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부터 5장까지 후루룩 달려왔네요. 진행자분께서 언급하신대로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읽는 게 생각보다 수월한 책 같습니다. 전개가 꼬여있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면 무리없이 이해가 가는 서술방식인 듯 합니다. 그러면서 딩쯔타오의 불안에 서려있는 매장된 기억은 과연 무엇인지 아주 서서히 베일을 벗기고 있는 것, 류진위안과의 과거의 인연이 있을 듯한 암시, 죽은 남편이 아들에게 남긴 어머니가 특별한 여자라는 말의 의미와 그들의 인연은 어떤 것인지 남편이 남긴 유품은 과연 어떤 사실을 기록 해놓은 것인지 들이 계속 흥미를 유발하고 있어서 이 책은 중간에 끊기가 참 어렵네요.^^;;
[이 계절의 소설_여름] 『연매장』 함께 읽기
D-29

하료

금정연
맞아요, 조금씩 풀려나오는 과거의 기억과 상관없는 듯하던 인물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연결되는 것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소설입니다 ㅎㅎ
eye
안녕하세요,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책인데 모임이 있길래 들어와봤습니다. 각 장이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단 술술 읽히네요. 그리고 점점 기억의 파편이 드러나고 있는 단계라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금정연
반갑습니다! 함께 재미있게 읽어보아요!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들 의문들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 많이 올려주세요!

고양이라니
사실 저는 아주 가끔을 제외하고는 책의 전반에 걸쳐 대부분 이해의 범위 안에 있는 좋은 사람들만 나와서 그게 약간 마음에 걸렸거든요. 토지개혁이, 사람의 목숨이 어떻게 다뤄진지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사건과 역사의 잔학성과 대비돼서 그 틈을 어찌 메워야할지 고민했어요

고양이라니
잊어야 하는 일이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든 결국에는 모두 잊을 수 밖에
『연매장』 p171,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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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그게 인간 세상의 복잡함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선과 악을 칼로 나누듯 구분할 수 있다면,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그저 나쁜 사람이라면 사는 게 좀 덜 복잡했을 텐데요...

서율
안녕하세요, 소전독서단 이 달의 소설에서 이미 연매장을 읽었다가 이번 계절의 소설로 채택되었다는 얘기에 반갑게 독서 토론에 참여합니다. 최근 읽은 여러 책 중에 가장 선명하고 인상적인 이야기였어요.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어 어느 정도 동질성을 띄는 아시아권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더욱 감흥의 밀도가 높았습니다. 재독하면서 다양한 견해와 감상 풍부히 공유하고 싶어요!

금정연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책을 읽으며 우리 근현대사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들이 절로 떠오르더라고요. 다시 읽으시며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마구마구 나눠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서율
저는 이 부분이 연매장을 관통하는 메세지 중 하나로 느껴지기도 해요. 상냥하고 착한 사람들, 그렇지만 각자 말 못한 비밀을 품고 있는 개인들이니까요. 비밀이 있으니 지키기 위해 더 선량해질 수 밖에 없지 않나. 거시적으로 멀리서 사회를 바라보면 개인의 희생이나 피아 식별이 비교적 쉬워 보이지만 가까이 내 옆의 개인들을 생각하면 그들은 대체로 다면적이니까요. 글의 형식이 숨겨진 과거를 여러 사람의 기억을 통해 짜집기하듯 추적하는 형식을 띄고 있으니, 결국 한 시대의 큰 소용돌이 이면에 엮여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자행한 개인들이 어쩌면 아주 특별히 악인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지만 악함에 대한 의도와 실행이 항상 일치하지 않으니, 누군가는 의도는 선했으나 실행이 악했고 반대로 의도는 악했으나 실행이 선해지는 모순성을 생각해보면 책의 내용이 더 흥미로워져요.
eye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해요. 역사적인 사건과 그 속의 희생, 폭력 같은 것들의 피해와 가해, 원인과 결과가 칼로 자르듯 분명했다면 그 사건들이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손을 거쳐 다시 쓰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 어제까지 나와 하하호호 웃고 이야기하던 선량한 이웃이 멀리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악인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말씀하신 모순이 역사적 배경을 가진 작품들을 더욱 다각도로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

고양이라니
저도 두 분 생각에 공감합니다. 선과 악, 피해와 가해를 나누자는게 아니라(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니까요), 자료를 찾아가면서 읽었더니 몹시 잔혹한 사건이 책 안에서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표현의 한 방법이겠지만요

금정연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안느소전독서단
뒤가 계속 궁금해져서 손에서 놓기가 아쉬워, 금방 읽어버렸어요. 문체는 상당히 덤덤한데, 중간 중간 중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화려한 묘사들이 아름답네요. 대화체에 종종 등장하는 중국식 표현이나 속담들도 이국적이라 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올라오는 댓글들 계속 구경하며 여운을 죽 즐겨보겠습니다.

