴집니다. 활자와 도표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저는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역사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을 읽던 중, 제 그런 태도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테러리즘의 무모한 허무주의 때문에, 원래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곤경에 공감했을 법한 많은 나라와 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냉전>, p.656 이 장면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관한 서술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에 저항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소규모의 무장 투쟁과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억압과 침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세계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 총과 무기로는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었고, 해방운동은 점차 외면당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는 깊은 혼란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과격한 행위가 중동,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테러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보았습니다. 도시락 폭탄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었고, 권총 한 자루로 총독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들 역시 당시의 시선으로는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의사’라 부르고, 영웅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의 행동을 단지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성으로 껴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정당성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고통을 함께 겪은 이로서 느끼는 연대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팔레스타인의 과격한 선택에 대해 단순히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는 같은 감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인도·중국·티베트의 관계를 다룬 부분입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자,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하게 됩니다. 이때 인도는 그에게 조용히 이렇게 조언합니다.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라. 그것이 당신들의 자유를 일정 부분 침해할 수 있겠지만, 온건한 타협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조언은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외교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장면에서도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제3자가 멀리서 충돌을 바라보며 도덕적으로 고고한 조언을 건네는 그 모습에서, 역사에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 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역사는 이성과 감성, 양쪽 모두로 접근해야 합니다. 폭력은 대개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폭력조차 왜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정당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보다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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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책 나눔] 《잠보의 사랑(달달북다12)》 함께 읽어요!<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책 증정] <그 남자는 책을 읽었다> 편집자와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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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작별하지 않는다도시의 마음불안세대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책읽기[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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