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막바지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질문 하나. 왜 이 소설의 갈등은 과거에만 있을까요?
<연매장>은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들, 특히 토지개혁 시기의 폭력과 희생을 중심으로 갈등을 펼쳐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어떨까요?
세대 간의 온도차나, 결말 부분에서 칭린과 륭중융 사이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의 인물들은 갈등을 피하고, 침묵하거나 무력한 태도로 조용히 흘려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점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역사적 비극을 부각하기 위해 과거의 갈등에 집중한 것일까요?
아니면 과거의 극단적인 폭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침묵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질문 둘. “진실은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니? 세상의 어떤 일도 진정한 진실을 가질 수 없는데.”
칭린의 독백으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이 말은,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커다란 질문처럼도 느껴지는데요.
여러분은 이 말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언어는 진실을 담을 수 없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이 말에 동의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이런 냉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요?
혼이 빠질 것처럼 무더운 날들이네요. 마지막까지 힘내보아요!
[이 계절의 소설_여름] 『연매장』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정연
지니00
이 소설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큰 갈등들은 과거에만 있다고 생각됩니다. 역사를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을 실천했기 때문 일런지요. 그것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진실은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남기려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진실을 문학으로 전하려고 해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금정연
절대적이고 온전한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가닿을 수 있을 것인지 오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만약 그런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그렇기에 가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의미 있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작가의 입장에서는 온전히 가닿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동안 함께 읽어주시고 좋은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디에
진실을 담을 수 있다, 없다라는 단정보다는 진실을 담기 위한 노력에 더 가치를 두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을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리면 아무도 진실을 밝히려고도, 알려고도 노력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동안 진행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금정연
저도 말씀에 공감합니다. 결국 의미란 존재하는 것을 성취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처럼, 진실 또한 그것을 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말하니 너무 상대주의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무래도 제 말주변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계절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율
저 개인적으로 모든 언어는 실제 삶의 양상을 100퍼센트 재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문자 기호로 우리가 읽게 되는 소설, 시 같은 텍스트 뿐만 아니라 사진, 드로잉 등의 세밀한 묘사를 담보하는 시각 언어조차도요. 하지만 그것이 이리저리 흩어진 진실보다 언어와 글로 기록된 결과가 더 열등하거나 모자르다는 뜻은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이 흔히 괴로워하는 딜레마가 완벽한 재현, 감정의 구현, 기록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한계일텐데요, 어쩌면 듬성 듬성 이가 빠져있는 퍼즐처럼 상실될 진실의 어떤 부분을 끊임없이 사유와 상상을 통해 채워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문학 혹은 예술의 역할 아닐까요? 그래서 연매장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인 것이고, 허구와 진실의 간극 사이에서 느슨하게 교차하는 공통된 경험이나 기억은 어쨌든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연매장을 통해 중국의 토지 개혁이라는 건조한 역사적 사례에 대해 독자가 정서적으로 더 내밀한 연결성을 느낀다면 그것이 이 책의 역할일 듯 해요. 작가는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같지만, 떄론 소설 말미에 덧붙이는 작가의 말조차 포착하지 못하는 소설 텍스트 자체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금정연
말씀해주신 것처럼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텍스트 자체의 가능성이 있기에 문학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니00
“ 걱정 없이 잘 먹고 마시고 놀면 그만이야. 어떤 인생이든 사실은 소소한 인생이고 누구나 소소한 일상을 제일 많이 살아. 다시 말해 소소한 인생은 소소한 일상과 어울려야만 가장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
『연매장』 p.229,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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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
소설의 갈등이 과거에만 있는 이유는 국가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한 갈등을 꼭꼭 묻어버렸기 때문이고 그래서 진실이 묻혀버렸다는 것을 작가 팡팡이 말하고 싶었던건 아닐까요. 그런 현실속에서 진실은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어렵고, 그래서 은유와 비유로 에둘러 보여주면 진실을 가리고 싶어하는 이들에 의해 왜곡된 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칭린의 입으로 말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읽고나서 많이 씁쓸했어요.