금정연
저는 류진위안이 식당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는데 의자 위에 쪼그리고 앉은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고향 자세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았어요. 자주 들러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저도 주말을 맞아 5장까지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아마 남은 주말 동안은 계속 이 책을 읽을 것 같아요. 저는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5장까지 서서히 밝혀지는 딩쯔의 과거를 보니 ㅠㅠ 마음이 졸여오면서 불안해지네요... 기억을 잃은 딩쯔는 무척 취약한 상태이고 평상시에도 아주 아주 순박한 사람인데, 그 잃어버린 기억이 그녀를 더 결정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사실 우리가 누구인지는 항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부분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두려운 일이라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요. 딩쯔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또 이 책의 문체가 어딘가 찬쉐를 읽을 때를 떠올리게 해서 중국 소설의 문체나 대사에는 기본적으로 어떤 순박함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뭐랄까... 저는 예전에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는데 대사가 굉장히 많아서 '러시아 사람들은 저렇게 말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장광설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특징이었다고 하고...
"그러자 사람들이 말했다. 생각해봐요, 잘 생각해봐요. 강물에서 건져졌어요. 강물부터 생각해보면 떠오를지도 몰라요.
그래서 사람들은 캐묻는 대신 겉으로나 속으로나 불쌍하게 여겼다." (15쪽)
어찌되었든 소설 초반부에 저를 사로잡았던 건 이런 문장들이었어요. 같은 페이지에 "병원 담벼락을 따라 피어난 하얀 살구꽃은 담장이 흰빛이라 멀리서 보면 색이 구분되지 않았다." 같은 문장도 그렇고요. 무엇을 떠올리기 위해 강물부터 생각을 해보라는 말이나, 그냥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나 속으로나' 불쌍하게 여긴다는 말들이 참... 지나치게 꾸미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표현들이란 생각이 들었네요. 다만 책을 읽다보니 또 고양이라니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문체와 감각의 순박함을 포함해서, "이해의 범위 안에 있는 좋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단순한 맥락 속에만 있는 것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인물들은 대부분 좋은 형편에 있는 부유한 사람들인데 그런 조건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소설이 어떻게 이런 장치들을 다룰지는 더 읽어봐야 명확해질 것 같네요. 다만 딩쯔의 아들 칭린은 이때까지 보기로 어머니의 진실을 마주할 어떤 역량 같은 것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하료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다보니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그냥 다 읽어버렸네요..한가지 처음 읽으시는 분들한테 저처럼 처음에 잉 뭐지 싶을까봐 쓰는 거지만(소설을 스스로 오롯이 느끼고자 하시는 분들은 그냥 무시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딩쯔타오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 최근의 기억에서 오래전 기억으로 가는 역순입니다. 이걸 알고 읽으시면 처음 읽으시는 분들한테 좀 더 편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물론 그냥 쭉 읽다보면 자연스레 스스로 알수 있는 부분이긴합니다만 확실히 이런 식으로 배치를 한 게 작품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간 것같단 생각이 드네요. 저는 딩쯔타오의 기억 부분을 다시 한 번 되짚어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계속 들르겠습니다.

금정연
좋은 팁 감사합니다!

서율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흡입력이 확실히 있는 책이예요. 저도 잠깐 읽어볼까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서 폈다가 고쳐 앉고는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거든요.
참, 그리고 제목 '연매장'이란 단어 자체는 다른분들께서 처음에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무도회장'처럼 '연매+장'인 어떤 장소나 이벤트를 말하는건가?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책날개 작가의 말 발췌에 "사람이 죽은 뒤 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것이 연매장이다." 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소름이 오싹 돋더라고요...그 때 거실 지나가던 어머니가 "연매장? 무슨 그런 무서운 책 제목이 다 있니." 하셔서 이 단어 뜻을 아냐며 되물은 기억이 있습니다. 당신 말씀이, 잘 쓰는 단어는 아니었어도 보는 순간 제대로 된 예의나 절차없이 매장해버리는 끔찍한 연상이 저절로 되셨다고 해요. 좀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제목의 엄청난 뜻에 약간 압도당해서 읽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부드럽고 담담한 서술이 가벼운 현대 소설처럼 느껴져 긴장이 풀리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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