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

D-29
막후에서 강경한 태도가 나타났다. 연설에서 케네디는 쿠바로 들어오는 무기를 이른바 “quarantine”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또한 쿠바 섬 감시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이 쿠바 영공을 침범하는 것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교전 행위로 보겠다고 암시했다. 케네디나 그가 미사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고위 보좌관으로 구성한, 이른바 국가안보회의 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 ExComm) 구성원 누구도, 쿠바혁명을 수호하려는 소련의 의지, 아니 이 문제에서 쿠바가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워싱턴의 모든 인사는 소련의 행동을 미국을 공격할 준비이자,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정당한) 지배권을 위축하게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다.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타협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려 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쿠바미사일위기는 냉전 시기에 미소 간에 벌어진 가장 위험한 핵 대결이었다(유일하지는 않다). 역사학자는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놓고 입씨름했다. 물론 진짜 답은 핵전쟁을 피했으니까 모두가 승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공공연히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흐루쇼프가 가장 두드러진 패자였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는 왜 물러섰을까?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케네디는 1963년 11월에 암살되었다. 46세의 나이였다. 만약 죽지 않고 살아서 1964년에 재선되었다면 냉전을 종식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1962년 10월 이후 대외정책 의제로 돌아온 케네디가 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할지라도 그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전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피하면서 냉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가 굳건히 추구한 목표였다. 케네디는 소련이 미국의 이해관계를 가로막는 전 지구적 도전이며, 미국은 이런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베를린 위기와 쿠바 위기는 냉전의 분수령이었을까? 어떤 이는 그렇다고 말한다. 베를린 위기는 유럽 냉전이 뚜렷이 안정화되었다는 의미에서, 쿠바 위기는 미국과 소련 둘 다 일정한 형태의 데탕트가 필요하다고, 또는 적어도 장래에 극단적인 핵 위기를 피해야 한다고 보았다는 의미에서 분수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초에는 반드시 그렇게 여겨지지 않았다. 냉전이 계속되었고, 언제든 새로운 위기가 생길 수 있었다. 다만 유럽이 아니라 제3세계에서 그런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이다. 케네디 재임 기간에 냉전은 진정으로 지구 전체를 망라했고, 냉전 주역의 물질적·정신적 자원에 가해지는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체 게바라의 죽음은 ‘포코 foco’ 혁명 이론의 최종 붕괴를 상징했다-무장 혁명가의 소규모 집단이 단독으로 불만을 결집할 수 있는 ‘중심점(foco)’을 제공하고 반란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붕괴를 보면서 다른 교훈을 끌어냈다. 예를 들어 칠레에서 사회당과 공산당은 사회주의로 가는 평화적인 길만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정부는 체의 패배가 강력한 현지 지도자를 무장하게 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좌파를 물리친 것은 미국의 개입이 아니라 민족주의적 반공주의자였다. 이런 결론은 개입에 지친 베트남전쟁 세대의 미국 지도자에게도 잘 들어맞았다. 또한 일부 미국인이 1960년대 중반의 전반적인 교훈으로 생각하는 내용과 일치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라틴아메리카의 냉전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이긴 하나 정치적으로 훨씬 더 극단을 달리는 우파와 좌파의 점증하는 폭력적 충돌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우파와 좌파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복잡한 범주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남베트남 대통령은 비공산당 계열 야당 집단, 불교 단체, 학생 조직과도 충돌했다. 또한 미국 후원자와 관계를 악화했다. 응오딘지엠은 남베트남이 주권 국가이므로, 자신이 민간과 군의 계획을 최종 통제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수많은 불교 승려가 정권에 항의하면서 사이공 거리에서 분신했는데, 미국 텔레비전 뉴스에 승려의 주검이 나오자 많은 미국인은 미국이 베트남에 관여하는 것이 과연 성공할지 의문을 품었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유강은 옮김, 옥창준 해제
꼬꼬마 때 즐겨 듣던 밴드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이 데뷔앨범 커버에 베트남 승려의 소신공양 사진을 사용했지요.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고 사진에 얽힌 자세한 내용을 찾아본 뒤 그보다 더한 경외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6월 18일 수요일은 13장 '냉전과 라틴 아메리카'를 읽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9.11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현대사가 왜 비극으로 점철되었는지 그 냉전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장입니다. 작년(2024년) 3월에 『앨버트 허시먼』 함께 읽었던 분들이라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남미의 역동적인 변화의 열기가 어떻게 사그라져서 비극으로 변했는지를 허시먼의 경험과 시각으로 접했을 텐데요. 그 내용을 좀 더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장입니다.
911이 뭘까 하는 하면서 읽다가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칠레는 시카고 보이즈만 알았는데;;; 평화적으로 이행하는 사회주의 정부라니요. 많은 국가와 인물들로 머리가 짬뽕이 되고는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20세기를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미국은 정말 군사독재를 매우 좋아하는 나라였군요. 쩝. 대장 노릇 하면서 꼬봉들 세워놓은 형상인데 그 꼬봉들은 사실 형을 이용하는 모습이군요.
7장 헝가리 혁명에서 너지의 마지막 방송 연설을 읽었을 때 아옌데의 마지막 방송이 겹쳐지더군요. 쏘련놈들이 너지 정부를 무너뜨린 거나 미국놈들이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린 거나 똑같습니다. 칠레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같은 예술가들도 피노체트가 죽였다고 하지요. 아옌데의 마지막 방송도 한번 찾아 읽어보셔요. 눈물납니다.
피노체트는 구십몇살까지 해먹다가 고이 죽은 걸로 알아요. 미국이 진짜 전 지구적으로 나쁜 짓 많이 했죠(지금도 하고 있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군사독재정권 봐준 것도 미국이고요.
오호, <앨버트 허시먼>도 보관함에 추가했슴다.
『앨버트 허시먼』은 제 인생 벽돌 책이랍니다. 책상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뒀어요. 혹시 @향팔 님 넷플릭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보신 적 있으세요? 제2차 세계 대전 때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유대인, 반체제 지식인을 미국으로 보낸 팀의 활동을 그린 드라마 시리즈인데. 그 팀의 행동 대원 알베르트 히르슈만이 바로 앨버트 허시먼이랍니다.
오, 터닝포인트랑 같이 그 드라마도 봐야겠어요! 벽돌 책모임 덕분에 볼거리 읽을거리가 잔뜩 쌓이는구만요.
네, 책도 넷플릭스도 볼게요! 근데 검색하니 '트랜스 아틀란틱'으로 나오는데 이거 맞는 거죠? @향팔 터닝포인트는 부제가 '핵무기와 냉전'인 다큐인 거죠? 전혀 맥락과 맞지 않는 영화도 같이 나와서요 ㅎㅎ 억....'베트남 전쟁', '9/11 테러와의 전쟁'도 있네요...
맞습니다. 넷플릭스에는 터닝포인트 시리즈 3개가 있는데 이 책과 맥락이 잘 맞는 것은 부제가 '핵무기와 냉전' 입니다.
네! @롱기누스 님이 알려주신건 핵무기와 냉전, @aida 님이 알려주신건 베트남 전쟁. 다 재밌을 것 같아요.
@꽃의요정 네, <트랜스 아틀란틱> 맞아요. 그게 원제.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조금 아쉽다, 이런 평도 있다는 걸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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