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네도 그 대저택을 봤지? 그러면 부자가 얼마나 부유했는지 알았겠지.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가난했는지는 모르잖나.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사람이 정말 많았네! 어느 사회에서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들 재산을 빼앗거나 지주들 토지를 빼앗아도 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세상 인심은 똑같아. ”
『연매장』 185쪽,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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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연매장>은 다들 한 번 집어들면 앉은 자리에서 거의 다 읽게 되는 것 같네요. 저도 제가 읽는 책들 기준으로는 굉장히 빨리 완독을 했어요. 클리셰라는 게 참 묘하다는 생각을 또 했는데... 한 발 떨어져서 '이건 뻔한 클리셰야'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막상 저는 그런 장치들이 사용되기만 하면 무조건 걸려드는 편이거든요... 칭린이 어머니의 과거를 점점 알아가고, 류 정치위원과의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 이 둘이 만나야 하는데! 만나야 하는데! 무조건 다시 못 만날 걸 알면서도 ㅠㅠ 가슴을 졸이며 보기도 했고요... 확실히 클리셰가 적당히 있는 건 읽기의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이걸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거장의 역량이란 생각도 들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강보원
그리고 저는 토지개혁이라는 것이... 초래한 비극에 대해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며 자꾸 갈팡질팡하게 되더라고요. '정화'를 목표로 한 행위가 필연적으로 폭력으로 흐르고 과잉을 낳기 마련이지만... 한편으로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선을 넘을 수밖에 없네. 그렇지 않고서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겠나? 그때는 상황이 훨씬 복잡했어!”(184)라는 류진위안의 말에도 공감이 가고요. 그렇다고 그런 비극을 거쳐 중국 사회가 지금 다른 곳보다 더 평등한 곳이 되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만약 제가 그 시기에 가난한 사람이었거나 부자였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답이 선뜻 나오지도 않고요 ㅎㅎ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정연
팡팡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국내 매체와 <연매장> 출간 기념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가 있어 일부를 옮깁니다.
“사실 연매장은 중국 내에서도 요즘 대중에겐 익숙한 개념도, 단어도 아니다. 게다가 환생을 갈망하는 전통적 가치를 가진 중국인에겐 매우 잔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매장’이란 단어를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들었다. 수년간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으시던 중에도 “나는 연매장 당하고 싶지 않아!”란 말을 반복해서 하셨다고 한다. 그 때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내게 날아와 명중했고,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민감한 주제를 다뤄 금서로 지정됐다. 집필 과정에선 어려움이 없었나.
“2015년 집필 때만 해도 인터넷에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많았다. 개인 기록이나 회고도 아주 많았다. 촨둥의 몇몇 지역은 직접 답사를 가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은 허심탄회하게 토지개혁의 이익과 폐단을 논했고, 탄쑹(譚松) 같은 대학교수는 토지개혁 참여자들의 구술사를 연구했다. 그런데 ‘연매장’이 출간된 뒤 인터넷에서 토지개혁 관련 자료가 빠르게 삭제되는 걸 목도했다. 중국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든 현재의 것이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금기를 깨고 한 걸음씩 들어가야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 소설은 그저 토지개혁이란 주제를 다루는 관점을 하나 보태고, 토지개혁에 대해 쓸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넓히려는 시도였을 뿐이다. 소설은 결코 토지개혁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개인과 가정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묘사했을 따름이다. 금서로 지정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심스럽지만 현재 어느 정도로 검열을 받고 있나.
“우한일기 출간 직후부터 중국의 모든 저널과 잡지, 출판사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출간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심지어 옛날 작품의 재출간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한 사람의 출판권을 박탈해 놓고서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구의 의도였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일을 당하면 변호사를 찾아가도 소용이 없다. 소송을 걸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금서를 지정하지 않는다. 모두 암암리에 진행된다. 비유를 들어보겠다. 어떤 고위 당국자가 팡팡의 작품에 대해 듣고 흰자위를 번득였다면, 이는 곧 출판을 금지하라는 공문서를 내려보낸 것과 다름없다. 관리들은 직접 나서서 금서를 지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악행에 흔적을 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누가 혹은 어느 기관에서 출판을 금지했는지 물어봤을 때, 내가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두 글자뿐이었다. ‘윗선.’”
