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여름] 『연매장』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장은 본격적인 ‘요즘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칭린이 류가 형제에게 부모님과 류진위안의 관계를 밝히고, 과거의 비밀-잊혀진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일종의 토론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떠나기 전날 갑자기 류샤오안이 칭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칭린, 내가 연장자로서 자네보다 세상을 좀더 알잖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네. 만약 찾기 힘들면 그냥 포기해도 돼. 진상을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란 말이야. 세상의 모든 일에 진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단순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언제나 인생의 진리라는 말이네.”> (361쪽) 한편 류중융은 이렇게 말하면서 칭린과 대립하지요. <류중융은 거의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할 수 있어? 설부터 지금까지 기다리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같이 찾아줄게! 이 일이 내 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칭린이 웃었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마. 처음에는 나도 굉장히 흥분했는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알건 모르건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더라. 우리 아버지는 잊으려 노력했고 어머니는 기억을 거부하셨어. 두 분이 평생 저항했을 때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엇을 거야.” “그게 어떤 이유일까?”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 있잖아. 혹은 잊어야만 하는 일이나 사람도 있고.” 륭중융은 한참 동안 대꾸하지 않다가 차가 충칭을 벗어나서야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래. 그런데 어떤 사람이나 일은 말이야, 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거든.” 칭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03쪽) 그러면서 칭린과 류중융은 ‘유령 장원’을 찾아가는데요. 그곳에서 과거 연매장 당일의 결정적인 증인이 되어줄 푸퉁을 만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스쳐 지나갑니다(푸퉁이 일방적으로 피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그러면서 과거의 사건을 두고 마을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죠. ‘그 시절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는 소제목 그대로요. 그리고 그날 밤, 몰랐던 일은 그냥 몰랐던 대로 두고 묻힌 일은 그냥 묻힌 대로 두는 게 좋겠다고 말하며 잠자리에 든 칭린의 귀에 ‘유령 장원’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밤만 되면 “연매장”이라는 말이 들려온다고 했지만, 칭린과 륭중융에게 들리는 그 소리는 “안 죽었어… 안 죽었어…”라는 말이네요.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그 말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요?
칭린은 문득 놀랍고 기이한 일들이 우리 곁을 수시로 스쳐지나가는데 우리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넘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더 이상 진실을 모르는 채로 덮어버리려는 칭린에게 기억을 거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딩쯔타오가 자신은 가족과 함께 죽고 묻힌것이 아님을 칭린이 알아봐주길 바라는 걸까요. 아니면 저희가 놓친 누군가 한명이 더 살아남은 걸까요. 저는 딩쯔타오의 아들 팅쯔도 왠지 어딘가에 살아 남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읽는 내내 어디선가 팅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아마 본인의 친부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딩쯔타오가 죽지 않았네요! 그 생각은 못했는데,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죽었다는 것은 죽은 그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칭린은 그들이 안식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그들의의 이야기가 시간에 묻히는 것이 억울하기에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흔히 하는 말처럼 '죽어서도 눈을 못 감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분명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기에 쉽게 본인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살아 남은 다이윈이 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했다면, 이미 죽은 이들은 모든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기를 바라겠지요.
이건 우리 둘 다 기억해야 해요. 이 세상의 우리는 모두 원죄가 없어요. 당신과 나 모두
연매장 p20,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세상이 그녀 혼자 남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녀의 가슴에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연매장 p36,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칭린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현실적이어서 지금처럼 만족할 수 있었다.
연매장 p135,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장원 건축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자기 마음 속에 진짜 역사를 품고 있어야 하고 책에 쓰인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도 우리는 건축 자체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근거해 당시의 역사를 확인하는 수 밖에 없어.
연매장 p144,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어차피 세상에는 모르는 일이 더 많고 아는 일은 적으니까.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사람은 풍성한 혼백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살면서 차츰 잃어간다. 그러다 다 잃어버리면 혼이 사라지지. 옆에서는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라진 거다. 그 사람은 다시 몸을 돌려 조금씩 자기가 뿌려 놓은 혼백을 줍기 시작하지. 도로 다 회수하면 득도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집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다 회수하지 못하면 잘은 모르지만 내세에 돼지나 개로 태어날지도 모른다.
연매장 p197,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이제 그는 자신의 인생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대변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아버지의 깊은 그리움과 기억이 담겨있었다.
연매장 p295,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기억을 잃은 뒤 잠재의식 제일 밑바닥에 남는 건 가장 사랑했던 곳일까, 아니면 가장 증오했던 곳일까?
연매장 p352,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는 세상의 비밀을 어느 정도씩 가져가기 마련이다. 그런 비밀은 말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연매장 p434,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긴 시간이 진실의 모든 것을 연매장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의 모든 것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연매장 p437,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 야간 근무를 하면서 다시 되짚어 문장들을 수집하면서 읽고 왔는데 그사이 많은 토론이 있었더군요. 제출미션도 끝내고 와서 쌓인 토론의견들도 마저 쭉 읽어봤는데 다양한 생각들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들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이번 주가 마지막 챕터니 더 이상 스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테니 편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딩쯔타오는 과연 지옥의 마지막, 18번째의 제목 마냥 최후에 지옥의 문으로 들어간 것일까가 전 자꾸 머릿속에 맴돌더라구요. 저는 딩쯔타오가 지옥으로 들어갔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챕터의 소제목은 물론, 위에 서율님도 지적해주셨듯이 마지막이 발설지옥이라는 점, 후다이윈(딩쯔타오)의 경솔한 말실수가 더 큰 비극을 불러왔다는 점이 어느모로 봐도 부정적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그런 것도 같아 보이지만 그녀가 자꾸 계단을 올라가면서 빛을 향해 다가간다는 묘사가 묘하게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또 작품의 주제로 봐도 그녀가 모든 기억을 되찾고 죽은 것을 저는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마지막에 그녀가 죽을 때 연매장 당하고 싶지 않다라고 소리쳤던 것은 그녀가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하더라도 결국 최후엔 찜찜한 구석을 남기지 않고 스스로를 다시 찾아 자유로운 상태로 이 생을 마쳤다는 긍정적인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픈 과거를 과연 묻고 살아도 되는 것일지, 기억하고 감내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 각자의 인생관과 생각에 따라 딩쯔타오의 결말 역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리는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은 딩쯔타오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셨을까요?
저는 비극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말씀을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빛이라는 건 인간이 사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환한 빛 아래에서는 숨기고 싶은 추악한 것들도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렇다고 그게 두려워 어둠 속에서만 살 수도 없는 일이니, "그녀가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하더라도 결국 최후엔 찜찜한 구석을 남기지 않고 스스로를 다시 찾아 자유로운 상태로 이 생을 마쳤다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극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모든 기억을 되찾고 얼마 후 죽음을 맞는 딩쯔타오의 심경이 어땠을지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기억을 잃었어도 딩쯔타오가 무척 외로웠을 거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기억을 닫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낼 수 없겠다라고 썼는데요, 한편으로는 서로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남편과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기억을 되찾고 비밀을 묻어둔 채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그것이 자유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소설에서 칭린의 선택에 대해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과거를 더 이상 들춰내지 않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존중이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딩쯔타오가 자신의 선택이랑은 관계없이 아픈 기억을 찾고 결국 그 상태로 죽음까지 맞고 지옥으로 들어갔다는 식으로 생각하기엔 그녀한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결말을 안식을 찾은 것으로 생각해보고자 했네요. 칭린의 선택은 어머니에 대한 존중으로 볼 수 있고 그가 쫓는 과거도 엄밀히 말하면 그에게 보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속하는 것에 더 가깝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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