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저는 7장을 읽어면서 헝가리와 폴란드 사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레닌에서 스탈린 그리고 흐루쇼프로 이어지는 소련 공산당의 지도자들이 동유럽에 대한 입장이 변함에 따라 그 지역의 상황도 휘청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흐루쇼프의 반 스탈린 정책에 맞추어 헝가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자, 이에 대해 소련 공산당의 대처가 흥미로웠는데요. 초기에는 어떻게든 타협과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시위가 과격해지자 헝가리 공산당 정권과 소련 군대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스탠스를 변경해서 대규모 군사개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묘사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소련 공산당, 흐루쇼프에 호의를 가진 관점이 드러난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몇몇 표현들이 그렇게 보이는데요, 헝가리 혁명가들이 경찰 6명을 끌고 나와 죽이는 장면에서, "아주 품위 있게, 다들 평온하게 주저앉았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반란자들은 여전히 총탄을 쑤셔 박고 있었다" 라는 부분입니다. 저는 7장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은 헝가리와 폴란드 사태를 겪으면서도 흐루쇼프가 어떻게 소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스탈린 주의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동유럽에 조금씩 퍼치는 온화해진 분위기를 타고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이는 자칫 소비에트연방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기존 소련 공산당 분위기로는 거의 자아비판하고 즉결처분 당해도 충분한 상황 같은데 1957년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쿠테타에서 살아남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쵸..!! 저 그 부분이 너무 인상깊어서 이거 무슨 영화에서 나온 장면인가?했어요. 참고문헌인 The Violent Peace라는 책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절판된 것 같아서 아쉽더라구요. 저도 흐루쇼프가 어떻게 간발의 차이로라도 그 험난한 소련에서 살아남았고 오히려 반대파를 척결했는지가 궁금해지더라구요. 뭔가 뒷이야기가 더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헝가리 혁명을 진압한 후과는 유럽인에게 짙은 암운을 드리웠다. 혁명을 통해 유럽 대륙이 두 세력권으로 나뉜 현실이 여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따금 '공산주의를 물리치겠다'라고 요란한 말을 늘어놓았지만, 동유럽을 해방하기 위한 계획이 전혀없었다. 그리고 소련 내부와 외부에서 자유화를 이루려는 흐루쇼프의 시도는 바로 그 자신의 손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략) 서유럽에서 헝가리 사태의 직접 결과로 각국 공산당이 힘을 잃었다. (중략) 그리고 동구에서 대다수 체제 반대파는 모스크바에 맞선 공공연한 반란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제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개혁으로 가는 길은 점진적일 수밖에 없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p.295.,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아울러 7장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리센코가 나오는데요.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학문적 왜곡과 거짓을 선동하고 주장했던 학자로서 지금도 이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나라 지식인과 학문적 환경을 생각해봅니다.
중국공산당은 나라를 신속히 변혁해야 한다고 믿었고,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즐겨 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영국 철학자 아이제이아 벌린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하여 파괴와 유혈이 벌어진다 — 달걀은 깨졌지만 오믈렛은 보이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달걀, 즉 인간 생명이 깨질 준비가 될 뿐이다. 그리고 결국 열정적인 이상주의자들은 오믈렛은 잊어버리고 그저 계속 달걀만 깬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중국의 마오쩌둥주의 시대가 국제적으로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은 공산주의가 완벽한 한 덩어리라는 관념을 영원히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1948년 스탈린이 동구권에서 유고슬라비아를 축출했을 때 많은 이가 이미 이런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하지만 중국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규모였다. 중국공산당과 소련의 적대는 국제 정치를 뒤바꾸고 냉전의 이원론을 깨뜨릴 잠재력이 있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말 6월 14일과 15일에는 읽기표대로 10장 '부서지는 제국들'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는 냉전 이후 제국주의가 해체되는 모습을 아시아, 아프리카, 서남아시아(중동) 또 중남미(쿠바)의 사례와 또 그에 대한 미국과 소련의 대응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장부터 지난 번에 올려주신 냉전기 주요국 지도자의 연대별 임기표가 도움이 될 겁니다.)
@YG ‘중동’을 서남아시아라고 꼭꼭 찝어주셔서 좋습니다. 워낙 많이 쓰는 말이 됐으니 책에도 그냥 중동이라고만 쓰고, 평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중동중동 하기 쉬운데, 그 동네가 중동이 아니잖아요. 유럽인들 기준에서나 중동이지.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 우리는 극동(Far East)…허허허 그럼 서유럽은 극서!!