전문 :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50522/131661650/1
Alice2023
천안문 사태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전혀 모르고 자료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아직도 과거의 일을 왜 숨기고 검열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는 안 되지만
이러한 유사한 시간이 저희에게도 있었기에 중국 문학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질적인 것 같지만 또 익숙한 그런 느낌이네요.
금정연
역사라는 게 결국 공동체의 기억이고 정체성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은폐하고 조작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슬프지만요.
고양이라니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게 바로 이거였어요. 분명 한 때 토지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있었을 텐데 책 전반에 걸쳐 작가의 목소리가 약하다고 느꼈고, 당연히 작가가 의도한 바겠지만 그거 때문에 좀 혼란스러웠어요. 책은 저도 지난달에 받아서 바로 다 읽었고(끊어 읽기가 불가능하더라구요), 요번엔 시대를 관통해 살아남은 화자 딩쯔와 류진위안 중 과거를 기억하는 류진위안을 중심으로 읽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 특히 성공한 자들의 기억이긴 하지만요
"사실 평생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안 겪은 일이 없답니다. 고생도 했고 복도 누렸고 전쟁도 참여했를 뿐 아니라 비적도 소탕하고 사람도 죽여봤습니다. 나랏일도 했고 싸움도 해봤고 감옥에도 가봤고요. 심지어 북한에도 가봤습니다. 동생,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백 명은 안 돼도 팔십 명은 돼요. 물론 나도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겼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싸워보지는 않았어도," 라오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토지개혁에는 참여했습니다. 정말 끔찍했지요. 전투 못지않았을 겁니다."...(중략)..."어쨌든 다 지나간 일이 되었습니다. '말할 게 못 된가'는 표현이 딱 맞는군요. 말할 게 못 되는 일은 말하지 말아야지요." (77p)
딩쯔같은 피해자는 망각은 책에서 말한 대로 살기 위란 처절한 몸부림이지만, 역사적 사건은 무엇으로도 지워질 수 없고 , 그들을 위한 애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저에게 여전히 연매장된 기분을 갖게 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라 글을 쓰는 게 어렵네요. 다들 좋은 생각, 글 올려주셔서 몹시 감사합니다.
며칠 전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화염"에서 같은 연매장이 묘사됩니다. 등장인물 나왈의 의지로, 윤언장에서요 <저를 나신으로 묻어주세요. 관을 쓰지 말고 묻어 주세요. 어떤 옷이나, 치장도 기도도 필요치 않으며 얼굴이 바닥을 향하도록. 무덤 깊은 곳에 저를 묻어 주세요, 세상을 등지는 본연의 모습으로...(중략)...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들에게 묘비명은 필요치 않습니다.(14p)>
금정연
비극적인 사건은 비극적으로 보여주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손들어주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금서가 되었다는 사실이 중국 사회의 경직성을 더욱 보여주는 것처럼 제게는 느껴졌네요.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도 읽어봐야겠어요. 소개 감사합니다!
이룬
종일 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축축한 공기 때문인지 책표지의 기운이 더 스산하네요.
두 번째 이 계절의 소설, <연매장> 도 진도를 맞춰가며 읽으려 했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습니다.
결국 비밀이 되어버린 기억을 묻어버리거나, 품고 묻혀버린 인물들. 어차피 무얼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남습니다.
저는 초반에 아래 문장에서 딩쯔타오가 내내 느끼던 (등을) 찌르는 느낌을 (제가) 받았는데요. 위태로운 삶에 찾아온 큰 슬픔에 얹힌 감정이 그제야 찾아온 안도, 편안함이라니.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비극을 마주 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역시나.
먼 곳의 누군가에게는 매우 흥미로울 한 편의 소설이, 그 이야기를 ‘아는’ 이에겐 참담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동안 마음 둘 곳을 찾기 어려웠지만, 결국엔 소설로 그저 이야기로라도 아주 멀리까지 가기를 바라게 되는 경험을 했어요. 이야기가 가진 힘은 상상의 경계를 훌쩍 넘곤 하니까요. 팡팡이 금서의 작가라는 타이틀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짐작해보며, 기대를 더해 응원을 보냅니다.
그믐에서 나눠주시는 이야기들이 속도를 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긴 문장에 익숙해진 벽돌책을 지나, 이번에는 매우 촘촘하게 나뉘어진 구성 덕분에 달리듯 읽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들 즐겁게 듣겠습니다.!