금정연
그리고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중국 사회의 영향도 분명히 있겠지요. 동시대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나 환경 오염 같은 현재적인 문제들이 있겠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작가는 그런 것들을 다루는 대신 오롯이 과거의 갈등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독자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이요. 감사합니다!

Alice2023
작가가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나? 라고 하는 부분이 아이러니했습니다.
작가이지만 소설로 진실을 100% 전달할 수는 없다는 경계와 겸손의 말인지
냉소의 말인지는 읽으면서도 헷갈렸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해도 그래도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고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호디에
동의합니다. :)

금정연
저 역시 그 말씀에 공감합니다. 작가의 의도는 저도 모르겠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함께 읽어주시고 좋은 생각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띠됴샐러드
언어와 글이 완벽하게 담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언어든 번역을 거치면 의미가 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언어는 완벽하지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그나마 가장 쓸만하고 보편적인 의미 전달 수단이 언어인 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 언어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진실을 담으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다수가 노력하여 일방의 시각이 아닌 여러 시각으로 진실을 담는다면 후에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해석의 여지가 생기겠죠. 각자의 관점에서 진실을 찾아가거나 혹은 칭린처럼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실을 담으려는 또 하나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누구나 몰입하기 쉽도록 잘 쓰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

금정연
맞아요, 그리고 <연매장>이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 현재 중국 사회가 "다수가 노력하여 일방의 시각이 아닌 여러 시각으로 진실을 담"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연매장> 같은 소설이 나온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랙돌
한참 전에 다 읽어놓고 이제 와서 참여하게 되네요.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 사실 저는 작품 내부에서 답을 찾기 보다는 중국 문학의 흐름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몇 달 전에 위화라는 작가의 인생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옮긴이의 글을 보니 평화, 평범함 등으로 귀결되는 중국 문학적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직접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기 어려운 점, 현실의 변화가 어려운 점 등으로 인해 생긴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도 칭린이라는 사건의 당사자, 주체가 수동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이런 맥락으로 느꼈습니다. 더군다나, 부모세대처럼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세대로 인식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륭중융이라는 곁가지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흘렸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잊고 지나가고 싶지만, 누군가는 기록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통해서요.
비슷한 견지에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언어와 글을 통해 진실이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에 실제로 진실이 있는가, 그 구체적 경험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 있었고 그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에 대해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합니다. 실제로 글 속에서도, 칭린은 부모님의 인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의 일기장이라는 글과 마을 사람들의 증언이라는 말을 통해 그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추적했습니다.

금정연
중국 문학의 흐름, 특수성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에 모두 공감하고, 덧붙여 토지 개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온전히 집중하려는 작가의 의지 또한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어와 글을 통해 진실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전달할 수 없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중국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연매장>을 함께 읽으며 '온전한 진실'은 아닐지언정, 중국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처럼요.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저도 말씀 주신 다른 많은 분들처럼 진실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그것을 완전히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망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든 결국 <연매장>이라는 소설을 통해 작가는 나름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율님 말씀처럼 직접적으로 표현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사유와 상상'을 통해서요. 사실 작가가 망각을 선택했다면 이 소설은 쓰일 수조차 없었겠죠? 그리고 그 진실이 비록 파편일지라도 먼 시간과 공간을 너머 지금 우리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신비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정연
<연매장> 독서 모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았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딩쯔타오의 기억을 따라 쉽지만은 않은 여정을 함께 걸어왔네요.
숨죽이며 지켜본 지옥의 계단들,
말하지 못한 채 묻힌 이야기들,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우리가 나눈 생각들—
그 하나하나가 <연매장>이라는 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읽고, 말하고, 듣고, 질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이 여운이 오래도록 남기를 바랍니다.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겠지요.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번 여름에는 지난 계절들과 달리 오프라인 독서 모임도 진행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소전문화재단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오른쪽 위에 있는 동그란 확성기 모양 아이콘(공지사항)을 확인해 주세요.
온라인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최가은
역시 저도 지옥의 계단, 망각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앞으로 살면서 만날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고민하게 될 문제일 것 같다는 예감도 들고요. 여러분과의 대화 덕분에 흥미로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들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한 독서 생활하시길 바라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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