“냉전은 철의 장막이나 높다란 장벽, 그 어떤 감옥보다 더 큰 정신적 장벽을 만들어 냅니다. 냉전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정신의 장벽을 만들어 세계를 악마와 천사로 나눕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냉전>, 10장 '부서지는 제국들,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공감하지 못하는 세계, 이해하고 싶은 마음 역사책을 펼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그 시대 사람들과 나는 얼마나 다를까.’ 그들의 생각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신이 인간 위에 군림하던 시대의 가치관, 한 사람의 혈통이 곧 권력으로 작동하던 세상. 그런 세계를 나는 낯설게만 느낀다. 민주주의가 일상인 나에게, 한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쥐는 절대 권력은 도저히 감각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세계관과 내가 가진 세계관은 다르다.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표현한 말이 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이 문장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존재가 과거를 탈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을 깨야만 새가 나올 수 있듯, 인간 또한 세계관의 전환을 겪으며 시대를 넘어선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란 ‘깨져버린 알’들의 연속이다. 나는 과거라는 깨진 세계를 바라보며, 그들과 내가 얼마나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지 깨닫는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마도 지난 100년, 냉전이라는 단어가 세상을 갈랐던 시기부터 일 것이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책 <냉전>을 통해 이 시대의 세계관을 촘촘히 보여준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동쪽과 서쪽, 우파와 좌파. 세계는 이념에 따라 양분되었고, 각자의 ‘정의’를 내세우며 경쟁과 갈등의 시간을 지나왔다. 이 충돌은 더 이상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나는 그 연장선에 서 있다. 한반도를 덮친 전쟁의 화마, 헝가리에서 일어난 혁명, 베트남에서 벌어진 피의 대립, 쿠바 미사일 위기. 책 속에서 펼쳐지는 역사적 순간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 시대의 인간들이 어떤 갈등 속에서 결정을 내렸는지 상상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공감이라는 문턱에 선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해할 수 있다는 건, 같은 세계관 안에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이해받지 못할 세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생각들, 투표, 평등, 경쟁, 성공 같은 가치들이 먼 미래에는 유치하고 낡은 개념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 세계에서 나는 지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과거의 사람처럼 여겨질 것이다. 인도의 총리였던 네루는 냉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냉전은 철의 장막이나 높다란 장벽, 그 어떤 감옥보다 더 큰 정신적 장벽을 만들어 냅니다. 냉전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정신의 장벽을 만들어 세계를 악마와 천사로 나눕니다.” <냉전>, 10장 '부서지는 제국들 새로운 세계란 어쩌면 이 ‘정신적 장벽’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세계는 다시금 깨어지고, 나는 그 경계선에서 오래된 세계를 애써 이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바란다. 미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 과거의 나를 이해해 주기를. 공감하지 못하는 세계를 지나, 더 이상 세계를 악마와 천사로 나누지 않기를.
주말에 쓰러지고 좀 얼굴을 다쳐서 이제서야 10장으로 넘어가네요.. 그래도 안그래도 요즘 우려가 되는 중동을 다루기 시작하는 장이어서 재미있게 읽고 천천히 따라가겠습니다! 과거의 씨앗이 현재의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고 있네요..ㅜㅜ
@borumis 에고 괜찮으시길 바래요...
아이고 무슨 일이래요. 병원엔 다녀오신 거죠?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요..
아.. 괜찮습니다. 원래 저혋압이 좀 심한데 늙으니 더 맛이 갔는지 기립성저혈압으로 아주 잠시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 거에요. 얼굴에 멍이 좀 흉하게 났지만 뼈가 부러지진 않았어요. ^^;; 주말 내내 푹 쉬며 짠 음식과 수분 보충 많이 했습니다..
아이고 큰일날 뻔했네요, 많이 아프셨겠어요. 일어설 때 핑 도는 그런 증상 맞죠? 말씀하신 것처럼 푹 쉬시고 잘 챙겨드셔요. 요즘 날씨도 덥고 비도 많이 오고 해서 더 조심하셔야 해요. 멍도 얼렁 풀리고 싹 나으시길!
@borumis 아, 정말 큰 일 날뻔했네요. 나이 들수록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넘어지는 거라잖아요. 앞이든, 뒤든, 옆이든. 앞으로도 혈압 관리 각별히 신경 쓰셔야겠어요. 아무튼 다행입니다!!!
에고, 지난번에 교통사고도 있으셨는데, 이번에는 기립성저혈압으로 넘어지셨다니, 얼굴에 흉이 남지 않으실까 걱정이네요. @borumis 님 안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소식(비록 좋은 소식은 아니었지만ㅠㅠ)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혈압이 심한 편인데요. 이번 기수는 아니고, 전에 벽돌 책 모임 중에 그 말을 했다가 YG님이 추천해주셨던 책 한 권이 떠오르네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라고(정작 저는 읽지 않고, 다른 분에게 추천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회복하시고 이 공간에서도 신나게 또 이야기 나누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과 제약산업의 사회사세 가지 ‘기적의 약’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약을 통한 예방’이라는 현대의학의 교의에 밑바탕이 된 마케팅과 의학의 융합을 탐구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그 특성과 관계자가 서로 엮여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치료 지식과 실천에서 일어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와 일련의 구조적 발전을 설명한다.
다행히 멍만 시퍼렇게 들었어요..^^;;;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광고하고 다니기 싫어서 화장을 떡칠했습니다. 이 책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안그래도 저는 저혈압인데 나머지 가족들은 당뇨 또는 고지혈증이 있어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어! 저도 예전에 자는데 갑자기 눈에 노란 별이 보이길래 뭐지? 하고 깼는데, 아들내미가 발뒤꿈치로 제 눈을 가격한 거였어요....진짜 눈에 시퍼런 멍이 들어....회사를 어찌 다녔었는지...저야말로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네요!! 근데 올해 여러 차례 액땜하셨으니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복권을 사 보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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