금정연
말씀하신 것처럼 종일 내리는 비와 표지의 느낌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수림이라는 단어가 나무가 우거진 숲과 우울하고 긴 장마 두 개를 가리키는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이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작가가 마지막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니 문체와 구성에서 얼핏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면이 있긴 해도 이건 순문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가나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두 장르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느끼게 해주는 결말부였어요.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이룬
“ 이후 그녀의 삶은 탁 트이고 고요한 풍경 자체가 되었다.
그녀는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역시 사랑한 그 사람이 가버리자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p.32-33 ”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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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동물
이제 막 9장까지 다 읽었습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얼추 금정연 서평가님이 나눠주신 분량에 맞아떨어지네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떠오른 잡생각들을 좀 정리해보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1. '연매장'
이미 20년도 넘은 일이지만 티벳을 여행하던 중 ‘천장(天葬)’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천장은 말 그대로 하늘의 장례, 즉 새들에게 시신을 내어주는 장례법입니다. 큰 바위와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형 제단에 사후 며칠 지난 시신의 살을 바르고 토막 내어 대머리독수리, 까마귀 등이 먹게 합니다. 이 제단은 티벳 불교 사원에 속해 있고 모든 장례 절차는 승려들이 집례합니다. 새들이 시신을 말끔하게 먹어치울수록 영혼이 귀한 삶을 살았고 영혼이 하늘로 잘 올라가 고귀한 존재로 환생하게 된다고 믿는 믿음이 있었어요(예를들어 술을 좋아해 간이 안 좋은 사람들의 장기는 새들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무가 귀한 고지대여서 화장이 어렵기에 천장이라는 풍습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그런 신앙이 있음을 알고도 마체테 같은 큼지막한 칼로 시신의 살을 바르고 뼈를 조각내는 승려들의 모습과 새들에게 먹히는 시신을 보는 것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다른 도시에서 프랑스에서 온 20대 여행자와 이 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그 사람들에게는 시신을 땅에 묻어서 벌레에게 파먹히게 하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 일 수도 있지 않겠나”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장례의 방식에 정말 깊은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담을 수 있구나’하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연매장’이라는 제목과 그 뜻을 듣고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딩쯔타오가 과거를 마주하는 장면에서(가족들이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눕고 또 흙을 덮는 장면, 그렇게 연매장 될 수 밖에 없던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 이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삶과 죽음,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의 제목만 봐도 이제는 머릿속에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기분이 듭니다.
2. 장르의 변주
소설 초반부는 강물에 떠내려온 기억을 잃은 여인으로 시작하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딩쯔타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미스테리 숏 폼’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딩쯔타오가 단계적으로(역순으로) 기억을 마주하는 장면과 현재의 칭린이 류진위안과 과거를 더듬어 찾아가는 장면은 전형적인 미스테리 장르의 ‘결정적인 장면을 두고두고 아껴뒀다가 마지막에 공개하는 방식’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시간 여행 판타지물처럼 현재와 과거를 지속적으로 교차 왕래하며 그림을 완성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구성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3. “딩쯔타오는 이제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눈물이었다” p.257
개인적으로 무기력의 끝이라고 느껴지는 지점에 도달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울림을 남겼습니다. 너무나 대문자 T같은 이 문장은 선동된 집단에 의해 개인의 삶이 결정되어 버리는 당시 시대상을 너무나 적절히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이 금서로 지정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작가의 말에 저도 공감했습니다. 위에서 다른 독자분들이 언급하신 것처럼 작가는 류진위안과 동료들의 말을 빌어 “당시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토지개혁 자체를 비판하고자 이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가의 목소리는 결국 중국 체제 근본에 자리한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결과를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받고 가난에 신음하는 인민을 위한 개혁인 듯 보이지만, 결국 집단의 폭력을 이용한 개인들의 사리사욕 채우기(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아내로 배정되는 일, 과거의 집안사 때문에 투쟁에서 면제되지 못하는 상황, 혁명이라는 명분으로 원한 갚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토지개혁의 그림자가 이후 중국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기에 중국 정부가 찔려서 금서로 지정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결국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한 셈이죠. 이런 점에서 ‘해가 죽던 날’이 많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워낙 정신없이 읽다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ㅎㅎ
이제 책의 후반부로 넘어가는데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금정연
천장이라니, 저는 책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목격하게 된다면 무척 충격적일 것 같아요. , “그 사람들에게는 시신을 땅에 묻어서 벌레에게 파먹히게 하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 일 수도 있지 않겠나"는 프랑스 여행자분의 말에는 저의 편견을 돌아보게 되네요.
