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서 그런지, 의욕도 기운도 뚝 떨어진 하루네요.
그럴 때는 그냥 책 한 페이지 넘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5장에서는 드디어 딩쯔타오(다이윈)가 기억을 잃게 된 이유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하료 님이 댓글로 언급해주신 것처럼, 이번 장은 시간이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어요.
최근의 기억에서 점점 더 오래된 기억으로 내려가며, 마치 땅을 파듯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죠.
이미 그녀가 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직전의 일들을 하나씩 되짚어보게 되니 읽는 내내 긴장감과 안타까움이 더 깊어졌던 것 같아요.
정신을 차린 딩쯔가 빛의 계단을 세며 “18층, 왜 하필 18층일까”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또 다른 미스터리의 단초가 조용히 더 해지기도 하고요.
남편의 행방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면서 이제 정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은 장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태어난 독설의 트위터리언, 에밀 시오랑은 이런 말을 남겼죠.
“인생에 실패하면, 재능이 없어도 시적 정서를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피곤해서 그런지 오늘은 머릿속에서 자꾸 이런저런 시구가 떠오르는데요.
5장을 생각하니 어쩐지 미야자와 겐지의 시 「사랑과 열병」이 겹쳐졌습니다.
이런 시입니다:
오늘 나의 영혼은 병들어
까마귀조차 똑바로 볼 수 없네
누이는 이즈음부터
차가운 청동 병실에서
투명한 장밋빛 불꽃에 타오른다
그러나 누이여
오늘은 나도 너무나 괴로워
버드나무 꽃도 따주지 못하겠구나
여러분은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독설의 팡세절망과 허무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잠언집 『독설의 팡세』가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2004년에 처음 출간된 후 쇄를 거듭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독설의 팡세』는 20년 만에 새롭게 단장해 독자들을 만난다. 초판 발행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전체 개고를 통해 에밀 시오랑 특유의 함축적인 문장을 한층 간결하고 명료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봄과 아수라〈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쓴 작가 미야자와 겐지. 그가 생전에 자비로 출판했던 유일한 시집 《봄과 아수라》가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개정판에는 시집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겐지의 고향 이와테현의 지명과, 시 두 편 〈아오모리 만가〉와 〈오호츠크 만가〉의 여행 동선을 짚어볼 수 있는 지도가 함께 추가되었다.
책장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