'미스터리 숏폼'이라는 말씀이 전반부에는 정말 딱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읽어나가면서 전형적인 미스테리 장르의 관습과는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끝까지 읽고 나면 이건 미스터리 장르의 장치들을 사용한 순문학이 맞구나(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의 구분으로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효과를 노리는지 분명히 알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확하게 구성했다 는 생각도 듭니다.
종종 어떤 일은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 책을 둘러싼 금서 지정 소동은 분명 지적하신 것처럼 중국 정부가 스스로 자신들의 과오를 시인한 셈이 된 것 같아요. 한편 우리 역사에도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일들이 있고, 아직 더 드러내고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음에도 그런 소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검열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문제겠지요.
이제 3주 간의 읽기가 반환점을 넘어 후반부로 접어들었는데요. 앞으로도 멋진 감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디에
'미스터리 숏폼'이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리네요. ㅎㅎ
저는 완독을 한 상태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딩쯔타오가 모든 기억을 닫아버린 결 정적인 장면(?)이 마지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도 기억을 닫지 않고는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내지 못할 것 같거든요. 완독 후 @희귀동물 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
서율
18층, 왜 하필 18층일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연매장』 제5장 21. 111쪽,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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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2023
어떤 인생이든 사실은 소소한 인생이고
누구나 소소한 일상을 제일 많이 살아.
다시 말해 소소한 인생은 소소한 일상과 어울려야먄 가장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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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니
저 도 류사오안의 인생철학이 매우 마음에 들더라구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서율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주간입니다! 읽을 책이 쌓였는데 이번에 또 새 반려책을 잔뜩 업어왔어요. 집에 돌아와 다시 연매장을 들췄다가 문득 위에 나누신 대화에 18층, 18개 지옥 개수가 눈에 띄어서 조금 찾아봤는데..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도교나 불교 사상이 결합된 민간 신앙 요소로 죄를 지으면 경중에 따라 18층으로 나눠진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시왕도라고해서 10명의 지옥왕이 좀 더 보편적임) 1층이 가장 경미한 지옥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엄벌에 처한다는데 딩쯔타오는 거꾸로 가장 지하인 18층에서 하나씩 위로 올라가는 구조잖아요. 전체적으로 동양의 지옥은 연옥 개념에 가까워서 업보를 다 청산하면 윤회하게 되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딩쯔타오가 계단을 올라가며 지옥을 하나씩 마주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업보를 감당하는 것, 즉 망각하고 살았던 과거를 기억해냄으로 윤회에 가까워지는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혹은 딩쯔타오 본인 입장으로는 지옥에 빠지지 않으려 망각을 선택했지만 결국 모든 도피에는 한계가 있고,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딩쯔타오는 스스로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지옥의 벌을 받지만, 독자들이 한명이라도 더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알게 된 것으로 동시에 죄를 탕감하게 된게 아닐까. 이런 다양한 상상을 해보았어요. 18개 지옥에 대한 설명은 문헌마다 조금씩 개념이 다르고 대부분 인체 사지를 고문하고 불지르는...잔인한 형벌이라 딩쯔타오의 모든 지옥과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데요, 다만 공통적으로 1층은 "발설지옥" 입니다. 거짓말, 이간질 한 자에게 내리는 형벌은 '혀를 뽑는 것' 이고요. 딩쯔타오의 1층 지옥은 13장 65번에 이르러야 읽는 이가 알 수 있는데요,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참겠습니다...(얼른 얘기하고 싶어요!ㅎㅎ) 여러모로 곱씹을수록 여운이 긴 글이예요.
Alice2023
18개의 지옥에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처음부터 다시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발설지옥, 등등등이 최근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나오던데 참 독특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반려책이라는 단어도 재미있네요. 저도 반려책이 늘어나네요. ~
금정연
18층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공통적으로 1층이 '발설지옥'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네요. 과연 작가가 그런 부분들을 모두 고려해서 설계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책증정]《내 삶에 찾아온 역사 속 한 문장 필사노트 독립운동가편》저자, 편집자와 合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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